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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14.05.21

by 통합메일 201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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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1.


지난 밤에는 모녀의 다툼이 있었다. 좋게 말하면 다툼이요. 리얼하게 말하면 슬픈 싸움이었다. 딸은 효심이 부족했고, 어미는 지나치게 빨리 늙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날 읽은 책의 단편소설 김숨 - <막차>에서는 이런 구절이 등장했다. 여자가 늙어서 가장 절실해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소설은 그 세 가지에 대해 ①돈, ②딸, ③종교라고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이 그런 것들 중에 어느 하나 가진 게 없음을 한탄했다. 반면에 나는 그 구절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는 세 가지를 모두 가졌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심지어는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필수요소에 아들이 누락되는 노골적임에 불안해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안도를 했던 것이다. 그것은 내 어미의 노후가 복될 것으로 예견되는 것에 따른 것이기도 했고, 그 구절이 선사하는 면책에 따라 만끽하는 홀가분함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일말의 못된 생각이 현실의 화를 불렀는가 싶기도 했다. 자신이 경험한 서운함과 서러움과 비참함을 폭발시키는 어머니에게 딸은 역시 생을 통해 쌓아온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이었다. 악다구니만을 주고받는 두 사람 사이에 잠시 껴들었다가 이내 그만 두고 나의 둥지로 돌아와, 하던 게임이나 계속했다. 문득 드는 생각이라는 것이 저 모녀는 그래도 늦었지만 저렇게라도 싸우는 게, 앞으로를 위해서 저렇게 또 같이 자라 나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사춘기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아이가 그렇게 어머니의 손에 의해 결국 어른이 되고, 어머니도 그렇게 늙어가는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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