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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각

노르웨이 여군과 서울대 여대생들(여성 징병제와 군가산점 그리고 양성평등 그리고 다시 징병제)

by 통합메일 2014.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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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하여 참고가 될 만한 글 

여성징병제 요구시위, 혹은 "국가주의 페미니스트들"에 관하여


2015년부터 노르웨이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여성도 징병을 통한 1년의 복무가 시행되고, 얼마전 서울대학교 여학생들이 여성 군복무(징병제)를 주장함에 따라서 국방의 의무에 대한 남녀 간의 형평성이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에 달린 댓글의 수만 봐도 사람들이 이 사건을 얼마나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일단 그 중에서 아예 미리 거세하고 싶은 것은 "여성은 신체 구조상 군복무가 적합하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아니, 아예 덮어놓고 무시할 수는 없으니 그런 발언부터 짚고 넘어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일단 나는 그러한 발언이야 말로 사진 속의 저 두 여성이 저항하고 있는 관념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신체가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 논쟁의 원초적 입장에서는 어떤 중요성을 점유하지 못한다.

 신체구조를 빌미로 삼아 여성의 군복무 부적합성을 주장하는 것은 첫째로는 주입된 고정관념에 순응하여 사고를 멈춘 이의 습성일 수도 있고, 혹은 그 이면에 어떤 저의, 즉 국방의 의무를 남성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은폐하여 대외적으로는 그 희생과 공헌의 정도를 과대포장하고 그로 인해 수혜할 수 있는 유무형의 혜택을 독차지 하고 싶은 심리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남성만 징병되는 작금의 구조를 이용하여 남성에게만 부여된 국방의 의무를 거꾸로 독점적 권리로 악용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생각된다. 그런 시도의 귀결은 결과적으로 양성평등의 저해다. 작금의 사태에서 가장 해로운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여자는 신체구조상 국방의 의무를 질 수 없다고 하는 남자들과, 또 마찬가지로 여자는 신체구조상 국방의 의무를 질 수 없다고 하는 여자들이다. 가장 해롭고 어리석은 이들이다. 한쪽은 여성의 신체를 무시하거나, 혹은 주입된 여성성에 고착된 미사여구로 여성을 비하하거나 여성의 환심을 사고자 결과적으로 여성의 인권을 짓밟고 있는 이들이고, 한쪽은 자신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한 순간의 주어진 편안함에 도취되어 그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낮은 수준에서 사고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리다 보니 좀 더 높은 수준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나로서도 해당 여대생들의 입장에 서서 위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동등한 의무의 이행 통한 동등한 권리의 향유를 주장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다른 한편으로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는 논의들이 있다. 바로 징병제를 통한 국방의 의무 이행에 대한 회의적인 주장들이 오고가는 논의들이다. 

위의 글을 보면, 여성의 징병이 정당하고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이전에 우선 징병제 자체가 정당하고 합리적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저 뉴스가 화제가 됐을 당시에도 종종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보여 매우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한 의문은 앞서 나열된 노르웨이나 시위하는 서울대 여대생들의 사례 모두에도 반기를 드는 것이었기 떄문이다. 메타적인 사고가 즐거워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순간이다. 위의 글은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이러한 페미니즘 운동이 국가주의에 경도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었다. 즉, 글의 요지인 즉슨 군대는 남자만 가는 것이라는 사고의 개혁 이전에, 군대를 꼭 가야하는 것이라는 사고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 즉 다시 말해 병역을 절대적 가치로 간주하는 관념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주장에 강력한 거부감을 느낄 것이고, 거부감은 느끼지 않는다 하더라도 강한 염려가 뒤따를 것이다. 그런 이들의 심리는 두 가지로 짐작이 가능할 것 같다.

