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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일본 자전거 여행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9~10일. 오무타-아마쿠사(뱃놀이+첫 게스트하우스)

by 통합메일 201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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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29일 금요일





대략 5시 30분


아침 해가 떴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일단 탑으로 올라가서 풍경사진을 찍었다.





밤새 무사했던 잠자리


자동차 굉음 때문에 후달리긴 했지만


아무도 나의 잠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이 탑을 보면.. 20세기 소년에 나오는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그 탑이 생각지 않는가



아리아케 엔간 도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도..


옵티머스 프라임의 굉음을 막지 못했다.


장소가 좀 더 은폐되어 있었다면 그냥 이어폰을 끼고 자면 됐을텐데..


경계를 늦출 수 없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노숙 후엔 몰골이 늘 이렇다.




시계를 한 번 보고



캠핑하면 잠자리가 안 좋아서 그런지.. 몸의 회복률이 상당히 떨어진다.


일어나니 손목이 시큰시큰 욱신욱신 저리고 결리고.. 난리도 아니다.


어제 도심을 지나느라 브레이크를 너무 많이 잡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안도로를 탄다고 다짐했다.



온도는 대략 18도..


얼마나 정확할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참 좋은 공원이었다.


일어나보니 산책하는 사람 딱 한 명 있었다.


하여간 주민들에게 실례를 범해서는 아니되니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떠나기로 했다.


무엇보다.. 나가사키로 떠나는 배시간을 모르니.. 하여간 서둘러야 한다.



완전범죄의 현장.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낮게 누운 아침 햇살이 야속하다.



이른 아침이라 도로에 차가 없어서 소 땡큐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하지



이 나라에서는 대도시 아니면 버스 구경하기가 아주 하늘의 별따기다.


버스가 신기해서 찍었다.



아침 저녁으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가끔 사람 힘에 벅차 보이는 개들도 많고..





7시30분


좀 달리다가.. 아침을 먹기로 했다.


어제 저녁도 좀 부실하게 먹은 것 같아서..


가운데 있는 저 지점에서 조이풀에 들어갔다.


원래는 해안 도로를 다고 쭉 내려가는 코스인데 길을 헤메서 ㅋ






처음 들어가서 카운터 앞에 가면 점원이 인사를 하고


"히토리 데스까"라고 물어본다. (혼자세요?)


그렇다고 하면,


담배를 피우냐고 물어보는데 타바코 어쩌구저쩌구니까 대강 알아들었다.


안 피운다고 했다.


여기서는 안 물어본 것 같은데 나중에는 음료수 코너 이용할 거냐고 묻는 곳도 있었다.









뭘 먹을지 고민을 좀 해본다.


하지만 망설임 없이 규동


칼로리도 제일 높고.. 무엇보다 고기를 먹을 기회가 이런 때밖에 없으니


충실하게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금 포함 638엔


아직도 그 가격이 잊혀지질 않는다.


무조건 638엔



여행 3일 째인데 벌써 동전이 꽤 쌓였다.


10엔까지는 사용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1엔 5엔 같은 경우에는 자판기에 들어가지도 않기 때문에


이렇게 식당에 들를 때면 동전을 잘 추려서 가급적 1엔과 5엔을 적극적으로 소모하려고 했다.



처음 만나본 규동


여기는 이렇게 스푼을 줬는데


나중엔 숟가락을 알아서 안 줘서 굳이 따로 말해서 달라고 해야 했다.


여행 후반에 가면.. 번역기에.. 혼자/담배X/음료수이용 하지 않습니다/스푼주세요를


쫘르륵 적어서 보여줬다.


실랑이가 즐거운 것도 여행 초반의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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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흥 맛은 제법 굿굿


제육덮밥인데 소스가 고추장이 아니라 간장을 쓴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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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따로 갖다 주지 않고


음료 코너에서 받아 마시면 된다.



첫 시도 치고는 아주 괜찮았다.


그리고 이후로 진짜 눈썹이 휘달리게 달려서..





또 헤메는 거 봐라 ㅋㅋ


아 진짜 왜 이렇게 헤메냐


지도 보기 귀찮아서.. 그랬나




나가스 페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면서 달렸는데


어째 분명히 9시 배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나가스에 들어갔을 때가 8시 50분 ㅋㅋㅋㅋㅋㅋㅋㅋ


배 하나 놓쳤다간 이후의 일정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근데 또 길도 엉뚱하게 헤메고 ㅠㅠ


(여행 후반에 가서 즐겨찾기로 별표 표시를 해놓으니 지도 보기가 훨씬 수월했다.)


