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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마음의 문을 닫는 일

by 통합메일 201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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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닫는 일


<낙타 등 위의 낙엽>


근자에는 윤병이를 포기하고, 최근에는 기시 유스케의 책을 즐겨보고 있다.


<푸른불꽃>에는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낙엽이라는 글귀가 등장한다. 사건을 일으키는 마지막 한 장의 자극. 그러한 작은 자극이 결국 이 모든 일이 시작되게 만든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생각해본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것은 마음을 여는 힘이 아니라, 마음을 닫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다시 말해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었는가,가 아니라, 마음을 닫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성선설에 기대고 있는 생각이다. 성선한 인간은 대개 마음을 열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은 별로 신기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인간관계를 조정하고 싶은 인간이라면 상대방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었는가 보다는, 마음을 닫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사료해야 한다.


현실에서의 예를 떠올려보면 글쎄...


쿨하고 쌀쌀맞은 이들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들의 경우 마음이 닫히든 말든 개의치 않은 캐릭터들도 있다는 점 때문에 적확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보다는 오히려 윤병이 같은 캐릭터가 그런 스타일에 적합하지 않은가?


나의 기준에서 보면 여전히 그는 그리 현명하지 않은 관계성을 지향하고 있기는 하다. 마음의 닫힘을 경계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차라리 누군가의 마음을 닫기 위해 치닫기를 거듭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증오와 경계의 대상에서 어느새 연구와 이해의 대상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그에 대해서는 혹시 나의 생각을 담은 이러한 기록이 그에게 노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기우일지 모르지만 눈을 희번득이며 모든 사람의 비밀을 찾아다니는 평소의 습성을 생각해보면 괜한 걱정은 아니라 할 것이다.


지난 밤 취한 그가 꺼낸 말의 요지는 나를 위해 충성을 바쳤으니 그에 맞는 보상을 달라는 것 같았다. 그러한 고백은 불만이라는 감정으로 요약된다. 그는 나의 처사에 불만을 느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의 불만이 부당하다고 여긴다. 그가 알아야 할텐데 조금이나마 열린 마음이 닫혔음을. 그리고 이미 그 자신 역시 그렇다는 것을.


2014.07.12.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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