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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일본 자전거 여행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7일. 후쿠오카-후루유온천(짜릿한 경험, 고마운 사람들)

by 통합메일 2015.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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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27일 수요일




5시


선잠을 잤다는 생각이다.


타국으로 넘어가는 설렘 때문이었을지


여행 선박에서 만날 수 인연만이 가진 특이한 흥분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부스럭 소리를 기점으로 모두가 거의 동시에 눈을 떴다.


창밖에는 처음 보는 항구가 보였다.


'일본이구나.'



하지만 이미 술도 깨버렸고,


어제의 즐거움을 이어나가기에는 이제 함께 할 시간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어쩐지 서로 말을 조심하는 어색함이 있었다랄까.


졸린 눈을 비비며 다들 저마다 얼마간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아직 퇴선까지는 두 시간 정도가 남았다는 사실이 이내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나도 다시 누워 30분 정도 더 잔 것 같다. 



객실 창가 쪽에 붙어 있는 콘센트다.


아래의 어댑터를 준비한다면 더 좋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위에 있는 돼지코만 있어도 일본에서 사용하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전압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볼트가 아닌 이상, 일본의 가전제품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려면


전압 트랜스(변압기:일명 도란스)가 필요할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한국에서 준비해 온 NTT DOCOMO 선불 유심칩을 폰에 꽂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KT Olleh의 유심칩은 핸들바백 깊숙한 곳에 잘 보관해 두었다.


일본 여행자 선불 유심 NTT-DOCOMO 30일 무제한 데이타 전용 선불 유심


가격은 45,900원이고 30일 동안 데이터 무제한인데 3G~4G는 하루 100MB제한이고 이후로는 매우 느린 속도(128k???)로 사용할 수 있다.

리밋이 걸리면 확실히 속도가 느려지는 감이 있긴 했지만 구글맵 사용에는 전혀 불편이 없었고

동영상 볼 것 아니면 페북 같은 것도 그냥저냥 할만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연락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카카오톡 보이스톡 정말 유용하게 잘 썼다. 시간차가 좀 있기는 하지만 통화품질도 굿.

원래는 다른 여행기에서 참고한 MVNO통신사의 14일짜리 여행자 유심을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사용기간이 내 여행기간보다 짧기도 하고, 후쿠오카에 내려서 공항까지 가서 수령해야 한다는 점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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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을 잘 끼운뒤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마찬가지로 한국돈도 잘 보관해두고 지갑에 일본돈을 채웠다.



저게 아마도 하카타 포트 타워일 것이다.


후쿠오카 항을 하카타 항이라고 한다.



갑판으로 나와서 적절히 셀카도 찍고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어머니께 전화도 드리고 그랬다.


외국에 나가서도 이렇게 전화가 된다는 사실에 매우 신기해하셨다.


나도 매우 신기했다.



저 멀리 보이는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 항 청사인데


부산터미널이랑 비교해서 딱히 크다는 생각이 안 든다?



배에 있는 화장실에는 이렇게 비데가 있었다.


인간을 비약적으로 구분하자면 비데를 사용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으로 나뉜다고 보는데 ㅋ


나는 전자에 속한다.


비데가 없으면 매우 힘들다..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혹시 몰라서 시도를 해봤다.




7시부터 퇴선이 시작됐던 것 같다.


작가님이 줄 서는 거 싫으면 서두르자고 하셔서 다들 후다닥 나갔다.







우선 1차 관문인 입국심사


전편에서 적었듯이 입국신청서에 일본 주소를 웜샤워 호스트로 적었다가


심사대 앞에서 미리 체크하는 직원에게 지적받아서 서둘러 고쳐 적고 심사대에 들어갔다.


심사 직원은 신경질적인 눈매의 중년의 아저씨였는데


헬멧을 벗으라는 말을 한참만에 알아 들었다.


여권을 내밀고, 양손 엄지손가락의 지문을 찍고 통과했다.




두번째는 세관


세관 바로 앞에서 자전거를 수령했다.


그런데 걱정했던 대로 랙팩이 뒤로 넘어가서 엄청나게 쓸려있었다.


아마도 배에 올리고 내리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넘어간 백팩을 교정하지 않고 그냥 억지로 끌고 다녀서인지 상태가 좀 안 좋았다.


정말 불쾌했고, 제대로 결속을 하지 못한 스스로의 부주의에 후회가 됐다.


노블형의 자전거는 그냥저냥 괜찮은 것 같았다.


하여간 자전거를 끌고 세관심사장으로 나가는데 짐이 원체 많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좀 쏠리는 기분은 기분탓..


세관 직원은 이것저것 나에게 물어봤는데


역시 잘 못 알아들었다.


한글을 보여주며 말하길래 그제서야 알아들었는데 알고보니


"금지된 수입품목이나 면세제한을 넘은 품목은 없습니까?"라는 질문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여직원이 나이는 한 25~28세 정도 되어 보이는데


제복에 여경 모자 같은 것까지 쫙 갖추어 입고


무엇보다 외모가.. 일본 AV배우인 사쿠라 마나를 연상시킨다는 것이었고..




<옷 입은 사진으로 엄선해서..>


큐슈 사투리인지는 모르겠는데 질문체인 "데스까?"의 끝을 "꽈?꿔?" 이런 느낌으로 살짝 꼬아서 깊이 찔러는 게


정공법의 하트어택이라 나도 그만 심쿵심쿵하여


리스닝이 전혀 안 됐고,


역시 한국인들을 많이 상대했는지 서툰 발음으로


(마치 적장의 목을 따듯이) "없습니까?"라고 아이컨택과 함께 물어오니


그제야 나는 겨우 그 뜻을 알아듣기는 했지만..했지만..


뭔가 엄청난 음식을 가까스로 삼킨 듯한 사람의 표정이 되어


'없습니다.'라는 뜻의 "아...아리마센"을 힘겹게 토해내며 백기를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미소는 잃지 않는다.)




그랬더니 이 처자께서는


이 한국 순정남의 마음을 오해하셨는지, 어째 수상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샛노란 내 랙팩을 가리키며 뒤지는 제스쳐와 함께 "다이죠부데스까?"(괜찮습니까?)라고 묻길래


이제는 제법 정신줄을 되찾은 나는 떳떳하게 "다이죠부데스"라고 외치며


신속하면서도 대범한 동작으로 내 랙팩을 세관대에 올렸으며


처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텐트, 침낭, 삼각대 같은 것이 들어있는 내 랙팩 짐들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살짝살짝 조심스레 헤집고는 감사하다고 하고는 끝이 났다.


