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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굿바이 4월 the 잔인한

by 통합메일 201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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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4월 the 잔인한


세월호도 그렇고 유난히 잔인했던 4월로 기억될 것 같다. 하지만 5월이 되니 날은 쉬이 더웠다 춥기를 반복하는 것이고, 마음 속은 조용히 잠을 청한다.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고 필시 다른 이들의 마음도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간절히 믿어 보는 것이다.


가족 같이 사랑으로 본질적인 것들은 야속하게도 멀어질수록 아름답다. 사랑은 사랑은 사랑은.


그래서 사랑을 하고자 하는 이의 생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일 테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사랑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은 버림받는 것을 누구보다 두려워하는 이가 아닐까.


도망치는 일과 포용하는 일의 무한반복. 그것으로 점철되는 삶의 본질을 통찰하고 그러한 삶을 몇 번이고 다시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긍정하고 의욕하는 일. 어떻게 할까. 모르겠다. 어린이날. 공부하겠다고 학교에 나왔는데 잘 안 된다. 아무래도 너무 놀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라면에 소주를 몇 잔 걸치고 초저녁에 소파에 누워 잠을 잤다. 불편한 잠자리를 추스르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갈 생각을 해봤다. 경희는 아마도 나를 만나주지 않을 것이다. 지난 몇 주 동안 그녀에게 향하는 나의 마음을 추스르니 나는 나를 지키고 동생으로서의 그녀를 지켰으나 남녀관계로서의 그녀를 영영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예감 아닌 예감이 든다. 그러면 어차피 가야 하는 서울, 소리 없이 훌쩍 다녀올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도둑도 아니고, 또 그런 기회를 공으로 날려버리는 일도 마뜩찮다. 하지만 기회를 아끼려다 결국 영영 그녀를 잃느니 아예 장기전을 도모하는 게 현명한 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나는 이제, 아니 애초부터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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