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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편지>
김정환
푸르른 네게 쓴다.
하지만 이것은 없는 편지다.
깊이 팬 나에게 쓴다.
하지만 이것은 없는 편지다.
너에게 쓰는 편지에는 내가 없다.
도서관에서 풀어본 사랑의 계산식과
내 안에서 순식간에 기화하는 그 모습이,
꿈속에서 떠난 여행지와
그 아래 함께 머물고 싶던 여명과
우주에 그려진 너의 궤적이
한 획도 담기질 않았다.
나에게 쓰는 편지에는 네가 없다.
내가 죽어야 할 이유와
세상을 긍정하게 하는 거짓말,
모든 존재를 하찮게 만드는 고귀함,
이성의 분장을 하고 춤추는 감성,
부끄러운 줄 모르고 길기만 하던 밤이
꾹꾹 말라붙어 있을 뿐이다.
언제쯤 나는
너에게 나를,
나에게 너를
적을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는
같은 편지에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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