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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오싱 영화감상문 (일본에 드리운 전쟁의 또다른 그림자)

by 통합메일 201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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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싱 (2013)

Oshin 
7.4
감독
토가시 신
출연
하마다 코코네, 우에토 아야, 이나가키 고로, 이즈미 핀코, 키시모토 카요코
정보
드라마 | 일본 | 109 분 | 2013-12-05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오싱 영화감상문 (일본에 드리운 전쟁의 또다른 그림자)


1.소개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 포스터가 예쁜 영화는 눈길이 가게 되고, 감상 전부터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걷잡을 수 없는 기대감에 스스로를 내맡기게 되는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이 영화가 바로 그렇다.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얼마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보여줄까. 나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이 영화의 감상을 시작했다.


2.줄거리

1900년 대 초의 일본 산골마을. 아직 아이, 아니 아기라고 부르는 게 어울릴 것 같은 오싱이 살고 있다. 자라나고 있다. 위로 한 명의 오빠가 있고, 오싱이 있고, 그 밑으로 어머니의 뱃속에는 잉태된 또 하나의 생명이 있다. 오싱네 집은 매우 가난하다. 그래도 오싱은 행복했다. 행복하다고 믿었다. 부모가 있었고, 할머니가 있었고, 오빠가 있었고, 곧 태어날 동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하나 하나의 입이 오싱의 부모에게는 크나큰 부담이었다. 어느 날 아빠가 말했다. "오싱 너도 내일부터는 일을 나가라." 농담으로 들은 오싱은 절대 안 나갈 것이라고 받아쳤지만 아버지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아니 농담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정말로 절박한 현실로부터 기인하는 것이었다. 찢어지게 가난하여 집안이 찢어지기 시작하려 하였다. 어머니는 뱃속의 아이를 유산하기 위해서 엄동설한에 냉골 얼음물에 들어가 몸을 담근다.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오싱은 가족들을 위해 다른 집에 식모살이를 하기로 결심한다. 입이 하나 줄었고, 동시에 얼마간의 양식도 얻었다. 어미는 찢어지는 마음으로 새끼를 보낸다.


도시의 상인집에 식모로 들어간 오싱. 식모살이는 과연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오싱을 담당하는 또다른 식모는 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처음하는 살림이 좀처럼 손에 붙질 않았고 늘 혼나기 일쑤였다. 나중에는 돈을 훔쳤다는 누명까지 뒤집어 쓰고, 할머니가 준 소중한 동전마저 뺴앗기기에 이르렀다. 억울함과 분함을 참지 못한 오싱은 그 집에서 도망나와 눈 덮인 산천을 하염없이 걸었다. 하지만 어린 오싱이 뚫고 가기엔 자연의 힘이 너무나도 거대했다. 다행히 숲 속에 사는 사냥꾼이 쓰러진 오싱을 발견함으로써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사냥꾼들은 정신차린 오싱을 도시로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오싱의 고집에 못 이겨 오싱은 그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봄이 올 때까지 오싱은 제법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싱을 구한 사냥꾼에게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으니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일본군의 패잔병이었다. 전쟁에 나갔다가 그곳에서 목격한 참혹함을 견디지 못하고 군에서 뛰쳐나왔던 것이다. 전쟁에서의 악몽과 몸에 박힌 총알에 그는 때떄로 처절하게 괴로워했다.


마침내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찾아왔고, 오싱이 마을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사냥꾼은 오싱을 데리고 산을 내려왔다. 그런데 그 길에서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군인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군인들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냥꾼이 탈영병임을 알아챘고 사냥꾼은 도망치다가 결국 군인들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다. 오싱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하모니카를 가르쳐 준 아저씨였다. 오싱이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좋은 사람'이었다.