나 역시도 "아리가또고자이마스, 오츠카레사마데시따"(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를 읽으며 나가는데


어쩐지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하여간 이렇게.. 매우 소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엄청난 일을 겪은 것 같아서 적잖이 흥분이 되었는데


외국 나오자마자의 커뮤니케이션이라 침착한 대응이 전혀 되질 않은 것도 있고..


생각해보니 이게 내가 생전 처음으로 일본 젊은 처자랑 대화한 경험이라서 그랬나 싶다.





<우리 백형 머리 사이즈 좀 보세요>


입국장은 2층이었기 때문에 차례대로 노블형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작가님이랑 수제자님 일행은 일본에 자주 오가다보니 세관을 빨리 통과했는지 보이질 않았고


포항에 사는 E형은 터미널 로비에서 만나서 악수와 배꼽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 역시 우리와 같은 객실이셨던 일본 아재를 1층에서 만나서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의 대용은 뭐 늘 그렇듯이....고꼬 마데? 스고이 스고이! 키요츠케떼! 아리가또고자이마스였던 것 같고


(앞선 처자와의 대화에 비해 묘사가 지나치게 성의 없게 느껴지는 것은 여러분의 기분탓입니다.)


아저씨 카메라, 노블형 아이폰, 내 카메라를 돌려가며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의 연배가 우리 아버지랑 비슷한 것 같아서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어제 출항하기 전에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맵에 익숙한 형이 길앞잡이를 했다.


어제 미리 협의한 대로 오늘의 일차 목적지는 후쿠오카 대한민국 대사관이었다.




어제도 낑낑대며 자전거를 탔건만


외국 땅에 자전거를 끌고와서 일행과 함께 팩을 이루어 도로를 활보하니


기분이 정말 (몇 분 동안은) 날아갈 것 같다.



내 핸들바백을 보고 형이 "I like it"이라고 해줬다.



새삼스럽지만


도로는 조용하고 깨끗하며 인도턱도 준수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지옥은)



8시20분


그런데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항구에서 나와서 살짝 도심으로 들어오니 인파가 많아졌고 차도 많아졌고..


심지어는 자전거도 많아서.. 빠르게 달리는 노블형을 쫓아가기가 쉽덜 않았다.


더군다나 항구에서 조금 나왔을 뿐인데 인도턱이 오히려 한국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서


한 블럭 한 블럭 지날 때마다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니 체력은 물론이거니와 또 손목에 많이 무리가 가는 느낌이었다.


편의점이 많은 나라 답게 바로 편의점이 보였는데


형이 "배 고파? 여기서 먹을 것 좀 살까?"라고 묻길래


"쪼끔 배고프네요.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그러죠."라고 하고는 같이 들어갔다.


지금 이 순간은 뭘해도 즐겁다.





편의점에서는 도시락, 파워젤, 물 같은 걸 샀다.


계산을 하는데 여자 점원이 뭐라고 묻는데.. 도통 못 알아듣겠다 -_-;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꽤 하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실전은 역시 어렵나, 하고 생각하다가


일본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면 "데워드릴까요?"라고 물어온다는 상식을 떠올리고는


"아.. 호또(hot) 데스까?"라고 되물으니 이번에는 이 처자가 못 알아듣는다.


그냥 알겠다는 표정으로 "오네가이시마스" 했다.


하여간 센스가 없으면 최소한 침착하기라도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고는 앞으로의 표지로 삼아야겠다고 짧게 다짐.




노블형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는 것 같길래


그리고 노블형은 일본어를 나보다도 못하는 것 같길래


대강 번역을 해드렸다. "do you want make it hot?"


콩떡 같이 말해서 찰떡 같이 알아듣는 형이었기에 바로 이해하고는


"OK"라고 했다.





그나저나 이때부터 슬슬 느낀 건데..


이것들이 나랑 형을 대하는 느낌이 좀 다르다(응?)


기분탓이어야 하겠지만.. 미소의 질이 다르달까..


아무래도 서양인에게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갖고 하는 건 아시안 종특인가 싶기도 하고;;


뭐 노블형이 워낙 호남형이기도 하고 하니.. 괘념치 않기로 했다.


(뭐지 이 결국 슬퍼지는 느낌은)








그렇게 도시락을 싸서 다람쥐 소풍 가듯 우리는 마이즈루 공원으로 갔다.


(무조건 노블형이 가는대로 따라가기에 바쁜 나는 여기가 어딘지 나중에 찾아보고서야 알았다.)



작년인가 형은 이미 한 번 일본 여행을 한 경험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후쿠오카에서 후지산까지 달렸다고 한다.


굉장히 자연친화적인 성격에 겁도 없는 스타일이라..


어떤 날은 느긋하게 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36시간 달린 적도 있다고 했다. 그땐 진짜 달리면서 졸음이 쏟아진다고.. 눈꺼풀이..






페이스 못 쫓아가는 나 때문에 답답했을 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아 고마웠다.


내가 더 빠른 것은 그저 너보다 짐이 훨씬 적기 때문이라는 말로 내 멘탈을 어루만져 주셨다.




가면서 보니..


청주에 있는 흥덕사지처럼.. 불타고 남아있는 옛 성터를 보존해놓은 공원인 듯 했다.



적당히 즐거운 업힐을 올라갔다.


정말 호젓한 공원이었다.


나무 그늘도 많고 벤치도 많고 화장실도 개방되어 있고..


만약 밤이었으면 여기서 캠핑하면 딱이겠다고 하니까 형도 동의했다.






벤치에 앉아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먹었다.


태양광 충전기를 꺼내서 배터리팩을 충전하고, 삼각대를 펼쳐서 리모콘으로 셀카를 찍으니


형이 내 장비를 칭찬해주신다.


엔진이 안되니 장비라도 좋아야죠 형









역시 성터가 맞았다.


어줍잖은 영어를 써서 '예전 일본 군대들은 전쟁을 하고 나면 승자가 패자의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곤 했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다.


저 멀리 야후돔도 보이고 경치가 참 좋았는데 볕이 너무 강했다.