8시 57분 쯤에 저기 있는 페리 매표로소 가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않나는데 "이마 마다 데끼마스까?" (지금 아직 가능합니까?)


헐떡이면서 뭐 이렇게 말했던 것 같고..


여직원과 아저씨가 웃으면서 괜찮다고 해줬던 것 같고


요금이 780엔이었던가..


얼른 가라고 해서 자전거를 끌고 달려서 고고고고고고


배에 자전거를 실으니 승무원이 매우 정성껏 결속시켜줬다.


많이 해 본 솜씨 같았고 또 매우 친절했다.



해냈다!!!!



우왕 기분 개 좋앙




목표를 이루어 낸 내가 대견하고 ㅋㅋ


배를 타니 잠시 자전거를 안 타도 된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다.


여행자가 아닌 관광객이 잠시 되는 체험


진짜 너무 좋았다.







배가 떠난다~~


굿바이 오무타~ 사가~



아 620엔이었구나






드넓은 바다에.. 배들이 꽤 많았다.


저 큰 배도 페리인 듯



배에 엘리베이터도 있고..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호젓하더라..


실내에는 에어컨이 나와서 시원했다.



행복햄 ㅋ



선실 벽에 배의 안내랑 관광정보 같은 게 붙어 있어서 읽기를 시도했는데


무리



대략.. '이 배는 지금 XXX항으로 가고 있습니다.'라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XXX를 읽을 수가 없다.



가만히 앉아 있기가 좀이 쑤셔서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렇다고 배를 오래타는 것도 아니다. 길어야 1시간이다)



나가사키 반도가 보인다.


저 멀리 위엄 돋는


운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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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루트를 그릴 땐 ㅋㅋ


진짜 큐슈의 모든 해안선은 물론이거니와


저런 산들도 시간 있으면 한 번 올라가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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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MTB였으면 또 모른다.


(MTB 구입할 구실을 만드는 중)



나가사키에 도착했고


저 빨간 램프(차량 진입로라고 해야 할까)를 이용해서 배에서 내렸다.



뭐..뭔가 섬 느낌이 물씬 나는데..


엄청나게 덥다는 건 알겠다.



근데 이거 예상보다 너무 조용한데?



해안도로를 타고 달린다


그래 내가 원했던 게 바로 이거였어




차도 별로 안 다니고 훌륭해


(아직까지는)



뭔가 흙의 색깔이 이상하지 않은가?


화산지역이라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패밀리마트가 나와서 좀 쉬었다.


볕이 너무 뜨겁다.


스트라바 로그 덕분에 내가 들른 곳이 어딘지 다시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제 후루유 온천을 떠날 때 짐을 싸는데 메구미 아주머니께서


후다닥 들어가서 부채와 사탕을 가지고 나와서 나와 노블 형에게 하나씩 주셨다.


그리운 후루유 온천 ㅠㅠ


딱 봐도 간수하기 힘들게 생긴 저 부채를 한국까지 가져오기가 진짜 힘들었다.


(그래도 꽤 튼튼하긴 했다.)




빨래 너는 데 조심성이 없다더니 정말 그런 듯.


그런데 또 창문은 반드시 커튼으로 가린다.


그래서 어느 도시를 가든 어둡고 외로운 느낌이 심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마트 같은 곳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안팎이 잘 보이는데


여기는 대형마트에도 통유리 같은 걸 안 써서..


글씨 못 읽으면 그게 뭔지....


근데 또 실내에 들어가면 우리나라랑 거의 똑같거나 더 밝은 듯



스카이디지널 ANKER 태양광 충전기


볕이 좋아서 잠시 널어놓고 충전을 했다.


틈틈이 충전을 하면 본전치기 정도는 할 수 있다.


완충은 꿈도 못 꾸지만 지금보다 더 전기량 추락하는 건 늦출 수 있다는 의미




편의점 앞 그늘에서 멍 때리기를 하고 있는데


작업복을 입은 아쩌시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자기도 자전거를 탄다고,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으시곤 대단하다고 하셨다.


어디서 와서 어디까지 간다는 말을 하기가 참 어렵다.



오래 지체할 수가 없기 때문에 랙팩에 이렇게 발전기를 매달고 얼마간 달렸다.


근데 셀도 반토막이 나고 각도도 안 맞아서 충전효율이 많이 떨어졌다.





