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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일본 자전거 여행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12일. 나가시마-사쓰마센다이(스포크가 부러지다)

by 통합메일 201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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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01일


월요일




05시 40분



솔개의 비명소리에 눈을 떴다.


성공적으로 자고 일어났더니 이제는 솔개도 그렇게 크게 무섭지는 않다.


노숙이라 역시 얼굴이 퉁퉁 부었다.


어떻게 저렇게 붓는 것일까;



캠핑에 성공했으니 셀카




다리가 잘 해보이게 해서 한 번 더



텐트를 배경으로 한 번 더






자 이렇게.. 보면.. 물살이 뭔가 특이하다.


섬과 섬 사이에 존재하는 물의 흐름.. 조류인가!?




천천히 여유있게 텐트를 걷었다.


8시



쿠로노세토


좋은 곳이었다.



왼쪽에 보이는 길로 산을 내려간다.






그러면 저 길로 내려오게 된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니 몰골이 그나마 정돈이 되었다.



내가 신세 진 곳이 우즈시오 공원이었던 모양이다.



이거 아마 꽤 유명한 다리일텐데..


쿠로노세토 오하시가 아닐까 추측..


통행로가 매우 협소하다.


'레이 게바라'님은 이 다리를 그냥 차도로 건너셨다는 데


나는 꾹꾹 참으며 그냥 통행로로 걸었다.


청소하는 아저씨가 계셔서 스미마셍하고 지나갔다.





물의 흐름이 확실히 신기하다.



뒤 돌아보니 내가 잤던 곳이 보인다.


텐트를 쳐도 아래에선 안 보이겠다.


최고의 장소였다.




다 건넜는데 이거 혹시 보행자 전용이라는 말인가?



좀 달리다 편의점에서 사먹었다.


소시지 빵이 맥주랑 먹으니 참 맛있었다.


일본 여행 하면서 소시지 빵을 30~40개는 사먹은 것 같다.



휘황찬란한 건물


처음엔 뭔지 몰랐다.


커다란 글씨는 '코스모스'


365일 매일'안이'?


나중에 알고 보니 '안이'라는 건 "야스이"라고 읽고 뜻은 "싸다"


비싸다는 "타카이"




그럭저럭 괜찮은 길을 간다.




길이 제법 좋아서 취한 포즈다.


이때의 시간이 10시



하지만 또 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배수구 맨홀이 주기적으로 있어서..


어디를 밟아야 할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아 그러고보니 이거 업힐이라서 찍은 거구나



소금기 올라오는 쫄바지



이건 왜 찍었는지 모르겠다;



업힐을 넘은 뒤에 이렇게 할인 자판기를 만나면 참 기분이 좋다.


원래 130엔 하는 콜라와 환타가 100엔으로 할인되고 있다.



보행자가 우선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지판



위의 갈림길에서 메인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마을 길로 빠졌다.


건널목이 많아서 짜증



마을길에는 업힐이 많다.


하지만 건널목 보다는 업힐이 낫다.


학교가 보인다.


나는 학창 시절 내내 학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었는데


공익도 학교로 배치받고..


직장도 학교가 될 것이고..


여행을 하면서 학교에도 관심이 많이 간다.


팔자인가..



마을길 업힐


나쁘지 않다.



이제 다시 메인도로로 돌아간다.


저 터널지나서 좌회전


나는 지금 아쿠네로 가고 있다.


가 아니라, 아쿠네를 지나고 있는 모양이다.



조이풀이 있다는 것은 마을이 끝났다는 말이다.



굿바이 아쿠네


우측에 보이는 '구스리'는 '약'이다.


진짜 약만 파는지 이것저것 파는 드러그 스토어인지..


아마 후자일 듯 한데 안 가봐서..




망한 편의점을 처음 봤다.


망하는구나.


길이 계속 이렇게만 가주면 좋으련만..



바다를 만났다.


산을 넘는 길과 해안도로 중에서 해안도로를 선택했다.



달리던 도중 자전거 길이 사라졌다.


지도를 들여다보니 마을 길로 우회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길도 은근히 옵티머스 프라임이 많이 다닌다.



마을 업힐 영차영차



정말 조용한 마을이고.. 분위기 상 젊은 사람은 한 명도 살지 않을 것 같다.


이따금 만나는 할아버지들이 나를 보고 흠칫 놀라기도 했다.


집집 마다 작은 경차들이 많다.


시골로 갈수록 중형차를 만나기가 힘든 것 같다.


도시로 오면 그래도 차들의 종류가 좀 다양해지기는 한다.



비포장 도로도 있고.. 공동묘지..








마을 언덕 정상에서 훌륭한 풍광을 만났다.


정말 탁 트였다는 느낌..


공중요새 위에 있다는 느낌..


사진으론 표현이 안 된다.







아쿠네 미치노에키에 들렀다.


매우 덥다.


또 환타를 뽑아 마셨다.


그러고보니 미치노에키들은 보통 전망이 좋은 곳에 있는 것 같다.





이곳의 바다는 진짜 옥색이다.



뭔가 했더니 쓰나미 안전 경고판이다.



12시 42분


업힐을 하나 또 넘었다.


사진을 보면 대강 그게 어떤 길이었는지 리플레이가 된다.




저 표지판에는 Truck lane END라고 적혀 있다.


이따금 오르막에서는 올라가는 차선이 두 개로 갈라진다.