한참 동안 경치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일본인 아저씨들이 올라오시더니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그런 건 또 바로 알아듣고 "이찌모" 같은 이런저런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사진을 찍어드리니


처음엔 내가 한국인인 걸 모르셨는지 또 막 일본어로 말을 걸어 오시길래


"니혼징쟈나이데스케또 니혼고와 조또 와까리마센" 거리며 웃어드리니


바로 영어일어 혼용 모드로 전환해서..


자전거로 다니느냐, 어디까지 가느냐, 대단하다는 대화를 하고 인사를 하고 바이.


여기서 우리말의 사이클이 일본어에서도 사이클이라는 걸 확인했다.




이제 다시 산을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웬 학교를 지나갔는데


여학생들이 군기가 제대로 든 모양으로 체육수업을 받고 있었다.


확실히 생활체육에 신경을 쓰는 나라라 그런지


남성들 뿐 아니라 여성들 역시도 운동에 대한 어느 정도의 관심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체형을 위한 운동이 아닌, 체력을 위한 운동의 보편화는 우리나라가 배워야 하지 않을까





대사관 가는 길에 엄청나게 큰 도리이(신사 대문)를 발견하고 멈춰섰다.


형은 이런 것에 좀 관심이 있는지 이런 게 있으면 곧잘 멈춰서 사진을 찍고 갔다.






근린공원을 지나고..






못 쫓아가서 한 번 잃어버리기도 하고..


(나는 데이터 밖에 못 쓰고, 노블 형은 로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잃어버리면 찾을 방법이 없다 -_-;)


그렇게 허겁지겁 헥헥거리며 쫓아가다가 앞에선 형을 보니 씨익 웃으면서 건너편의 건물을 가리켰다.


낯익은 기와지붕!!


우와앙 타지에서 한옥의 지붕을 보니 이렇게 눈에 확 띄는구나.


정말 반가워서 한걸음에 다가가서 대사관 문 앞에 자전거를 세웠는데





저기 서있는 젊은 직원에게 말을 거니 일단 영어는 못 알아듣는다.


그리고 우리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니 자전거는 거기에 주차할 수 없고


길 건너 자전거 주차장에 주차해야 한다고 했다.


그나저나 이 새끼 아무리 일본어지만 말이 짧다? 뉘앙스도 고압적이고..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하여간 시키는대로 얌전히 길건너 자전거 주차장에 주차했다.


나도 한 번 구경을 해보고 싶었지만, 어째 용무도 없이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냥 여기서 자전거나 지키고 있겠다고 하니까 형이 15분 정도 걸릴 것이고


그 동안 너는 저기 야후돔 구경이나 하고 오라고 해서 가봤다.




형의 트렉 MTB


한국에서 알게 된 호주 친구가 고향에 돌아가면서 주고 갔단다.


어쩐지 형 체형에 살짝 큰 것도 같더라..


깡다구가 장난이 아닌 양반이라 다운힐을 좋아하는데


부산 어디 다운힐 스트라바 순위가 2등이라고 자랑을 하셨다.


아아;; 형 그러다 진짜 훅가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결국 그 뉘앙스를 못 살리고 "be careful it's so dangerous"라고 하고 말았다.


나도 다운힐 좋아하는 인간(인생 최고속 70km/h)인데 이 양반은 차원이 다르다.



후쿠오카 돔이 정말 가까워서 가봤는데..


무슨 콘서트가 있는지 젊은 처자들이 바글바글하고


광장 한 켠에는 담배 피우는 이들이 즐비..


딱히 매력을 못 느껴서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섰다.





큐슈에 있는 도시라.. 그리고 아직 구글맵을 보는 눈이 없어서.. 이 동네 작을 줄 알았는데


아니올시다.


크다.


바다에 접한 도시다 보니 강줄기 여러 개가 도시를 관통하고 있었다.


내 자전거가 인도를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다보니 도로를 달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한국적 마인드가 남아 있어서 이 꼴로 도로를 타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인도를 타자니 자전거랑 내 몸이 작살이 날 것 같고..


때때로 형이 "Path or Road?" 라고 뒤로 물어오면.. 나는 그냥 끙끙거리다가 "Road"라고 했다.


차들이 빵빵대기라도 하면 싸우는 심정으로라도 대들겠는데


들어온 대로 정말 자동차에 클랙션이 옵션 사항인지 그냥 자동차도 낑낑대면서 조용히 따라오다가 눈치봐서 추월을 하는데


그게 또 유럽처럼 한참 멀찌감치 떨어져서 추월을 하는 것도 아닌지라.. 


(특히 국도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이 30cm 간격으로 지나가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신경이 안 쓰이는 것도 아니고, 위험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도심에서 멀어질 수록 차들이 피해갈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니 뭔가 눈치상으로라도 피해줘야 할 것 같고..


형은 또 풍광을 가르며 달리는 걸 좋아해서 때때로 강변 도로로 내려가서 달리는데


그게 머지 않아 또 끊어져서 낑낑대며 다시 자전거를 끌어올린 적도 몇 번 있었다.


나중에 도심을 벗어나서는 이런 고생이 사라져서 다행이었다.







계속 강변을 따라 달려서 그런지 형이 가다가 어디 낚싯대 파는 곳이 있으면 좀 들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침 가는 길 가에 Eco shop이라고 중고품 및 생활용품 파는 가게가 있길래


(일본은 중고품 가게가 은근 많은 듯)


자전거 돌려서 입장했다.


그런데 낚싯대는 있는데 형이 원하는 짧게 줄일 수 있는 대낚싯대는 없었다.


원하는 물건을 못 찾아 끙끙대고 있는 것 같길래


용기를 내어 가게 점원에게 물어봤는데, 뭔가 단호하게 없다고 하는 답변을 듣고는 돌아나왔다.


도와줘서 고맙다며 형이 내 어깨를 두드렸고,


나는 가다가 또 그런 가게가 나오면 들러보자고 했다. 



다시 또 길을 달리고



틈틈이  구글맵으로 길을 확인한다.


나는 아무리 들여다 봐도 아직 구글맵 보는 방법을 모르겠다.