운젠 야마


날이 좋아서 그 위용이 더 돋보이는 듯..



덥습니다


아쯔이라고 하나..



이거 역이다







아까까진 한적하고 좋았는데


이제 슬슬 또 마을로 들어가는 모양


죽겠다 진짜


인도턱이 너무 힘들다.


중앙로로 가다가는 답이 안 나올 것 같아서


좌회전해서 좀 더 한적한 바닷가쪽 도로로 향했다.



왜 찍었더라..


아 바닷가 쪽으로 왔다고 찍은 건가



정오 쯤 되었고,, 더위를 최고조에 이른다.


저기 보이는 도로도 아마.. 자동차 전용도로겠지..


좋은 길은 다 자동차 전용이라 매우 서러웠다.


차라리 우리나라가 낫다는 생각도 많이 함.



와 이건 진짜 너무 멋있었다.


힘이 있다면 한 번 올라가보고 싶었다.



자전거는 못 갑네다~



해안도로로






막다른 곳에 한적한 초원이 있어서 오줌을 눴다.


이놈들 이것이 조선의 암모니아니라!



오른쪽엔 여전히 운젠



한적한 길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둑방 길도 달리고..


생각보다 달릴만 했다.



저 멀리 보이는 건..


큐슈 본토?


직선으로 찌르면 구마모토가 나올 것 같은데..



살작 업힐


벌써 1시 30분



해안도로 그래피티




이 즈음에 보육원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예뻣다.




중학교가 나오길래 찍었다.


오늘 분명히 금요일 같은데 너무 조용하다.


일본의 교육현실은 어떤지 궁금



마을길도 지나본다.


역시 조용



3시 37분


달리기 바빠서 사진이 굉장히 드문드문 있다.


거북등 같은 바위가 있어 찍었다.


암만봐도 인공물



계속 이렇게만 가면 좋겠는데


때때로 자전거도로가 끊어져서 긴장 빨로 달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 코스 우습게 봤는데 만만치 않다.>




물이 너무 맑았다.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


꼬불꼬불해.


꽤 온 것 같은데 대체 언제 도착할지 슬슬 후달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배 시간도 있고..


아마쿠사에 상륙해서 또 제법 달려야 할텐데..


라고 걱정했더니.. 의외로 바로 다음 커브를 지나니 바로 페리 선착장이었다.




이번에는 전혀 헤메지 않고 잘 찾아왔다.


해안선 타고 오니까 선착장이 잘 보여서 그랬던 것도 있고






헤헤 굿바이 나가사키다.



이번에는 여유있게 배를 타서 조금 기다렸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는 남학생들이 꽤 있었다.


다들 아이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시골이라 그런지 교복들이 다들 엄청나게 펑퍼짐하다.


도시냐 시골이냐에 따라 학생들의 교복 스타일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았다.



자전거는 아랫층에 있고 이런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것






진짜 굿바이 나가사키!!!!!!!!!!!!!!!!!!!!!!!!!!!!!!!!!!!!!!!!!!!!!!!!


쉽지 않았다 너도!!



이번 배는 너무 금방 도착했다.


한 20분 탔나?


바깥에 있다가 볕이 뜨거워서 선실에 들어가서 앉았는데


아침 6시부터 달려서 잠이 부족해서 그런지 설핏 잠이 들어버렸다.


돈과 카메라가 들어있는 핸들바백은 소중히 껴안고 잔다.


그런데 배가 너무 빨리 도착해서 곤란했다랄까......




운전하는 분 수전증 있으신 듯


아니면 조류?






배에서 내리면 바로 이런 소년 동상이 있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지금 갈 길이 바빠서 사진만 얼른 찍고 고고


(나중에 찾아보니 아마쿠사라는 지역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 시절에

'기리시탄', 즉 기독교가 많이 전파된 지역이었다.

오다 노부나가 같은 경우에는 기독교에 좀 우호적이기도 했지만,

이에야스에 이르러서는 기독교 탄압이 심해져서,

이 지역을 정벌하게 되고, 이 지역 사람들은 일종의 항쟁을 하게 되는데

그걸 '시마바라 난'이라고 하고 그 지도자가 '아마쿠사 시로'라는 인물인데 쟤가 걔다.)


https://ko.wikipedia.org/wiki/아마쿠사_시로



내가 나온 배로 다시 들어가는 차량들


내 걱정과는 달리 페리라는 게 제법 촘촘하게 자주 운항을 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늦게까지.


