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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인간은 정녕 어느 정도의 욕망을 가질 수 있을까’

by 통합메일 201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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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정녕 어느 정도의 욕망을 가질 수 있을까’

대명사 하나를 적는다.


그녀.


그녀의 이름은 정원이다.


‘정’이라고 적고,


‘원’이라고 적는다.

‘인간’이라고 하기엔, 나는 남자 혹은 여자 한쪽의 신체적ㆍ심리적 성 한쪽만을 차지한지라 장담하지 못하겠다.


육체적ㆍ심리적으로 남성인 나는 감히, 여자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아름다워지고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은, 그녀가 누군가의 관찰대상이 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하는 존재가 될 때라고 고백한다.

사랑 앞에 겸손은 무의미하다.


‘생각한다’라는 것은 ‘믿는다’와 다를 바 없고, ‘믿는다’라는 것은 곧 ‘그렇다’는 의미와 위상을 차지한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고 믿는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먼 길을 돌고 돈다.


여행을 하던 나는 끊임없이 되뇌었다.


“이것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무언가를 버리기 위한 여행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다른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


긴 여행에서 돌아와,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것을 잃었다.


잃음과 얻음의 연속에서 몸과 마음이 함께 피로해지고 피폐해졌던 것 같다. 차라리 엄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고통을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눈앞에서, 피부 밑에서 고통이 쉴새 없이 꿈틀거렸다.

저 멀리 당신이 걸어간다. 몇 번을 떠올린다 해도, 풍경은 어두운 밤, 드문드문 인색하게 밝혀놓은 가로등이 국도를, 그 옆의 풍성한 밭을 서툴게 그리고 있었다.


‘여름이 오는구나. 거침없이 여름이 오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밤이었다.


저 멀리 당신이 걸어갔다. 아장아장 걷지도, 성큼성큼 걷지도 않았다. 내숭일 게 뻔했을지라도, 양팔 벌려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내 발바닥 마디마디가 행성의 지표면에 닿아 셀 수 없는 키스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입맞춤마다 별가루가 반짝여, 하는 수 없이 가슴이 무너졌다.


저 멀리 달려가는 당신을 잡아야했다. 만날 수 없는 가을이 될까봐. 하지만 잡을 수 없을 만큼 당신은 앞서 달려가 버렸다. 가로등의 행렬이 문득 끝나던 곳, 어둠의 현관에 들어서며 문득 돌아보던 당신이 거기 있었다. 괜히 거칠게 남은 손의 감촉, 수줍게 숨기던 뒤꿈치가 순서대로 나의 기억에 작별을 고했더라. 그대 미련 없이 그렇게.

“너와 함께 있는 건 이렇게 좋지만,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


꿈을 말하노라면, 그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렇군요.”



괜히 미움이라도 불러보려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냥 걱정해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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