(물론 나중에 가서는 구글맵 도사가 되었다. 구글맵 짱짱맨)


왼쪽에 보이는 저 길로 내려갔다가 다시 자전거 끌어 올리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우리가 끼고 달린 쪽이 이상한가 싶어서


이번에는 하천을 건너서 건너편 천변도로를 달려봤는데


이번에는 진짜 흙비탈 위에서 자전거를 끌어올려야 했다.


두 배로 힘들었다.


내가 죽을라고 헥헥대니까 미안했는지 형이 그 다음부터는 그냥 얌전히 도로로 갔다.



산으로 들어가는 초입


이때 느낀 것이.. 이 나라는 우리나라처럼 한적한 시골길이 거의 없다는 느낌


(진짜 그런 건 아니고.. 큐슈 남쪽으로 가면 한적해지기는 하는데 이런 대도시 주변은 길 옆으로 계속해서 건물이 있다.


건물이 있으면 신호등이나 건널목이 잦고.. 그러면.. 인도턱도 많이 넘어야 한다.)



코카콜라 자판기가 많다.


제일 싼 게 콜라랑 환타인데 130엔


가끔 보면 100엔에 할인하는 자판기도 있다.



슬슬 멀어지는 당신



전날 "I like uphill"이라고 한 게 너무 창피해질만큼 흘러버렸다. (=뒤처져버렸다.)


(I love uphill이라고 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형이 "무리하지마 너가 짐이 너무 많아서 그래"라고 해줬다.


아아.. 댄싱만 칠 수 있어도 또 모르겠는데.. 패니어랑 핸들바가 출렁거려서 댄싱을 칠 수가 없다.




역시 이번에도 형은 이런 도리이 사지을 찍었는데


"Would you like to drop by here?"라고 물으니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형은 신앙심 강한 크리스찬이라서 신사에는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반면에 나는 역시 크리스찬임에도 불구하고.. 이때까지는 그냥 문화교류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구경할 의사가 있었고..





263번 국도...


업힐 쎄다.


I hate uphill이다..





근데 조금 더 올라가니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


자전거길 없는 터널이 있었다.


자전거 사고 경험+나이 때문에 새가슴이 된 터라..


터널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형을 보고도 혹시 우회로가 있나 싶어서 위 지도에 보이는 동그라미 지점으로 접근해봤다.





그리고 거기서 또 다른 백형을 발견했다.


키가 크고 허여멀건한 백인이었는데


옆에 로드바이크를 끼고 있었다.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땀을 흘리며 나무 그늘 속에 서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이었다.


노블형이랑 몇 시간 같이 달렸다고 외국인 울렁증을 완벽히 극복한 김정환은


또 일행이 생길까 싶어서


그에게 다가가 정신 없이 뭐라고 대화를 시도했다.


첫마디는 아마도 how are you였던 것 같은데..


내가 영어를 하니까 이 백인이 굽신굽신하면어 뭐라고 일본어를 한다;


"where are you from?"하니까 "American"이란다.


뭔가 또 서로의 언어가 엇갈리는 기분이 들어 짐짓 당황을 하던 찰나에


저 멀리서 나를 기다리는 노블형이 "죵환~"하면서 나를 부르길래


'형 내가 형의 동포를 찾았어요!'라는 마음으로


"hey noble come here"이라고 외쳤다.


그나저나 이 사람 뭔가 냄새가 엄청 났는데..


일본에 와서 이따금 어렴풋하게 맡았던 냄새를 몇 만배 농축한 듯한 냄새..


굳이 말하자면 그것은 '카레냄새'였는데.....


대체 왜 백인한테서 이런 냄새가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노블형한테서는 아무런 냄새가 나질 않았는데.....





잠시 후 노블형이 다가왔고, 두 사람은 잠시 나의 존재를 잊고 대화를 했는데..


들어보니


이 백형의 이름은 크리스


후쿠오카에 살고 있고, 결혼도 한 듯


로드바이크 입문을 해서 (쪼리를 신고) 이 산을 넘기를 시도하고 있는 듯 했다.


노블의 고향은 미네소타이고, 크리스의 고향은 오레건인 모양이었다.


근데 이 두 사람 뭔가 동포를 만났다기에는 별로 반가운 기색이 없고..


여유있고 젠틀하게 말하는 노블형에 비해서 이 양반은 뭔가 초조한 듯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이었다.




어쩐지 괜히 귀찮게 한 것 같아서 형한테 미안해지려는데


형이 "ok boy anyway......."로 말문을 열더니 어떤 길을 원하냐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이쪽에 우회로가 있을 것 같은데 형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고,


형은 터널이 딱히 길어 보이지 않으니 그냥 뚫자고 했다.


그리고 가는 길에 크리스도 끼고 뚫기로 했다.


아무래도 팩을 이루어 뚫는 게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니까.




무사히 넘었다.





조금 달리니 크리스는 퍼졌는지 따라오질 못했다.


그냥 고고



헤어핀 커브가 많아서 좋은 풍경이 많이 나온다.








아이폰으로 심혈을 기울여 사진을 찍는 형


자기가 사진 찍는 모습을 찍어달라고 했다.


노블형은 MTB클릿을 신었는데 나도 클릿이 너무 신고 싶었다.




나도 한 장 찍고~



또 다시 크리스 합류


님 그러다 죽어요



조금 올라가다가 갈림길을 만났다.




<어우 헤어핀 진짜 토나온다>



지도를 보니 하나는 자동차 전용도로(터널)고 또 다른 하나가 국도





잠시 쉬다 가기로 했다.


기억 상 여기까지 왔을 때 떡실신 정도로 지쳤다.



경사 때문에 찍은 건지 왜 찍은 건지..



크리스도 합류



그런데 크리스의 자전거(클라리스 입문)를 보니 캘리퍼 브레이크의 락이 앞 뒤 다 풀려있었다.


나랑 형이 그걸 발견하고 "님 이대로 갔으면 이따가 다운힐에서 요단강 건너요."


라고 하고 일단 락을 잠그고, 그래도 브레이크가 영 느슨하여 내 멀티툴로 케이블을 좀 당겨 조였다.




나한테 계속 아리가또고자이마스라고 하는 걸 보면..


이 양반에게는 두 가지의 가능성이 있는데


1.아시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 언어를 쓰는 줄 안다.


2.끝까지 그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아까 편의점에서 사둔 파워젤이 생각나서 먹었다.


한 20분 정도 진득하게 쉬고 다시 출발했다.