(나중에 가고시마-사쿠라지마 페리를 보면 진짜 자주, 늦게까지 운항한다)



페리 선착장은 보통 한적한 시골 마을인 모양이다.



방파제, 그리고 토속신앙을 위한 석상



산이 제법 많다.



살짝 낙타등




나가시마 물도 맑았지만


여기 물은 진짜 작살난다



4:30


달리다 뒤 돌아서 찍은 사진


운젠 산이 여기서도 보이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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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나저나 또 어느 세월에 게스트하우스까지 가나.. 걱정이고..


게스트 하우스에 방이 있을라나.... 걱정이고..


해가 뉘엇뉘엇 기우니 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데 또 막상 가보니까..


나가사키에서 달린 것의 1/3~1/4 정도만 달리면 되는 거리라


금방 갔다;;





레이 게바라님의 블로그에서 보고 알게 된 아마쿠사 spring guest house


이쪽 지방에서는 정말 드물고 진귀한 게스트하우스다.


되게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는 줄 알았는데(구글맵 제대로 못 쓸 때 조사해둔 거라)


그게 아니고 나름 시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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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침 카운터에 주인 아주머니가 계셨다.


다른 아주머니랑 대화 중이었는데..


이 게스트 하우스가 가정집 겸용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가족인가? 싶기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아닌 듯


(아주 시끄럽고 무례한 아줌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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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인사를 하고


"예야쿠와 나이 데스케도, 교우와 데끼마스까?" (나의 의도 : 예약은 안 했지만 오늘 가능합니까?)


라고 말했더니 찰떡 같이 알아들으시고는 가능하다고 하셨다.


2200엔 (니센니햐쿠엔)이었다.


방은 2층에 있었다.


출입시에 반드시 문을 잠그긔.


설명이 매우 간단해서.. 나중에 스마트폰으로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찍어서 읽고 다녔다.(힘듦)


친절하고 상냥하신 주인 아주머니였다.




원래는 건물 우측에 있는 공간에 자전거를 세우려 했는데


갑자기 웬 개새끼가 조온나 크게 짖는 바람에 개깜놀


아주머니께서 나오셔서는 흡연 공간 앞에 놓으라고 하셨다.





딱 맞게 해가 떨어진다


방에 들어가니 나보다 먼저 입실해서 자고 있는 사람이 있길래 정말 조심조심하려고 짐을 풀려고 했는데..


한국에서 챙겨온 남자다운 비닐봉투들 때문에 어지간히 폐를 끼치지 않았나 싶다.


살곰살곰 짐을 챙겨 1층 샤워실에서 샤워(아 진짜 너무 좋아 너무 좋아)를 하고..


(샤워는 항상 가능하고, 목욕은 정해진 시간이 있다. 

하지만 나는 욕탕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그는 것에 대한 집착이 없지. 귀찮아.)


세탁기로 빨래를 했다. 세탁기와 세제(washing powder라고 함) 사용료는 200엔


사용하기 전에 미리 카운터에서 계산해달라고 적혀 있었는데 카운터에 아무도 없길래


그냥 돌린 다음 명함에 Laundry fee라고 적어서 200엔과 함께 카운터에 올려두었다.


날이 좋길래 빨래는 바깥에 세워둔 자전거에 널었다.





개운개운 뽀송뽀송


자 이제 모든 걸 다 이루었으니..


저녁만 먹으면 된다.


아까 마을 들어오다가 '스키야'를 본 게 생각나서 걸어갔다.


자전거로 올 때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걸어가니 아주 약간 멀다.




구글맵에서 재보니 딱 1km네


카메라랑 지갑만 들고 갔다.


평상복 입고 일본 거리를 걸으니 현지인이 된 기분(응?)



근데 바깥에서 보니..어째.. 들어가기 전에 메뉴를 좀 파악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저기 왼쪽에 보이는 메뉴판 앞에서 한참 관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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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하고 들어가서 Joyful에서 했던 것 처럼 카운터 앞에 섰는데..


점원이 뭔가 문제가 생겼냐는 표정을 다가오길래..


나는 번역기로 '주문은 어디서 합니까?'라고 적어서 주니..


그냥 마음에 드는 카운터로 앉으면 된다고 했다.



근데 이 사람 외국인 대하는 게 처음인지 엄청나게 당황을 해서..


당황하는 건 좋은데.. 나한테 물 주는 걸 깜빡해서..


