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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보드

롱보드 연습 2일차 (코멧 부두돌 comet voodoo doll)

by 통합메일 201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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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보드 연습 2일차 (코멧 부두돌 comet voodoo doll)

 

아침에 일어나니 푸쉬오프를 하는 오른쪽 다리의 사타구니 부분이 엄청 당겼다. 알이 잔뜩 밴 느낌이었다. 평소에 운동을 거의 안 하다가 갑자기 운동을 했더니 겪는 증상이었다. 뭐 굳이 변명을 하자면 무골보다는 문신에 극도로 가까워서.. 그리고 자전거 사고 이후로는 트라우마 때문에 자전거를 잘 타지 않게 되어서.. 그렇다고 해두겠다.

 

아침 일찍 교회를 다녀와서 일단 좀 잤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큰 길 건너에 있는 X-game 연습장에 갔다. 가는 과정도 참 난감했는데, 큰 길가에 있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갔으나 노면의 상태가 대단히 울퉁불퉁해서, 더군다나 내가 장만한 롱보드는 탄성이 전혀 없는 제품이라서 노면의 진동이 몸으로 그대로 전달되는 통에, 아직 실력이 형편없어서 방향 조종도 난감한 통에 쉽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가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하하하.

 

그래도 어찌어찌 무사히 롱보드를 타고 가다가 업고 가다가 하면서 잘 도착을 했다. 주말의 오후라 그런지 아이들이 S보드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은 아이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어느 아저씨 한 분이 여러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감독을 하고 계셨다. 나는 그틈에 몰래 보드를 밀고 나가기 시작했는데, 아이들 중에 하나가 와 보드다 신기하다.”라고 하면서 시선이 집중되는 걸 느꼈다. 보드가 신기한 건지, 서른 다 된 인간이 저런 걸 타고 노는 게 신기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개중에 중학생 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가 크루져보드를 타고 놀고 있었다. 그 장소에서 보드라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그와 나 뿐이었다. 그 녀석이 먼저 내 눈치를 살살 살피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나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몇 바퀴 열심히 돌아주고 기회를 봐서 그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학생 이리 와서 내꺼 한 번 타와요. 나 이거 어제 샀는데 쉽지가 않네.” 그러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와서는 약간 쭈뼛거리다가 한 바퀴를 돌고 왔다. “어때요? 괜찮은 거 같아요?” 그렇게 묻자 그는 와 조종하기가 엄청 어렵네요.”라고 했다. 크루져보드는 굉장히 능숙하게 타던 그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좀 의외이기도 했지만, 이 보드가 원체 다루기가 좀 힘든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학생은 확실히 자기 보드로 푸쉬오프를 제대로 해냈다. 물론 그 학생의 보드는 내 것보다는 지상고가 낮기는 하지만 보드 위에서 한 쪽 발로 정확히 중심을 잡고 푸쉬오프를 하는 그 학생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역시 답은 연습뿐이라고 생각하고 또 열심히 몇 바퀴를 돌고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저기 산기슭에서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에서 오크나 고블린들이 달려 기어드는 모양으로 중학생들 한 무리가 울타리를 넘어 연습장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인라인이나 스케이트는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저들끼리 놀다가 심심해서, 이곳에 와서 누구 것을 좀 얻어 타려는 심산이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아까 그 학생의 크루져보드와 아저씨와 아들의 S보드, 내 롱보드를 빌려 탔다. 빌려가는 폼새가 아주 능숙했다. 나는 그들에게 내 보드를 맡기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으나 인터넷카페 등을 통해서 미리 배워 익힌 바로는 보드 인심은 후해야 한다고 했기에 아저씨 한 번 타 봐도 되냐는 그 중딩의 물음에 그러라고 했다. 그 학생은 내 보드를 들고 가더니 일단 그 무게에 한 번 놀라고 타기 어려움에 또 놀라는 것 같았다. 그리곤 도저히 못 타겠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납을 했다. 나는 속으로 웃으면서 나도 이제 마지막으로 한 번 타고 가야겠다 싶어서 한 바퀴를 도는데, 문득 또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괜히 긴장을 하고 오버를 하게 됐고, 결국 어제 경험했던 푸쉬오프 중의 풋바이트를 또 저질러 버렸다. 내 몸은 앞으로 튕겨나가 버렸고, 왼쪽 무릎을 갈면서 미끄러지듯 넘어졌다. 일단 심각하게 쪽팔리긴 했지만, 다행인 것은 연습장의 바닥이 아주 부드러운 우레탄이라서 전혀 아프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산지 얼마 안 된 츄리닝 바지에 구멍이 나버렸다. 나중에 집에 와서 자세히 보니 마치 불에 그슬린 것처럼 구멍이 나있었다. 미끄질 때의 마찰열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너무 쪽팔린 나머지 그 길로 연습장을 빠져나왔다. 쪽팔려서 도망치는 티를 안 내려고 신경을 좀 썼지만 아무래도 티가 났을 것 같다. 하하하. 오늘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또 이렇게 넘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속상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주택가의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길을 통해 올라왔다. 완만한 오르막길인데 푸쉬오프 연습을 하기에는 딱인 것 같았다. 다만 엄청나게 힘들었다. 전체 체력의 50%는 이곳에서 썼던 것 같다.

 

그리고 확인하게 된 것인데 개들이 보드의 바퀴 소리를 무척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스팔트 위를 보드가 굴러가게 되면 글글글글 소리가 나는데 이것이 아무래도 개들이 상대를 위협할 때 내는 소리인 으르렁하는 소리와 비슷해서 그런게 아닌가 했다. 첫날 보드를 탈 때도 그랬고, 두 번째 날 보드를 탈 때도 그랬다.

 

하여간 오늘의 연습으로 느낀 것은 푸쉬오프가 제대로 되어야 하겠다는 것과, 풋브레이크 연습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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