노블 : "OK 보이. 지옥 같은 업힐을 올라갈 준비가 됐는가!?" (의역)




업힐 작살난다 진짜




내 한국 돌아가면 산다.. 오토바이 산다.


그런 생각이 다 들었다.




긴 한켠의 공터


산림작업을 위해 주차를 하고 산으로 들어가는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있었는데


말을 걸어오시길래 한국인이라고 소개를 하고는


"Japanese mountain와 스고이데스네"라고 하니까


고도가 표시된 지형지도를 꺼내 보여주시면서


(너 어떡할래,라는 듯한 불쌍한 눈빛으로) "고꼬와 고꼬, 피크와 고꼬"라고 하셨다.


평소 같으면 잘 못알아들었을텐데..


때마침 노블형 때문에 자전거 용품 브랜드인 TOPEAK의 네이밍 센스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PEAK가 정상이라는 걸 바로 이해했고..


이해했고...


"고꼬와 고꼬!?!?!?!?!?" (여기가 여기라고요!?)


현기증이 났다.




그리고 조금 올라가다가,


여기서 객기부리다가는 큰일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끌바를 했다.


걷다 타다 했다.




한참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형



국도 변에 무슨 숲이 조성된 듯



서인의 숲?


원체 자연을 좋아하는 양반이라 이런 걸 보면 그냥 못 넘어간다.



더위에 찌들은 나는 개울물로 세수를 했다.



어따 좋다.



정말 전혀 오염이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의 자연


여기에 숲이라고 팻말을 거는 인간들도 대단하고..



세수했더니 다시 인간의 형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산이 얼마나 깊은지 전파가 잡히지 않는다.


만약 한 밤 중에 이런 곳에 남겨진다면.. 모골이 송연해질 수밖에;;





슬슬 다시 갈 준비를 하려고 길로 나왔는데 어디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조심스럽게 접근해보니


뱀이다


산비탈 위쪽에서 떨어지면서 부스럭 소리가 크게 났던 건가


기지개를 켜듯 몸을 이리저리 배배 꼬더니


벽에 있는 배수구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역시 모골이 송연한 장면이었다.


난 5살 정도로 어릴 적에.. 수원에 살았는데


수원 시골길을 엄마와 함꼐 걸어가는데


저만치 앞서 걸어가는 엄마를 보며 뒤따라 걷는데


엄마가 무슨 시커먼 파이프 같은 걸 꾹 밟고 지나가는데


그 파이프가 움직인다.


천천히 움직여서 길을 건너서 사라졌다.


지금도 쉽게 믿기지 않지만.. 길을 덮을 정도로 긴 뱀이었다.


엄마는 나중에 내가 말해줘서야 그 사실을 알았고 쉽게 믿지 않았는데..


진짜 뱀이었다.


그 후로 뱀에 대한 유별난 공포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달려서 저 멀리서 형이 환호성을 지른다.


드디어 정상이다.


해발 581m


우씨 그렇게 엄청난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힘들었냐


(이때 이미 크리스는 우리 머릿속에서 삭 ㅋ 제 ㅋ)



신나는 다운힐!


형은 진짜 엄청난 속도로 (그것도 때로 일부러 와블링까지 하면서) 내려갔다.



다운힐 보상은 언제나 옳다.



얼굴 편 것 보소 ㅋ



산이 얼마나 높았던지.. 계속 다운힐이다.


가는 길에 잡화점 같은 게 있어서 들렀다.



이게 바로 그 여행기에서 보던 미치노에키(국도 휴게소)인가 싶어서 둘러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들어가서 이런저런 먹을 거리를 사서 먹었고.. 물도 뜨고..


형은 가게 안에 있는 장수풍뎅이 같은 벌레들에 매우 큰 호기심을 보였다.


조카에게 주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며 아이처럼 당신께서 좋아하셨다.




잠시 쉬다가


이쯤에서 길을 꺾어서 당초 계획대로 '21세기 현민의 숲' 쪽으로 길을 잡았다.


(21세기 소년을 연상시키는 지명이 아닌가?)




그러고보니 우리가 쉰 휴게소가 키토야마라는 곳인가?


하여간 우측상단 즈음에서 좌측하단 쪽으로 가는데


가는데


또 업힐이...........


이야 그래


이해야 자전거 여행이지


아 진짜 ㅋㅋㅋㅋ


또 뒤처진다..



헥헥 거리며 왔더니..


이미 도착해서 안내판 살펴보는 행님



은근히 복잡한 약도 속에서 캠핑장을 기가막히게 찾아냈다.


아니 이 사람 일본어 할 줄 아는 거였나? (못 함)


내 생각에는.. 천부적인지 후천적인지 하여간 길 찾는 능력 같은 게 엄청 뛰어났다.


어디에 내놔도 살아남겠다 싶은 사람이었다.


21세기 현민의 숲을 찾기는 했는데..


그 입구를 못찾아서 헤메다가 결국 계단을 내려갔다.


내 자전거를 계단을 못 내려가니까 짐을 다 풀렀다가 내려가서 다시 묶었다.







<다리가 진짜 아찔하게 높다.>




이 공원은 키타야마라는 산에 있는 키타야마 호수에 조성한 공원이고..


안으로 들어가면 캠핑장이 있었다.


지도를 통해서 대강 짐작은 했는데 (아니 난 좀 더 경사가 완만할 줄 알았어)


호수의 크기가 상당했다.


그리고 너무 조용해서 좀 무서웠다.


춥기도 하고...






그러다 이런 갈림길을 만났다.


지금은 적어도 위에 있는 글자 (제3사이크루) 정도는 읽을 수 있는데


저때는 전혀 못 읽어서.. 저게 자전거 도로를 말하는 거라는 걸 알지 못했고..


우측에 빨간글씨로 통행금지라고 적혀있는 것도 전혀 읽지 못했다 ㅋㅋㅋ



대신 노블형이 구글맵을 좀 들여다보더니 왼쪽으로 가면 캠핑장


오른쪽으로 가면 후루유온천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어느 쪽으로 가길 원하냐고 묻길래


날도 어두워지는데 그냥 캠핑장으로 가는 게 좋지 않냐고 하니까


"하지만 우리는 먹을 것도 없고, 근처에 편의점 같은 것도 없어보이고, 무엇보다 잘 조성된 캠핑장에서의 캠핑은 별로 재미가 없어."


