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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모녀의 종전 혹은 휴전

by 통합메일 2015.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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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종전 혹은 휴전, 그리고



모녀의 싸움이 종전 혹은 휴전을 맞이했다.


일주일하고도 이틀이 지나 동생이 말문을 열었다.


무엇이 냉전을 그치게 만드는 원인이었는지는 아직도 알질 못한다.


짐작이 가는 것으로는 내가 술 먹다 남겨 싸온 닭강정, 그리고 일요일이라서 함께 교회에 간 모녀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 정도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오히려 더욱더 회의적이고 씁쓸한 느낌이 넘치고 있지만, 그래도 아까 동생이 낮에 활기찬 모습으로 또 까불까불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연히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렇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그저 작금의 불편함에 못 이겨 냉전이 종식되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역사를 배운 인간으로서 본능적인 불안과 불쾌감을 떨쳐낼 수 없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고 주섬주섬 정리를 해본다.


가족이라는 것에 대하여 이 정도의 감정 밖에 갖지 못하게 된 스스로를 이따금씩 확인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점은 인정해야만 할 일이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그러한 인식과 함께 내가 가족에 대해서 갖는 인식과 감정 역시도 지극히 오래 되어버린 것이라서 이제는 당연할 정도로 평상시엔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고, 나아가 그것은 하나의 가치관이 되어 나의 사고방식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 오히려 현실적인 문제라면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가정환경이 인간의 학습능력 혹은 나아가서 도덕적 능력에 작용하는 영향력은 심히 지대하다 하겠다. 그것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맺고 있는 것이 가정환경 속에서의 가족과의 관계이고, 인간이 가정을 떠나서 맺게 되는 인간관계라고 하는 것들은 기실 가족이라는 관계를 확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맥락에서 고려해볼 때는 실로 그 개연성이 이루 말 할 수 없이 그 폭을 넓혀 나간다는 인상이다.


나의 경우에는 관계라는 것을 지극히 이해타산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하나의 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하여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인력의 감정이 공존하며, 그 두 가지의 감정은 심심찮게 나의 내외부에서 마찰을 일으키고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하여 현시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그 두 종류의 감정이 맺고 있는 하나의 구조는 인간 관계 속에 있는 나에게 있어 하나의 엄연한 능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관계성이라는 것을 하나의 능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말이다.1)


1) 이에 대해서, 관계성을 능력이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정말 미개한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애당초 이 글을 읽지 않는 게 좋았을 것이며, 지금까지 읽은 글 역시도 그냥 잊어버리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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