소심한 나도 페이스북에 '스키야 왔는데 대체 물은 어디에 있는 거지'...라고 올리니


뭔가 빠졌다는 걸 느꼈는지 한참 뒤에 보리차를 갖다 주었다.


맛있더라.


시원한 게.



내가 고른 메뉴는 '기무치 규동 도쿠모리' (キムチ牛丼特森) 맞나 모르겠다.


800엔 이상이었던 것 같다.


근데 뭔가 되게 다른 반찬도 없고, 지나치게 뚝딱 나오는 게.. 마음에 안 들어 -_-;


하여간 먹는다...


오랜만에 김치(엄밀히는 기무치겠으나)를 씹으니 좋다.


기무치는.. 좀 잘게 썰은 신김치의 느낌이었다랄까...


김치와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하여간 잘 먹고 계산하고 나왔다.


동전으로 계산할 때 그냥 멀뚱히 보는 게 민망할 때가 있어서


'맞습니까?'라는 일본어를 외워두었다. = 아타리데스까?



돌아가는 길에 사진을 부지런히 찍었다.


밤 되면 진짜 불 다꺼지고 길에 사람이 별로 없다.



주유소



자판기


비싸다



Netz



저 멀리 보이는 맨션



하천




여차하면 이런 데 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비가 오거나 뭐 그러면 캠핑은 무리무리니깐



로손 편의점..


아 근데 여기 밤되면 사람은 없는데, 차는 많이 다닌다.



고깃집이었던 것 같은데,


아 진짜 고기 냄새 때문에 현기증이 났다.



호텔데스



뭔가 했는데, 츠타야라고.. 대형서점 체인인 모양이다.



은행



어휴 무슨 은행건물이 이려;;


내가 이용하는 농협은 알록달록 참 예쁜데..


근데 아마 여기도 막상 들어가면 비슷할 것 같다.


보통 겉모양만 다르다.



마쿠도나루도.


한국에서도 안 가는 맥도날드를 일본에서 갈리가..



이건 진짜 뭔지 모르겠다.


네온사인 때문에 매우 의심이 되는 건물이지만..


그냥 고급 식당인가 싶었다.



우나기


장어를 말한다.


맛있겠다 장어






치과



방으로 돌아오니, 먼저 입실했던 남자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인사와 함께 웃으며 "아, 스미마센"이라고 했는데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목례했던 것 같다.


맥주라도 한 잔 할까 싶었는데.. 일단.. 각종 기기의 충전이 더 시급한 것 같았다.


처음에 콘센트를 못 찾아서 1층에 라운지까지 가서 바닥에 앉아 충전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방에 콘센트 연장선이 있더라;



여기에 꽂았다.


휴대폰에 전원 경고 들어온다 ㅋ


아슬아슬하게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들었다ㅋ


기운이 있다면 편의점에 가서 맥주나 사다가 마시면 딱 좋겠는데


기운이 없다.



아 그러고보니 처음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보는 구나..


요, 이불, 시트로 구성된 잠자리다.


자신이 요를 깔고 그 위에 시트를 덮고 또 이불을 덮으면 된다.


추우면 벽장에 추가 이불이 있다.


가는 곳마다 에어컨이 매우 빵빵했다.


일기를 쓸까하다가 포기..


부모님께는 아까 연락을 드렸고..


아까 배에서 잘 정도로 피곤했으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그렇게 그 날이 끝났다.


배타고 달린 거 제외하면 한 70 될라나 ㅋ




<다음날>




퍼지게 늦잠을 잤는데 10시 쯤이었던 것 같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달리기는 글렀지 싶었다.


잠자리가 너무 좋아서 그냥 드러누워 있었다.


책도 뒤적거리는 데 그냥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손목도 너무 아프고..




그러다 불현듯 빨래 생각이 나서 얼른 나갔다.


우앙 내 빨래 ㅠㅠ


다행히 그렇게 많이 젖지는 않아서 가져와서 방에 널었다.



다시 자리에 누워서.. 게스트하우스 안내문 같은 거 읽다가.


어슬렁거리다가 주인 아주머니 만나서 1박 추가 계산하고..


와이파이가 있으니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실컷실컷.



점심은 이거


이게 뭐냐면 대한민국 창원에 비상식량 삼아 구입했던 거다.



다시는 안 사먹는다 ㅋ


그냥 카레가 짱이다.




이거 먹고 또 잤다.


그렇게 피곤했던 건지 하여간 정말 많이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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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하단이 야마케 상>


사진이 이상하게 나왔다.


