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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많은 걸 느끼게 해주고, 생각하게 해주는.”

by 통합메일 201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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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걸 느끼게 해주고, 생각하게 해주는.”


인터넷에는 감성에 호소하는 글이 많고 그런 글에는 꼭 저런 댓글이 달린다. 나는 저런 반응을 보이는 자아를 발견할 때면 그가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저런 댓글을 다는 것인지, 혹시 본드라도 마시고 기분이 뿅 가버렸는데 그걸 자랑할 만한 공간을 찾다가 마침 그런 댓글을 남길만한 만만한 게시물을 찾아서 “많은 걸 느끼게 하네요.”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알 수가 없는 듯하다. 세상에 이런 추상적인 댓글이라니, 그런 글을 달아서 반응을 보여줄 바에야 차라리 무플을 하시거나 하다못해 차라리 “쓰레기 같지는 않네요.”라고 하는 게 올바른 행동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와 같은 반응은 원래의 게시물을 이해하고자 하는 일말의 노력이 없음을, 그 게시물이 자신의 감정에 일으키는 반응을 관찰할 성의가 없음을 굳이 알려주는 것인 동시에, 원래의 게시물이 포함하고 있는 추상성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그 글을 함께 감상한 이들 사이에 어떤 공감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체 “많은 걸 느끼게 해준다.”라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라는 말이 가진 관용적 용법으로서의 기능을 감안하더라도 그것이 그 상황에서 의사소통의 참여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게시물은 쓰레기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일 것이다. 그 이상의 의미를 기대할 수 있는가?그가 어떤 느낌과 생각을 획득했는지 표현하기 이전에는 어림도 없다. 이런 대사는 마치 이런 게시물들은 그저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주는 기능만 하면 족한 것이라는 인상마저 부여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이냐는 것인데, 이런 대사의 주인들은 그저 <있고 없음>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하고, 표현을 못하겠으면 표현을 못하겠다고 하는 게 맞지 괜히 뭔가를 느낀다고 말해 버리는 것은 대상을 마약과 같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행위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런 일침에 대해 지나치게 관민한 해석이라는 평가는 쉽게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프게 맞아야만 의미 있게 그리고 오래도록 화끈하게 남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그러한 부류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귀찮고 번거롭지만 굳이 따라가 지켜야 하는 공중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반성과 발상의 전환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을 다소 과장하여 인류의 유산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우리가 선사받는 그 무엇은 단순히 느낌 혹은 생각이라는 추상적인 형태로 일회적 소비에 그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습관은 그러한 일회적 향유가 아니라 그것의 반추와 구체화를 통한 공감의 연소, 그리고 그것을 통한 새로운 발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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