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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After christmas 휘 비싸게 사소서 생이여 맹세컨대 나는 어느 한숨 함부로 내쉬지 않았소 태양이 트럼펫을 불던 시절에 어느 태권도 학원장은 크리스마스의 t를 강조했소 나는 그때 처음 묵음이라는 걸 알았소 찍히되 소리나지 않는 글자를 알았소 사귀되 기억되지 않는 인연을 알았소 노동자 없는 자본주의를 알았소 국민이 없는 민주주의를 알았소 물론 나는 내가 묵음이 될 줄은, 묵음으로 태어난 인간이 나일 줄은 상상도 못 했소 얼굴 없는 거울 앞에 그래도 제딴엔 이렇게 소리 없이 온 몸으로 우는데 히 값을 치러주오 생이여 나는 이 화려한 하루 사이에 몇 번이고 부지런히 숨죽였던 묵음이라오 2013. 12. 26.
[결혼식축시]오래된 술집 오래된 술집 어디 갈까 하다가 머뭇거리는 걸음 끝에 마지못해 밀어젖힌 유리문 저편으로 그리움 담을 그릇이 태어난다 때로 그것은 보잉 737 언젠가 한 번은 스쳤을지도 모르는 이들과, 돌아갈 수 없어서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들을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며 우리의 이야기는 거짓말처럼 이륙하곤 했다 어디까지 날아갈까 이제는 땅 딛고 살고 싶어 낡은 엔진 같은 소리를 내면서 우리는 숱하게 또 비행했다 그러다 때로는 담배 끝에서 흘러나오는 구름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런 술집과 함께 늙어갈 수 있다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 아닐까 여기서 바라보는 뭇 풍경이 그리워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염없이 불투명한 1초 뒤와 주머니 속에 구겨 넣은 고민들과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서러움, 끝내 사랑할 수 없던 사람들까지 마지막 비.. 2013. 12. 12.
[자작시]월동준비 곧 겨울이 오리라해맞이를 위해서 고개를 좀 더 비스듬히 꺾어야 하는 일에 익숙해지리라나의 겨울은 허공에서 태어나리라계절은 베란다 유리창을 통해 자신을 꼭 닮은 나를 목격하리라그것의 눈동자는 앙상할 것이고, 끊임없이 무언갈 그리워할 것이며동시에 아무것도 기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우리는 서로 한참을 바라보리라마치 방금 전에 헤어졌던 이들처럼아직도 거기 있냐는 눈빛으로 그 허공을 채우겠지기다리던 눈이 내릴 때까지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들로 그 허공이 메워질 때까지바로 그 때까지, 나는 이번 생에서도 여전히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린다그곳에, 그곳의 겨울에그러니까 영원한,겨울에 내가 내리고당신이 내린다 2013. 12. 10.
[자작시]인어의 딜레마 인어의 딜레마말을 자금 해야 하는디 때로는 툭툭 어떨 때는 스멀스멀 혹은 또 능글능글 공허다 텅 빈 우리의 사이가 아파 쓸모 없는 말로라도 채워보려는 거였겠지 아무렴, 철부지의 종특이 어딜 가누 무릇 사내는 말수가 박해야 한다 하여 가슴이 넓은 쾌남을 꿈꾸었으나 오늘밤도 나는 송아지처럼 터벅터벅 집을 찾아가는 길에 어김없이 입맛이 써서 세상 몰래 중얼중얼 노래를 부른다 201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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