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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SNS가 인생의 낭비다’라는 말에 대하여

by 통합메일 201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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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인생의 낭비다’,라는 말에 대하여


나는 반박을 하곤 했다.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인생의 낭비라는 것은 SNS가 아니라, 댓글, 혹은 게시판 활동이다.’라는 명제를 세워보곤 하였다. 게시판에 게시물이나 댓글을 다는 행위로 인하여 타인과 의견의 불합치를 이루게 되고, 대립하게 되면서 소모적인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이 그야말로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만약, 그러한 소모적인 노력을 통해 상대방이나 집단의 마인드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그 소모는 모종의 투자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로, 아무리 온갖 카오스 이론적 가능성들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태를 더욱더 악화시키면 시켰지 상황을 개선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인터넷 공간은 이미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그 어떤 새로운 생각과 사실, 혹은 생각하는 방법들을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어떤 새로운 가십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감정을 쏟아붓기 위한 배설의 장으로 변질 되어 버린지 오래라는 것이다.


다만, 정작 세간에서 한심한 대상으로 매도되고 있는 SNS, 즉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경우에는 타인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자신을 포장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그것은 결코 ‘인생의 낭비’가 아니라는 개인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트위터와 관련해서는 타인이 나의 의견에 동의하든 안 하든 간에 그냥 나의 생각을, 그것이 개소리든 아니든 간에 공허한 인터넷 상에 소리지를 수 있는 장이 된다는 점에 있어서, 그리고 그것이 그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 있어서 참으로 매력있게 다가왔다.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나의 근황을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나 역시도 타인의 근황을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참으로 유용한 수단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근래의 나의 경우에는 기존에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SNS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과연 인간은 완벽하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가 그러했고, 트위터의 경우에도 이미 꽤 오랫동안에 걸쳐 관계를 맺어온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상의 이슈나, 인간에 대한 회의적이고 잔인한 생각들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점에서, 역시 어김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나는 스스로 자기검열을 단행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니까 결국 내가 온전하게 나의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애당초 내가 세웠던 명제의 건전성이 위험해지는 것이 아닌가? 결국 SNS도 여타의 게시판과 같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 연결된 네트워크에 불과한 것으로서, 그곳에서조차 온전히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이 역시 소모적인 것이 아닌가?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이상 이쯤에서 SNS에 의존하는 스스로의 행위를 바로잡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이고 합당한 일이 아니겠는가.


무언가가 아직도 불분명하기는 하다. 나는 과거와의 단절을 희망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SNS를 이용함에 있어서 새로운 방식을 취사선택하려 하고 있는 것인가?


굳이 말하자면 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는 제법 노력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의 상당한 이질감을 경험하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과거의 여러 관계들이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취했던 노력들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한다면 절대 사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뻔뻔스럽게도 내가 했던 노력과 열정의 절반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정말 뻔뻔하게 나에게 이러저러한 것들을 요구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가? 내가 베풀었던 은혜에 대하여 그들이 그 무엇인가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이룬 많은 것들에 대하여 나의 위대함을 인지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아는 나는 그런 기대를 접고,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의지다. 외로움을 딛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의지. 외로움을 외면하고서라도 내가 의지를 고취할 수 있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는 과연 무엇일까? 이미 무너져가는 가족들을 먼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여전히 나는 호흡이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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