1.내가 군대가서 그렇게 좆뻉이를 쳤는데 너네는 편하겠다고? - 너도 당해보라는 물귀신 심리
2.나라에 돈이 어디있어서 모병제를 해? - 국가 재정에 대한 우려

1번은 그냥 개소리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 같다.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미래세대로서 후세대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가진 세상을 물려주려 하기는 커녕 자신과 똑같은 혹은 더 심한 고난을 겪기를 기도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고 못난 행태다. 좆뻉이 친 게 억울하다면 그 분노의 감정은 편해질 후세대가 아니라 자신을 좆뻉이 치게 만든 주체로 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후세대를 물고 늘어진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 증오해야 할 궁극적 주체에게 감히 저항할 용기가 없는 겁쟁이임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리라.

물론, 모병제를 하는 국가들(미국, 영국, 일본)을 보면 경제강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 경제강국이 아닌가? 물론 그들 나라보다는 못하겠지만 동북아시아 경제개발도상국 중에서 (턱걸이로나마) 선진국 반열에 오른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이다. 그런 사실을 상기한다면 아직도 경제력을 핑계로 모병제를 못한다고 하는 것은 좀 궁색한 변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북한이라는 강적이 코앞에 있기 때문에 상시적 전력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모병제가 거부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병제로는 도저히 그 인원을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일까?

예전에 사귄 여자친구의 경우에는 맨 위에 있는 어리석은 경우에 해당했는데, 그녀 말인 즉슨 여자는 군대를 안 감으로 인하여 남자들보다 일찍 졸업하여 경제활동에 일찌감치 종사를 하게 되니까 그것이 남자들이 수행하는 국방의 의무에 상응한다는 것이었다. 개인의 의사로 돈을 버는 행위를 국방의 의무와 비교하는 발언에 대하여 훗날 그녀 스스로도 실언이라고 인정하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여성들이 '군대에 간다'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거부감을 느끼면 저런 헛소리까지 해댈까, 싶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그녀에 대하여 내가 "꼭 군대에 갈 필요는 없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때부터 등장하는 것이 합리성과 효율성이다. 확실히 여성의 신체와 사고방식은 군대에 쉽게 적응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징병을 통한 복무 말고 그에 정말로 상응할 만한 것을 통하여 사회에 공헌을 하게 된다면 군가산점과 같은 꼬이고 꼬이고 꼬인 최악의 해결책 같은 것을 내미는 사태는 자취를 감추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의 이러한 입장은 앞서 내가 비판했던 입장과 유사해 보이지만 나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내가 비판한 이들의 경우에는 논리는 이렇다.
1.여성의 신체는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다.
2.따라서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마라(하지 않겠다.)
3.그리고 지금처럼 평생 남자들에게 무시당하면서 살아라(무시당하면서 살겠다.)

나의 경우에는 이렇다.
1.여성의 신체와 사고구조는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2.그렇다면 뭔가 군복무에 상응할만한 다른 거라도 해라.(하겠다.)
3.그렇다면 그 공헌을 근거로 남녀는 진정한 평등을 이루리라.(군가산점 같은 개소리는 물론이거니와 군대 다녀왔다고 거들먹거리는 예비역에서부터 시작해서 가부장적으로 행동하는 남성들에 대한 법적/도덕적 계도가 가능해진다.)

물론
1.나의 논지 역시도 징병제를 인정하고 있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한계를 갖는 것이고
2.군복무에 상응할 만한 대체복무 혹은 사회적 공헌으로 무엇을 지정해야 할지 사회적으로 합의불가능할지도 모를 논쟁이 예상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과거에 그 누군가가 성인이 된 여성들에게 의무적으로 베이비시터로 복무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네티즌의 매우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개인적으로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징병제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도 이야기를 하다 만 게 되어버렸는데, 국방의 의무를 대상으로 한 양성평등 논쟁이 징병제를 당연시하고 절대시하는 편협한 관념 속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양성평등을 위한 현실적 논의에서 그 주장이 힘을 발휘하기는 좀 힘들어 보인다는 생각이다. 현상유지를 지향하는 저열한 의지들이 저렇게 발에 채이는 상황에서 하염없이 요원한 느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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