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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 미, 설

by 통합메일 2016.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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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뭇것들이 눈이 되어 낙하하던 날에는

하필이면 때마침 속이 냉했고

언어는 한없이 가볍고 허약해

네게 닿는 일이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자연히 마음도 시절도

성난 엄마를 무서워 하듯

좀처럼 집으로 기어들어오지 못하고

가로등 맺힌 골목 어귀에서

벽에 기댄 채 조용히 쭈그려 앉아보는 일이다.


벌린 채 눈(雪)을 모으는 입

내려앉자 마자 녹아내리는 눈처럼

'희'하고, '미'한

우리 간의 지척

결의, 호기, 약속, 신념, 포부, 인내, 고뇌


허하고 탈해진 밀가루 빵 속엔

농밀한 공명이 또아리를 틀었고

나는 마음에 익은 갈림길에서

늘 그렇듯 어미의 자궁으로 길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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