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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4

[결혼식 축시]잘 늙을 수 있을까 땅이 도처에 봄을 뿜어 올린다기억해 이 순간우리의 생에 깊이 팰 운명의 전환점을몇 번이고 쓰다듬어질 우리의 모습을 이렇듯 특별한 하루의 꼬리를 물며물끄럼한 시선, 봄의 그림자를 낚고당신이 담긴 눈동자에 부연 떨림이 일 때가 있었다 여보언젠가 이렇게 불러볼 텐데우리는 잘 늙을 수 있을까한 겹씩 늘어나는 생의 턱을 딛을 때마다오늘과 같은 광명과 재회할 수 있을까 여보사실은 무척 쑥스러운데우리는 잘 늙을 수 있을까삶에 고인 투명함에 허우적거릴 때마다우리는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여보이젠 정말 용기 내어 불러본다우리는 잘 늙을 수 있을 거야괜찮다는 말, 힘내라는 말이질량을 잃고 우주의 미아가 된다 하여도 언제든 손을 뻗어 서로의 꿈을 맞잡고하염없이 그리운 나날의 추억,그날의 볕들에 문득 고개를 들면눈이 .. 2013. 11. 26.
[시쓰기]신을 만났다 신을 만났다 때로 신을 만난다 신을 만났다 신은 늘 그곳에 있다 그가 오는 모습과 그가 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니 본적이 없으니 신은 늘 그곳에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그곳을 알지만 알지 않으며 알지 못하는 외줄 위에 나를 놓아둔 채로 이 생을 어루만져 왔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외줄이 무한의 우주로 확장되는 순간은 내가 온전한 나를 마주할 때라는 것이다 모든 것의 원인과 결과가 나라는 존재에로 수렴될 때 비로소 신은 드러나며 내가 곧 신이라는 것과 신이 곧 나라는 것을 부스러지는 입꼬리로 부여잡게 된다 시계 초침에 시선을 매단 채로 삶을 음미하는 때가 있었다 쪼개지는 순간이 영원히 회귀하고 회귀해도 좋을만한 것임을 문득 기억해내는 날에 뒤돌아보자 생이 하나의 거울이 되도록 2013. 11. 26.
[시쓰기]시차 시차 김정환안녕그렇게 웃었다웃음이 어색했나보다땅은 수줍지도 않은지조금도 붉어지지 않고여전히 흙빛이었다되려 하얗게 질렸달까 반기지 않는 땅을 디디며,알아 알아나를 반겨주는 것은 앞서 걸어간 시차의 발자국뿐이란 걸 보고 싶었어요 그리웠어요하고 싶던 말시차가 먼저 했었다사랑한다는 말도,네 곁에 있고 싶다는 말도,으스러지도록 안아주고 싶다는 말도 안녕내 방에 누워있던 시차가나를 반겼다나보다 먼저 아파한 시차가나를 반겼다애꿎은 시차를 앞에 놓고나는 조용히 울었다 달력의 끝에 시차를 보내두고잠시 나는다섯 시간 전의 세상을 살았다다섯 시간 전의 슬픔과다섯 사간 전의 그리움과다섯 시간 전의 기쁨과 다섯 시간 전의 내 삶을부둥켜안았다 잘 있었냐고물었다그들이 대답했다잘 다녀왔냐고,다섯 시간이나 기다렸다고,얼마나 힘들었냐고.. 2013. 11. 26.
[집들이 축시]친구네 집 친구네 집에 갔다 눈 한 번 깜박 술 한 잔 꿀걱 이상하다 우리의 서른에 영하 20도의 바람이 스치우고 늙으신 부모님 보폭에 몇 번 고개 떨굴 틈도 없이 신기하다 내 친구네 집에 갔더니 예쁜 딸이 있어 내 친구가 언제 자식을 낳았나 어둔 골목에서 하나 둘 염초롱한 20대 막차들을 타고 그러니까 그렇게 친구네 집에 갔더니 가라앉는 시선 그 어린 것의 발가락 하나에 멈춰 박하게 베푸는 웃음 한 올에 심장이 저려 송구하고 피가 아려 눈물을 더듬지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친구네 집에 갔더니 친구가 있었고 가족이 있었다 딛고 있는 시간이 무뎌질만큼 예쁜 가족이 있었다. 친구네 집에. 201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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