갈기갈기 찢어져 허탈한 마음을 가지고 오싱은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를 반갑게 맞아주기는 커녕 다짜고짜 뺨을 때리기 바쁘다. 알고보니 오싱이 그 집에서 도망나온 후로 양식을 뺴앗기고 망신을 당했다는 것이다. 또 한 번 오싱은 억울함을 겪지만 따뜻하게 품어주는 어머니 덕분에 참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이었건만 오랜 시간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가족들을 위해서 또다시 오싱은 도시로 나간다. 이번에는 다른 부잣집에 들어가서 식모살이를 시작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이젠 제법 살림이 손에 익어 능숙했다. 주인집 딸내미와 크고 작은 마찰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화해하여 좋은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주인집에서는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전하며 서둘러 집에 가보라고 했지만 오싱은 자신의 맡은 일을 다 끝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두 만류해준 덕분에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할머니는 이미 임종을 맞은 뒤였다. 죄책감에 흐느끼는 오싱. 하지만 깊은 잠에서 다시 깨어났을 때 세상은 다시 고요해져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언제나처럼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서 일하고 자신을 위해서 밥을 지었다. 그런 엄마에게 다가가는 오싱. "나는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좋아."라고 말한다. 모녀는 서로를 꼭 껴안았다.


3.아역의 연기

영화를 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렇게 어린 아이가 어떻게 저렇게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말이지 오싱의 역할을 맡은 아이라면 5~6살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대단했다.뺨 맞는 연기는 대체 어떻게 소화해 낸단 말인가? 맞고 던져지고 아주 아역이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주인집 딸내미 역할을 맡은 아역의 경우에는 오싱보다는 확실히 몇 살 정도 나이가 많아서 이해가 가고 또 생김새가 예쁘장한 것이 배우 준비를 제법 오래 했을 것 같다는 짐작이 드는 것이지만, 오싱의 경우에는 세상물정을 몰라도 엄청나게 모를 것인데 정말 대단했다.


4.전쟁의 그림자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것은 1900년대 초반, 그러니까 우리 민족으로 따지면 대한민국 이전의 대한제국 시절의 이야기 정도가 될 것 같다. 정말히 말하자면 1907년 고종활제가 강제퇴위될 때 즈음의 일이 아닐까? 그야말로 일제가 우리민족에게 본격적으로 가혹한 억압과 통치를 시작했던 시대이기에 가장 일본이 밉게 여겨지는 시기라 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 그 시절을 살아가는 일반 일본 민중의 삶 역시 고단하고 평탄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전쟁이라는 것은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욕심과 목적에 의해사 다른 이들의 것을 빼앗으려는 의도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이기지만 그런 욕심을 이루기 위해서 그러한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전쟁이 선사하는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무엇보다 일본으로서는 승전했기 때문에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대하여 간접적으로나마 이렇게 그것을 해서는 안 되는 짓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상하기엔 이 영화만한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혹자는 이런 영화를 과거에 대한 일본의 변명이라고 해석하고 규정할는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눈에는 전쟁이라는 소용돌이를 두고 그것으로부터 아픔을 겪기로서는 일본의 민중이나 한반도의 민중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는 해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나아가 그런 해석을 가져오게 만드는 영화를 만드는 그 어떤 능력과 의지의 이면에 존재할 것으로 사료되는 일본인들의 사유와 반성이 부럽게 느껴졌다. 이를테면 오늘날에 문제가 되는 일본의 우익들이 엄존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스스로의 선조가 저지른 과거의 과오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고 표현해보려고 하고 또 그것을 승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는 실로 대단하고 부럽다고 여겨졌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과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문화는 어떤 승화나 반성이나 반추 같은 것이 결여된 채로 피해자의 모티브에 매몰되어 가해자인 일본에 대한 맹목적인 힐난으로 치닫는 경향이 보여 우려스럽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류의 움직임 이외의 어떤 다양성을 가진 움직임이 좀처럼 포착되지 않고, 어쩌면 혹시나 존재할지는 몰라도 일반 대중이 그것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나아가 심지어는 국가나 학계 조차로 그런 것에 그 어떤 관심을 가지려는 의지나 문제의식을 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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