라고 말하고 "하지만 I'll be  up to you (니가 하는 대로 따를께)"라고 하는 일종의 답정너를 행하시길래 ㅋㅋ




"Ok~ I want to go Onsen~ Let's go!!"


를 외치는 김정환




근데 앞서 봤듯이 제2자전거 도로는 통행금지라고 써있었듯이..


출구가 쇠사슬로 막혀 있었다.


돌아가려면 어마어마한 거리를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멘탈이 또 흔들흔들하는데


형이 쇠사슬을 주의깊게 살펴보더니 이게 좌물쇠 같은 걸로 잠겨있는 게 아니라


그냥 정성껏 기둥에 감겨있을 뿐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조심스럽게 쇠사슬을 풀어서 나간 뒤에 다시 정성스럽게 쇠사슬을 감아놓음으로써


완전범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길 가다 모내기가 끝난 논을 찍고 있길래


설명충 기질이 발동하여 Rice라고 해드렸다.


이미 아는 눈치;;


(하긴 친자연주의자인데다가 한국 짬빰이 5년인데........)







21세기현민의 숲으로 들어가서 그 밑 출구로 나와서 남쪽으로 내달려


후지샤쿠나게호를 지나고 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공원이 있어는데


모터바이크 라이더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쉬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앞서 가던 형이 뭔가 놀라운 걸 발견했다는 듯


"구뤠잇투"라고 외치며 거침없이 이 분 앞으로 가는 게 아닌가.


자기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황홀하게 모터바이크를 바라보는 형


갑작스런 글로벌 라이더들의 습격에 얼떨떨한 케이지 츠루타 상..


오토바이의 가슴팍에는 "Norton'이라고 휘갈겨진 글씨가 보였는데


형이 말하길 "이건 매우 희귀하고 비싼 바이크야"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케이지 아저씨에게는 여행용 명함을 드리니 나중에 페이스북 친추를 해주셨고,


여행하는 동안 게시물을 올리면 틈틈이 격려의 멘트도 남겨주셨다.


참 젊게 재밌게 사는 분이신 듯 했다.


후루유온천으로 간다고 하니까 바로 요 앞이라고 하셨다.






다시 달린다..


어려운 이름만큼이나 거대한 호수였다.









개고생 하면서 달린 거 같은 아직 60km도 못 달리다니;;




매우 큰 댐










일본의 산을 보면 숲이 참 무성하다는 느낌이 든다.


뺴곡하다.. 촘촘하다.. 그래서 무섭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까마득하게 보였다.



아 근데 사진 찍으려고 잠깐 멈췄을 뿐인데..


Noble, Where are you?



<여기부터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사진이 없어서 구글 스트리트뷰로 대신>



워낙 다운힐을 좋아하는 형이니까 신나게 쭉 쏴서 내려갔겠거니 하고는 


쭈욱 따라 내려갔다.


중간에 갈림길이 하나 있었지만 표지판이 친절하게 후루유 온천은 왼쪽이라고 알려줘서 헤메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형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아무리 가도 형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마을을 통과해서 마을 끝까지 가봤는데도 없다.


뭐지 이거?




거침 없이 마음이 후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초등학생 때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에서 장난질 치다가 엄마를 잃어버렸을 때와 비슷한 기분


그떄는 적어도 백화점 직원들이 나를 거두어


실내방송으로 엄마를 찾아주었지만




이 마을에는 인적이 드문 정도가 아니라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질 않았다.


정말








무슨 유령 마을도 아니고..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마을 사거리에서 서성거렸다.





분명히 후루유 온천으로 가기로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나?


내가 페이스를 못 따라가니까 나를 버린건가?


아니면 이 양반 사고라도 난 건가!? (그렇게 쏘더니)




'침착하자 침착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질 않았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구글맵을 켰다.


(이때 구글맵 실력이 좀 많이 는 것 같다.)


지도를 확대하니 이런저런 정보들이 추가적으로 나왔다.


그동안 지도 확대를 안하고 그냥 적당히 보다보니


제대로 정보를 수집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여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아무래도 아까 그 갈림길에서 형이 그냥 직진을 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데..


그래도 이 양반이 정신이 있다면, 나를 버린 게 아니라면


후루유 온천으로 올 것이다.


안 온다면;?


여기서 자야하는데.. 아아아아


일본 온천 여관비가 대략 얼마지???


그런 식으로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고..





하여간 지도상으로 이 사거리에서 이 골목으로 따라 내려가면 거기가 후루유 온천이길래 들어갔는데..



위 사진에는 셔터가 내려져 있지만 그때는 열려있었다.


창고 같은 실내에 원목을 잘라만든 커다란 테이블이 있었고..


커피숍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업종을 알 수 없는 가게였는데..


처마 밑 길가 쪽에서 아줌마 한 분, 아저씨 한 분이 대화 중이셨다.


아저씨는 새하얀 반팔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은 까무잡잡한 피부의 호남형이셨다.


아주머니는 입심 좀 있을 것 같지만 눈웃음이 은근히 귀여운 인상이셨다.





일단 처음에는 그들을 지나쳤다가 어째 여길 그냥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시 올라와서 말을 여쭈었다.


"아노 스이마센"으로 그들의 주의를 끌고..


"보쿠와 강꼬꾸징데스까라 니혼고 쪼도 와까리마센데스케도.. 아메리칸 지덴샤 오또코와 이루니.. 밋데시마스까?"


대략 이렇게 말한 것 같다.


내 의도는 '저는 한국인이라 일본어를 잘 못합니다만.. 혹시 여기 미국인 자전거 남자가 지나가는 걸 못 보셨나요?'


라는 것이었는데.. 예상대로 두 분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셨다.


다만, 아주머니께서 희미하게 웃으시며 "으응? 나니?"라고 호기심을 보이신 게 다행..




좀처럼 알아듣질 못하셔서 영어 한국어 일본어 몸짓 발짓 다 섞어가며


내가 노블형을 어떻게 만났는지부터 시작하여


우리는 같이 후루유온천으로 가기로 했다는 등의 사연을 구구절절하게


연거푸 말을 바꿔가며 시도를 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이 인적 드문 마을에서 만난 이 분들을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고


그때 생각난 것이 구글 번역기 어플리케이션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설치해두었다.


