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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별명을 짓는 저녁

by 통합메일 201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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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을 짓는 저녁>

 

김정환

 

고양이를 만나는 것은 역시

저녁이다

 

별명을 지어달라고

녀석은 그렇게 말했다

 

뭐가 좋을까라고

내가 운을 떼니

 

그건 정답이 아니에요라고

첫 실연을 당한 이처럼 돌아서 버렸다

 

아니 아니 왜 토라지는 거니라고

달래보려 했지만

 

고양이는 그만

깊숙한 골목길이 되어버렸다

 

저만치에서 가로등과

이만치에서 내가 마주하고

 

빛나는 것은 별명 없는

골목과 추억 뿐

 

오늘도 나는 저녁을 품고

별명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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