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작

[시쓰기]선물

by 통합메일 2013. 11. 28.
반응형

<선물>

 

김정환

 

결국 마음은 세 시로 갔다아쉽지만 몸은 두 시에 두고 올 수 밖에약속은 일곱 시다아니 약속도 아니다감동을 위해 자세한 약속은 생략된다겨우 몸이 세 시에 도착했을 때 마음은 열한 시를 넘어갔다껍질이 벗겨지듯 잔인하게 분리됐다아마도 당신은 내 몸과 마음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겠지약속장소로 가는 차 안에서 몸은 마음을 부른다빈몸뚱이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허나 마음은 이미 내일로 달아나 제멋대로 한 달 뒤몇 년 뒤를 읽어나가는 중이다애타게 불러도 좀처럼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심지어는 그곳에 눌러앉겠다는 전보를 보내오기도 했다 낡은 카페의 평일도 들어가 팔짱을 끼고 창가에 앉았다잠이 들 즈음 마침내 당신이 나타났다오는 길에 샀다며 노을빛 물든 내 몸에 마음을 내미는 당신아 당신 그곳에서 왔구나.



반응형

'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쓰기]밤의 버스  (0) 2013.11.28
[시쓰기]마지막 눈  (0) 2013.11.28
[시쓰기]밭 만드는 날  (0) 2013.11.28
[시쓰기]나는 봄비  (0) 2013.11.28
[시쓰기]뽀득뽀득 월요일  (0) 2013.11.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