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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14.05.25

by 통합메일 201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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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5.


참 많이 변했구나.


주일이라하는 일요일의 오전에 대략 총총히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가 돌아들어오는 길에 들여다본 거울 속에는 그렇게 생각할만한 내가 들어있었다. 그러니까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나는 제법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고, 아마도 그들이 나를 많이 바꿔놨을 것이다. 새롭게 만난 인연도 있고, 기존에 유지해온 인연이 새롭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내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은 대개 후자였다. 그래 이른바 스트레스다.


어제는 낮잠을 자는데 꿈 속에서의 나는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에 가는 중이었다. 밤이 너무 깊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사위를 채웠고, 덕분에 보이는 것은 앞서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 뿐이었다. 휴대폰 LED를 비췄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공간을 비출 수 있는 것은 앞서 가는 이가 들고 가는 등불이었다. 강하지는 않았지만 앞선 이의 등불은 분명 유일하게 그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아니 요즘 웬 등불인가 싶을 법도 하건만 그런 이상함도 느끼지 못하고 홀린 듯 그를 따라갔다.


꿈에서 깨어나니 어스름한 저녁이었다. 계씨나 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도를 하고 싶기도 했다. 꿈 속에서 나를 인도하던 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다만 좀 조용히 기도하고 싶었다. 시끄럽고 열성적으로가 아니라, 기복신앙에 매몰된 부끄러운 이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조용하고 성스러운 고귀한 사람들 사이에서 신을 찾고 싶었다.


교회에 나와 이 글을 쓴다. 예상했던 대로 나는 기복을 미끼로 한 세뇌의 장에 앉아있다. 헤어나올 수 없는 7일 마다의 감옥에 나는 절망한다. 잡으면 부스러지는 이미지, 칠흑을 밝히던 앞선 이의 등불을 향해 손을 뻗는다.


201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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