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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3

[시쓰기]뽀득뽀득 월요일 김정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겸손하고,아프지 않은 날에도금욕해야 할텐데 지각한 벚꽃처럼반가운 것이세상에 또 있을까 죄송하지만담배를 피우는 심정으로시를 읽고 베낀다.내 안에 거하다무엇도 남기지 말고 떠나시라고 엄마가 사준 총명탕은 졸음만 옹알대서몽롱하게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나는오늘도 취하셨을 당신을뽀득뽀득 문지른다. 내일은 꼭 산책을 해야지이내 곧 뿌예지지만. 2013. 11. 28.
[시쓰기]선물 김정환 결국 마음은 세 시로 갔다. 아쉽지만 몸은 두 시에 두고 올 수 밖에. 약속은 일곱 시다. 아니 약속도 아니다. 감동을 위해 자세한 약속은 생략된다. 겨우 몸이 세 시에 도착했을 때 마음은 열한 시를 넘어갔다. 껍질이 벗겨지듯 잔인하게 분리됐다. 아마도 당신은 내 몸과 마음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겠지. 약속장소로 가는 차 안에서 몸은 마음을 부른다. 빈몸뚱이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허나 마음은 이미 내일로 달아나 제멋대로 한 달 뒤, 몇 년 뒤를 읽어나가는 중이다. 애타게 불러도 좀처럼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곳에 눌러앉겠다는 전보를 보내오기도 했다 낡은 카페의 평일도 들어가 팔짱을 끼고 창가에 앉았다. 잠이 들 즈음 마침내 당신이 나타났다. 오는 길에 샀다며 노을빛 물든 내 몸.. 2013. 11. 28.
[시쓰기]나는 봄비 김정환 따스한 봄날엔 해변으로 가야하는데그냥 술만 마셨어이슬이 되려고 했는데그만 봄비가 됐어유난히 정직한 계절에달콤한 물방울이 되어 세상을 적셔 소리도 없이 나는 기름칠을 해머리하러 가는 버드나무와흐느끼는 아스팔트즐겨찾기해 놓은 버스 타이어에까지 말야 어김없이 돌아온 봄은내 몸과 마음 사이의어디쯤엔가 있어서으스러지도록 껴안아도결코 터뜨릴 수 없는 것이란다 화가 나서 노래를 하지만이미 젖은 봄 위엔아무것도 쓰여지질 않아터벅터벅 황홀한밤길을 걸어꿈으로 갈 뿐이야 그렇게 인주 묻지 않은밤이 지나면결국 시큼함만 남기고나는뚝 껄떡임이 멈추기도 전에땅은 표정을 잃고벚꽃은 이슬마저 털겠지 하루 종일 사랑했으니고지식한 하늘에도작은 떨림 정도는 남을게야요동치는 봄을 덮고나는 이제 눈을 감아 다음 추억에서는누구의 가슴에서.. 201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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