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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뭇것들이 눈이 되어 낙하하던 날에는
하필이면 때마침 속이 냉했고
언어는 한없이 가볍고 허약해
네게 닿는 일이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자연히 마음도 시절도
성난 엄마를 무서워 하듯
좀처럼 집으로 기어들어오지 못하고
가로등 맺힌 골목 어귀에서
벽에 기댄 채 조용히 쭈그려 앉아보는 일이다.
벌린 채 눈(雪)을 모으는 입
내려앉자 마자 녹아내리는 눈처럼
'희'하고, '미'한
우리 간의 지척
결의, 호기, 약속, 신념, 포부, 인내, 고뇌
허하고 탈해진 밀가루 빵 속엔
농밀한 공명이 또아리를 틀었고
나는 마음에 익은 갈림길에서
늘 그렇듯 어미의 자궁으로 길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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