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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남 좋은 일

by 통합메일 201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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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좋은 일


연수 중 2014.8.2. 토요일 낮


간만에 마음 편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은 여전했다. 무엇보다 덥다.


학교를 갈까 말까 한다. 갈까 말까. 귀찮다? 흠.. 버스만 타면 될텐데. 아무래도 영 귀찮은 걸. 하여간 오전에는 율서 동영상 작업을 했고.. 95%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박형원은 축가를 불러달라고까지 했는데.. 허허. 귀찮기도 한데 그보다는 일단 씁쓸한 느낌. 나아가서는 을씨년스러운 느낌이다.


그것은 남자에게 편지를 쓰는 것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욱 끔찍한 일일 것이다. 결국 남 좋은 일만 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것은 그렇게 끔찍하다. 나의 어머니는 그렇게 남 좋은 일을 하고 다니지 말라고 내가 어린아이일 때부터 신신당부를 해왔다.


하지만 나의 천성은 결국 타인을 위해 남 좋은 일을 하다가 죽어야 하는 존재인 모양이었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브앤테이크의 보편화였다. 이것은 자유주의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다시 말해 그것이 내가 자유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가 두 진영 사이에서 이렇게 피곤한 삶을 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애증의 감정이 유증기처럼 가슴을 가득 채우고 폭발을 기다리고 있다. 조용히 기름탱크 위를 배회하는 이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방법이 없는 것.


주기 위해서도 받기 위해서도 명분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며, 은혜를 모르는 이를 배척하고, 은혜를 지키는 이를 품에 안아야 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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