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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사모님과 경비원(2014.11.08)

by 통합메일 2014.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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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사모님과 경비원





어느 아파트 경비원의 자살


아파트에서 차량이 폭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다. 경비팀장이 아파트 입주민의 차량 안에서 신나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이다. 이른바 분신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사경을 헤메던 그가 한 말


"여기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


사경을 헤메면서까지 그가 내뱉었던 악마라는 단어. 그 단어가 가리키는 사람은 누구일까. 주인공은 바로 그 아파트의 어느 입주민이었다.



조사결과 경비원들에게 심각하게 모욕적인 대우를 한 어느 사모님이 지목되었다. 사건이 기사화되면서 언론과 네티즌들은 악마라고 지목된 그 여성을 향해서 극도의 분노를 쏟아 부었다.


그런데 오늘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은 이 사건에는 모종의 왜곡이나 오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경찰의 수사가 지금까지 언론에서 발표된 내용과는 다르게 흘러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경찰의 입장은 지금까지 언론의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방송은 제대로 된 팩트를 알아보기 위해 사건을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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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경비원은 그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에 출근해서는 아내에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두 시간 뒤에 그는 차량 안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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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한 경비원의 증언에 따르면, 해당 경비원은 언론과 네티즌에 의해 지목된 사모님과 대화를 나눈 후에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CCTV 분석 결과로는 경비원과 사모님이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이 증명이 되지는 않았다. 경찰로서도 주변의 CCTV에 목격된 내용을 토대로 해서 그저 그 내용을 유추해 볼 따름이었다.


당사자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 즉, 경비원들에게 모욕적으로 대했다는 혐의는 없는 얘기를 지어낸 모함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은 경비원들에게 인정있게 대했고, 오히려 많이 배려해줬다는 것이다.



주변 이웃들은 사모님이 아파트에서 오래 살다보니 경비원들에게 잔소리를 좀 많이 하기는 했지만 수용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죽은 경비원에 대해서는 어두운 사람이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참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원래는 관리하는 동이 달랐는데 현재의 사모님이 있는 동으로 근무처를 옮기면서 그의 생활이 많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이것저것 사사건건 참견을 했다고 한다. 청소나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가지고 트집을 잡고, 경비원이 자리를 비우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욕적 언사를 서슴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경비원들 뿐만 아니고,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에게도 무척이나 안하무인으로 대했다고 한다.


사모님은 경비원들에게 먹을 것을 던져준 것이 기분 좋게 인정을 베푸는 차원에서 딱 한 번 그랬다고 했는데, 동료 경비원들의 말에 따르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고, 먹으라고 던져줬다기에는 음식의 상태가 쓰레기에 가까웠다고 했다.


사모님은 동료 경비원이 경찰서에서 쓴 진술서를 근거로 당당하게 나왔다. 경비원은 해고될 것을 두려워해서 일부러 그녀에게 유리한 진술서를 작성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혼수상태에 빠졌던 분신 경비원의 정신이 돌아왔다. 그날도 그녀는 경비원에게 면박을 줬다고 했다. "야 이OO야 청소 안 하고 뭐하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에게도 먹다 남은 과자를 던져줬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신나를 들고 자동차 안에서 불을 질렀던 것이다.



방송에 따르면, 죽은 경비원은 사모님이 있는 동으로 옮기면서 우울증까지 앓게 된 모양이다.(방송에 따르면 경찰은 그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온 것 같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도 같다.)



이와 관련하여 방송은 정신과 전문의들의 소견을 물었다. 의사들의 의견은 그의 분신자살이 우울증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다. 특히 우울증 환자와 분신자살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우울증은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라, 무기력해지는 것이기 떄문이다.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소소한 스트레스가 사람을 자살로 몰아넣을 수도 있음을 방송은 지적하고 있다.




경비원이 자살하는 사건은 경남 창원에서도 있었다. 죽은 경비원은 역시 입주민으로부터 폭언을 당했다. 입주민은 경비원에게 폭언 뿐만 아니라 배를 떄리거나 멱살을 잡거나 때리는 시늉을 하는 등 폭행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 입주민은 경비원보다 한참 어린 나이였다. 그런 행위의 이유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데 경비원이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방송은 이사간 입주민을 찾아갔다. 그런데 해당 입주민은 여전히 떳떳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뉘우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갑'이라는 이유로 인간이 인간에게 '모욕'이라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느 현직 경비원은 경비 옷을 입는 순간부터 인간으로서의 자격은 상실된다고 했다.




어느 아파트는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경비가 하루 종일 차를 빼고 주차하는 일로 시달리고 있었다. 고급 외제차가 많아서 접속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상당한 금액을 물어줘야 한다고 했다.




어느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이 사과즙을 먹었다는 누명을 쓰고 해고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사실은 오배송된 택배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차원에서 선행을 한 것인데 오히려 도둑으로 몰린 것이다.



현재 아파트 경비원 고용구조는 경비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른바 고용의 유연화가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경비원들 중에서는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일을 거부했다고 해고를 당한 경비원도 있었다.



입주민들 중에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음식들을 경비원들에게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버리기가 귀찮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버려야 할 물건을 경비에게 주는 것이다. 노련한 경비원들은 그런 물건은 아예 먹을 생각도 안 한다는 것이다.




방송은 입주민들이 관리실과 경비원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내용이 담긴 CCTV를 보여줬다. 사람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엉뚱한 곳에서 푸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질 않았다.



그러고보면 우리들은 우리의 곁에서 상존하는 경비원들의 본래 업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주차, 택배수령 등과 같은 업무는 본래 경비원들의 업무가 아니다. 하지 않는 게 옳은 것을 우리는 지나치게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가고 있다. 시키거나 부탁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하여 부끄러워 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 그래도 본인은 적어도 인사라도 꾸벅꾸벅 잘 하고, 일과시간 후에 택배를 찾으러 갈 떄는 음료수라도 한 개씩 들고 찾아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금의 사태를 불러일으킨 분신자살을 시도한 경비원은 깊은 혼수상태에 들어간다.


그리고 지난 11월 7일 경비원 이씨는 끝내 가족들의 곁을 떠났다.


장소에 따라, 사람에 따라, 현대판 노예로 인식되고 있는 경비원.


그것은 이 사회가 얼마나 인권이라는 것에.대해서 무지하고, 전태일이 분신하던 시대로부터 대체 얼마나 진보했는가 하고 자문하게 만든다.


이런 세상에서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다행이다.'라고 하기엔 나의 영혼이 지나치게 비루하고 알량하며 죄스럽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두렵다기 보다는 죄스럽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것을 인간으로서의 양심이라고 할 수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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