그런데 이떄는 역시 이 훌륭한 어플의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큰 진전이 없었다.


번역된 문장을 한 번 터치해서 문장들이 다 보이게해서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걸 몰라서 그냥 일부만 보이는 걸 드리니 그분들도 잘 이해를..





하여간 상황은 조금 발전하여


아저씨꼐서는 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골똘히 탐구중이셨고..


아주머니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하셨다.


나는 그냥.. 벙쩌서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주머니꼐서 내게 전화기를 건네시면서 받아보라고 하셨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받으니 수화기에서는


"여보세요?"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한국말이다. ㅠㅠ


거짓말 조금 보태서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여성 : "저 지금 아주머니께서 부탁을 하셔서 그런데 지금 어떤 상황이신 거예요?"


나 : "네 제가 지금 일본에서 여행 중인데 일행을 잃어버려서.. 아 근데 누구시죠?"


여성 : "아 여기는 통역회사예요. 료칸 분들이 통역 필요하시면 저희한테 문의를 하시는데 아주머니께서 다짜고짜 한국말 하는 사람 부탁한다고 하셔서 저도 자세한 사정은 몰라서요."


아 그렇군요, 하면서 나는 지금의 상황을 설명드렸다. 그리고 다시 전화기를 아주머니꼐 넘기니 통역사분이 아주머니께 내 상황을 설명하는 모양인데, 그제서야 찰떡같이 알아들으시는 모양인지, 표정이 빵빵 터지셨다.


일단 의사소통이 되자, 참으로 별 것도 아닌 상황설명도 제대로 못한 기분이 들어 어쩐지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전화기가 넘어왔다.


통역사 : "지금 이 아주머니꼐서 되게 친절하신 거 같은데, 일단 당장 마을에 비상연락망이 있으니까 전화를 돌려서 그 미국인을 본 사람이 있는지 수소문을 해보시겠대요."


나 : "아 그렇게까지요? 아니.. 그런 폐를.. 아 감사합니다."











잠시 후 나는 테이블에 앉아 진한 아메리카노와 던킨 도너츠를 먹고 있었다.


그 동안 아주머니와 아저씨는는 다급한 목소리로 여기저기에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전화로 소문을 듣고 건너집에 있는 료칸 주인 아주머니도 오시고..


졸지에 구경거리가 된 기분이 들어.. 최대한 순진한 표정으로 도넛을 먹었다.


이런 상황에도 일단 먹어둬야 한다는 생각에 살살 눈치를 보며 도넛과 커피를 먹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고 때때로 사람들이 빵빵 터졌다.





근데 신기하게도 일본들 사이에 앉아.. 그들이 대화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으니


조금이나마 귀가 열리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하여간 뭐 달달한 걸 먹으니.. 뭔가 이젠 다 이룬 것도 같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심적으로 상당히 안정을 찾아버려서..


형을 찾기 위해 할만큼 했으니.. 


사고 난 거 아니면 어디가서 죽을 양반은 아니니


형을 찾지 못하고.. 솔로여행 모드로 전환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지 않겠나...


하지만 사고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





"밋떼루!?!?!?"


라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던 아주머니께서 외치셨고..


같은 공간에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의심할 나위 없이 봤다, 찾았다, 는 말일터..




찾았다고?





전화를 끊은 아주머니께서는 손가락으로 방금 끊은 전화를 가리키시며


XXXX상이 그 사람을 찾았다고 한다고 뭐 그런 말을 매우 흥분해서 하셨다.





찾아내다니;;;


얼떨떨해서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저 밑에서 올거라며 다 같이 건물 밖으로 나가서 기다렸다.





그리고 정말 저 밑에서 형이.. 방긋방긋 웃으면서 자전거 끌고 옆엔 일본인을 한 명 대동하고 걸어 올라왔다.


노블 : "죵환~ you found me~!"


어디선가 사랑의 스튜디오 배경음이 들리는 것도 같고..


뭔가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


"Noble~~~~~~~~~~~~~~~"하고 외치며 달려가 서로 얼싸 안았다.


노블 : "죵환~ I'm sorry~ I got wrong way"



초록색 끝에 동그라미 쳐진 곳이 노블형을 보지 못했냐고 물은 곳


별표가 우리가 묵은 료칸



대략의 상황을 정리해보자면


내 생각대로 형은 다운힐에 취해서 그만 갈림길에서 직진을 해버린 것이고


나는 올바르게 좌회전을 해서 마을로 제대로 들어온 것


잘못 가버렸지만 형은 구글맵으로 길을 찾아 다시 마을로 들어왔고


일행을 잃어버려서 당황하기는 나와 마찬가지였지만


강물이 너무 좋아서 일단 강물에서 놀다가 마을 주민에게 발견된 모양이었다;;;





하여간 그 당시의 상황은 후루유온천 마을 역사에 길이길이 회자될 분위기로


엄청나게 훈훈했는데..


아주머니께서는 침착하게 다시 전화를 걸더니 다시 통역사를 바꿔주셨다.


통역사 : 이번에는 아주머니께서 오늘밤 어디서 묵을 거냐고 물으시는데요. 여기 료칸에서 묵을 거면 얼마를 생각하시냐고.


나는 좀 생각하다가 5천엔..정도라고 말했다.


노블형에게 료칸 5천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온천여관이면 No고 료칸이면 Yes란다.


통역사 : 저녁은 안 나오고 간단한 조식만 나오는 걸로 5천엔에 맞춰드릴 수 있다는 데 어떠세요?


마찬가지로 그걸 형에게 번역하니까.. 이 근처에 편의점이 없어서 곤란할 것 같다고 했다.


사람들이 우리의 대화와 표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달이 팍팍 잘 됐다.


결국 그 표정을 읽은 아주머니께서 5천엔에 석식, 조식 모두 먹는 걸로 쇼부를 쳐주셨고


얼떨결에 숙소까지 해결이 되었다.





긴장이 풀려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아까부터 나타나 모든 상황을 지켜본 메구미 아주머니를 따라서 건물을 나왔다.


아주머니께 "혼또니 아리가또고자이마시다"라고 하며 배꼽인사를 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는 너 아까부터 왜 자꾸 나 할머니라고 하냐고 나 아직 할머니 아니라고 하시며 울상을 지으셨다.


