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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준비>
곧 겨울이 오리라
해맞이를 위해서 고개를 좀 더 비스듬히 꺾어야 하는 일에 익숙해지리라
나의 겨울은 허공에서 태어나리라
계절은 베란다 유리창을 통해 자신을 꼭 닮은 나를 목격하리라
그것의 눈동자는 앙상할 것이고, 끊임없이 무언갈 그리워할 것이며
동시에 아무것도 기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한참을 바라보리라
마치 방금 전에 헤어졌던 이들처럼
아직도 거기 있냐는 눈빛으로 그 허공을 채우겠지
기다리던 눈이 내릴 때까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들로 그 허공이 메워질 때까지
바로 그 때까지, 나는 이번 생에서도 여전히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린다
그곳에, 그곳의 겨울에
그러니까 영원한,
겨울에 내가 내리고
당신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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