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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김정환
결국 마음은 세 시로 갔다. 아쉽지만 몸은 두 시에 두고 올 수 밖에. 약속은 일곱 시다. 아니 약속도 아니다. 감동을 위해 자세한 약속은 생략된다. 겨우 몸이 세 시에 도착했을 때 마음은 열한 시를 넘어갔다. 껍질이 벗겨지듯 잔인하게 분리됐다. 아마도 당신은 내 몸과 마음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겠지. 약속장소로 가는 차 안에서 몸은 마음을 부른다. 빈몸뚱이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허나 마음은 이미 내일로 달아나 제멋대로 한 달 뒤, 몇 년 뒤를 읽어나가는 중이다. 애타게 불러도 좀처럼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곳에 눌러앉겠다는 전보를 보내오기도 했다 낡은 카페의 평일도 들어가 팔짱을 끼고 창가에 앉았다. 잠이 들 즈음 마침내 당신이 나타났다. 오는 길에 샀다며 노을빛 물든 내 몸에 마음을 내미는 당신. 아 당신 그곳에서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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