옆에서 메구미 아주머니가 "오바짱이 아니고 오네짱이예요." 고쳐주었다.


일본 드라마를 겉등으로 봤더니...


다들 크게 웃으며 헤어졌다.


한시간 남짓의 인연인데 다 같이 힘을 합쳐 우리 두 사람의 이별을 막아냈다.


여행기를 쓰는 지금 돌이켜봐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형과 다시 만나는 과정이 정말 소설 같았다.







료칸으로 와서 짐을 풀고..


숙소 안내를 듣고..


저녁을 언제 먹겠냐고 묻길래


"하찌지 다이죠부데스까?" 물으니 다이죠부라고 하시기에 8시에 먹겠다고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끊을 절(切)자를 자꾸 처음 초(初)자로 읽어서 세탁기 사용에 계속 헤멨다. ㅋ)


(형은 그냥 안 빨거나 대충 빨 생각이었는데 내가 내꺼 돌릴 때 같이 돌리라고 억지로 빨게 했다.


나중에 보니 돈 아끼려고 그랬던 것도 같고..)


형이랑 같이 온천을 하고.. 뭔가 먹을 거나 맥주를 사려고 거리로 나갔는데..


확실히.. 해지니까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았고..


내가 편의점이라고 생각했던 가게는 은행이었다;;





하는 수 없이.. 편의점이 일본어로 뭔지 검색해보니


'콘비니"이길래 마친 길가에 가게 앞을 빗자루로 쓸고 계신 할머니가 계시기에


"아노 오네상, 스미마센, 고노 마치니 콘비니 스토아가 아리마스까?"


라고 물으니 없다고, 가려면 차 타고 가야 한다고 했다.


뭘 사려고 그러냐고 웃는 얼굴로 물으시길래


"아,, 비루오 조또.."라고 대답하니


바로 앞에 있는 불 꺼진 가게로 가서 물을 쾅쾅 두드려


술집 주인 할아버지를 깨우셨다.


매너에 살고 매너에 죽는 형의 얼굴이 사색이 됐음은 물론이다.


(속삭이는 소리로) "Run.. Run...."





머지 않아 가게 불이 켜지고.. 문이 열리고..


노인 부부께서 웃으며 들어오라고 하셨다.


너무 죄송해서 "모시아케아리마센"이라고 하며 들어가서 (면목없습니다?)


대강 300ml짜리 맥주를 몇 개씩 (자기의 계산은 스스로 한다) 집어 들었다.


아까 세탁비라고 형이 준 돈이 있었는데 세탁기 돌리는데 돈이 들지 않아서 형에게 돌려줬다. 200엔인가.









어둑어둑해진 밤길


계곡물이 세차게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맥주를 한 캔씩 까서 마셨다.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자신을 찾은 것에 대해 노블 형은 다시 한 번


대단하다고 고맙다고 "you're hero maker"라고 해줬다.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나 같이 다들 너무 친절한 것 같아서


'이런 마을의 주민이 되면 어떨까요?'를 대강 영작해서 물었는데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 같다.






시간 맞춰 식사방으로 가니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글로벌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KBS의 뉴스도 나왔다. 한국에는 메르스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간단한 조식이라더니 제법 먹을만 했다.


저녁 아침 다 주는 거 생각하면 어지간한 비지니스 호텔보다 훨썩 낫다.


형이 400엔짜리 사케를 샀다. 다음날 분빠이 하려고 했는데 굳이 그건 자기가 사는 거라고 안 받았다.


술 맛 좋고.. 여행에, 감정에, 추억에, 우정에 취한다.


형도 이 료칸의 시설과 음식에 매우 만족한 표정이었다.


퀄리티 생각하면 굉장히 싼 가격이라고..


그리고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밥 인심이 매우 좋다는 것.


식탁 옆에 밥(고항) 통을 놔주는데.. 밥의 양이 상당하다.


적어도 밥 모자라서 배고플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방에 이렇게 이불이 펴져 있었다.


섬세함이란..




그러고보니 오늘 당황해서 사진을 너무 못 찍은 것 같아서 료칸 내부 사진을 좀 찍어두기로 했다.




여기 와이파이 된다.


오른쪽 어두운 부분에 비밀번호 적혀있음




차를 마실 수 있는 도구도 있고..






곳곳에 흡연공간





온천 입구




저녁을 먹자마자 또 다시 온천에 한 번 들어갔다가.



방에 딸린 베란다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형의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름대로 파란만장 했다...


미국에서 방황하던 이야기.. 불현듯 신앙에 눈을 떠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떠나온 이야기


장차 러시아 너머로까지 여행을 하고 싶다는 (3,800km?) 이야기..






나는 내가 걱정이 너무 많은 게 걱정이라고 했다.


의도와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임기응변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사실 평소엔 못 느꼈는데 이 양반 만나고 느꼈다.)


형은 내게 걱정하지 말고 흐르는 대로 여행하라고 했다.


중국철학의 노자 사상 중의 상선약수(上善若水: 높은 선은 물과 같다.)가 생각나서


"like water"라고 중얼중얼 했더니 바로 그거라고 했다.


물처럼, 물처럼, 살 수 있을까. 나는 이토록 용심이 많고 의지가 확고한 인간인데..





또 서로가 크리스찬인 걸 알게 되니까 종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나는 내가 모태신앙이지만 좀처럼 열정이 없다고 했다.


형은 자기도 술 먹고 담배 피우고 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라


그저 신에 대한 믿음, 신이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믿음이라고 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에게 당신을 만나게 해달라고,


당신을 믿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라고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형은 여행 중에도 늘 성경을 가지고 다녔고,


자신이 좋아하는 구절이라며 몇몇 문장들을 소개해주었다.


영어라 원체 이해가 잘 안 됐지만.. 그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형이 나를 위해 기도를 해도 되겠냐고 묻길래 OK 했다.


길지 않은 기도를 Amen으로 끝내고..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선의가 참 고마웠다.





창 밖으론 끊임없이 계곡물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저 물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생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시커먼 어둠에 가려 조금도 보이지 않건만 물은 분명히 그곳에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생도


.

.

.

.



형은 기꺼이 콘센트에 가까운 자리를 내게 양보했다.


형이 불을 껐다.


Good-night


일본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스트라바를 안 켜고 달려서 주행 로그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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