실물은 훨씬 더 인간적으로 생겼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한 8시~9시 된 것 같은데..


저녁 때가 지나도록 자버려서.. 좀 당황했다.


밖에 나가니 같은 방을 쓰는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통성명을 했다.




그의 이름은 야마케


나이는 일본 나이로 31, 즉 나보단 한 살 많은 것.


어디 가냐고 묻길래.. 어제 봐둔 드러그스토어 모리에나 갈까 한다고 하니까..


못 알아듣길래 그냥 콘비니(편의점)에 가려한다고.. 타베모노(음식)을 사러..


라고 하니까 같이 갖고 한다.





꽤나 어두운 길을 같이 걸어서 편의점에 갔다.


"히토리까라 사비시이 나이데스까?" 뭐 이렇게 묻길래..


처음에 도통 못 알아 들었는데.. 혼자 여행하는 거 외롭지 않아요?라는 질문이었던 모양이다.




일본인이랑 이렇게 오래 대화하는 것도 처음이라 은근히 긴장을 했는지


편의점에서 '데워드릴까요'를 못 알아들었다.


내 뒤에 있던 야마케 형이 잽싸게 "하이 오네가이시마스"를 쳤다.


외국인 친구 챙겨주는 솜씨가 허헛.




우리는 뭐 맥주랑.. 이것저것 먹을 걸 사서 돌아갔는데..


내게 술이 세냐고, "Are you Alcohol strong?"이라고 묻길래


나는 바로 알아 듣고


 이런 제스쳐를 취하며


"Strong"이라고 하니 매우 좋아하셨다.






돌아와 술과 음식을 먹으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과실주를 먹고



나는 에비수 맥주


한국에도 일본 맥주가 있냐고 묻길래 아사히는 있는데 에비수는 없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근데 지금 생각하니 있는 것도 같고..


샌드위치와 주먹밥 도시락을 먹었는데 주먹밥 도시락 꽤 맛있다. 굿.





서로 번역기를 돌려가며 이야기를 나누니 대화가 제법 원활했다.




그는 보통 버스나 기차를 타고 움직이며,


잠은 게스트하우스나 만화방에서 잔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일본 여행기를 보면 넷카페에서 자는 사람은 많아도


만화방에서 자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은데..







그의 직업은 옷에 무늬를 인쇄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디자이너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자기가 작업한 옷이라며 빅뱅의 사진을 보여줬다.


일본에서 빅뱅이 유명하냐고 물으니 제법 유명하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유명하긴 한데 남자들은 별로 싫어한다고 했더니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어디로 가냐고 묻길래


"사타...." ('곶'이 일본어로 뭔지 모른다.)


하고는 구글맵에서 큐슈 최남단을 보여줬다.


"사타 미사키"라고 형이 읽었다.


형은 아소산으로 갈까 생각중이라고 했다.




'생각'이라는 발음이 어려워서 형의 발음을 따라했는데 잘 안 됐다.





TV뉴스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때마침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로 국회 영상이 종종 나와서


같이 아베 욕을 했다.


물가가 많이 올랐냐고 물으니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입금은 낮아지거나 그대로라고 했다.


일부 대기업들만 배를 불린다고, 한국도 삼성이나 현대를 보면 그렇지 않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대답.





내가 재수를 6년 동안 했다고 하니까 대단하다고 했다.


한국은 남자들이 군대(군타이)를 가야해서 좀 불리하다고 했다.


확실히 일본은 군대를 안 가도 되니 좋겠다고 부럽다고 하니까


그가 스마트폰을 내민다.




한국어로 번역된 그 문장은


"하지만 일본도 앞으로는 전쟁하는 나라입니다."라고 적혀있었다.


그의 그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깊은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짧지 않은 대화를 나누며 한일의 건강한 지성이 교류한 느낌에 훈훈했다.


되게 친절한 사람이라 내 쓰레기며 설거지거리를 뺏다시피 도맡아서 해줬다.


나는 미안해서 막 뭐라도 좀 거들려고 애썼다.






12시 즈음..


너무 늦지 않게 방으로 돌아갔다.


딱히 드릴 게 없어서 "강꼬꾸노 코히데스. 프레젠또데스"라고 말하며


집에서 왕창 가져온 카누를 몇 개 건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일 날씨에 상관 없이 길을 나설 생각이다.


하루를 공히 게스트하우스에서 날렸는데..





'Like water'


나는 물처럼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문득 노블형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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