속도가 느린 차량이 바깥 차선을 이용하도록 배려한 것.




12시 50분


길이 너무 안 좋아서 잠깐 해수욕장으로 들어왔다.




해수욕장 쪽에는 좀 좋은 길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옥


이 골목길 들어갔다가 탈탈 털리고 다시 돌아나왔다.


남자 3 여자아이 1 이렇게 한 팀을 제외하면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하늘엔 솔개가..



좋은 해수욕장이다.


조용하고..


머무를 수 없다는 게 문제지;




샤워가격이 제법 비싸지 않은가?





포토 스팟이라고 해서 대단할까 기대했는데 별로였다.


덥기도 덥고.. 길도 많이 안 좋아서 기분이 영 별로다.



해안선을 따라 터널이 하나 나왔다.


차량이 따라올까봐 제법 속도를 내서 넘었다.


표지판에는 '가고시마에 어서오세요.'



무사히 터널을 넘었다.


어 근데 뭐가 이상하다?


터널을 넘자마자 "땅"하는 소리와 함께 자전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가방이나 자전거에서 뭐가 떨어졌나 싶어서 얼른 멈춰 뒤돌아봤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조금 되돌아 걸어가면서 봤다. 하지만 떨어진 것은 없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출발


앗, 그런데 뒷바퀴에서 뭐가 걸리는 소리가 난다.


깜짝 놀라서 얼른 다시 자전거를 세웠다.




스...스포크가 부러졌다.


이런 젠장..


튼튼하기로 유명한 마빅휠이라 걱정을 안 했는데... 부러지다니.




이 여행도 이제 끝인가!


이제 차를 얻어타고 집에 돌아가면 되겠구나...(응?)




정말 멘탈이 많이 무너졌다.


힘든 건 참을 수 있는데 자전거가 부서지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크.......게 한숨을 한 번 쉬고..


차들은 이런 내 사정도 모르고 야속하게 쌩쌩 지나가고..


나는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당장 제대로 침착한 판단의 모드로 전환하기가 힘들었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지금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자전거 가게 같은 걸 본 기억이 없다는 것;;


외국에 나와서 스포크를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


구글 맵에 자전거라고 치니 당연히 아무 것도 안 나온다..


自転車라고 쳐도 아무 것도 안 나온다.


자전거포를 번역해 ジャジョンゴポ라고 쳐도 아무 것도 안 나온다.



또 멘붕



아 그런데.. 불현듯 생각나는 게 있어서.. 다시 구글맵을 켰다.




自転車店 (지덴샤텐)으로 검색을 해보니




나온다 나온다 쫘르륵 나온다!!


TIP : サイクル (사이쿠루)로 검색하면 좀 더 세련된 자전거 가게들이 나온다.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자전거를 뒤집고



휠을 뺐다.


(근데 지금 생각하니 휠까지 뺄 건 없었는데.. 멘탈이 크게 무너지긴 했나보다.)




카카오톡으로 한국에 있는 샵 사장님께 문의를 드렸다.


다행히 바로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일단 가능은 하다.'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는데 전문간의 의견을 수렴하니


솟아날 구멍이 보이는 기분




준비해 간 케이블 타이로 스포크롤 고정했다.


저렇게 하지 않으면 스포크가 내 몸을 찌르거나..


체인이나 스프라켓이 휘감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다시 조립하고.. 달린다





2시 20분


터널을 만났다.


전 같았으면 좀 부담스러웠을텐데..


스포크 부러진 것 때문에 멘탈이 정상이 아니다 보니..


두려움을 별로 못 느꼈다.



이 정도 폭의 통행로를 아장아장 걸음마(자전거 탄 채로 걷는 것)로 통과했다.


여행이 끝났을 땐 아장아장 걸음마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저 앞에 연두색 차량이 도로를 청소하며 지나갔다.


건담을 연상시키는 색조합의 옵티머스 프라임이 지나간다.


트럭이 꽤 많이 다닌다.


1차선 국도로 이것저것 나르려니 힘들겠다.


'길이 이래서 어떻게 벌어 살려고 그러냐 이놈들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지방도 보면 깜놀할 듯이라는 생각도 들고..


요새 우리나라 지방도 진짜 훌륭한 듯.. 하긴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다 부서지겠지..


사쓰마 센다이에 들어가서 좀 정신없이 달렸다.


달리다 신호에 걸려 멈춰서 지도를 들여다 보니..


아니 지금 내가 지나온 길에 자전거 가게가 있는 게 아닌가.


거리는 50m 정도?


한문이 익숙치 않으니 길에 있어도 좀처럼 발견을 못 하는 것 같다.


구글맵을 믿고 조금 돌아가니 정말 자전거 가게가 있다.


너무 반가워서 길을 건너는 데 횡단보도 앞에서 엉덩이 춤을 다 춘 것 같다.




자전거를 세우고..


들어가서.. 인사하고..


"와따시와 강꼬꾸징 지덴샤 료꼬 데스케도.. 와따시노 지덴샤노 리아루 휘루노 스포크가"


'부러졌다'라는 동사를 몰라서 이건 손으로 뭔가를 부러뜨리는 시늉을 했다.


찰떡 같이 알아 들으셨다.




이해는 했는데.. '아 될까 모르겠네'라는 표정으로 나와서 자전거를 들여다보셨다.


휠 허브에 적혀있는 숫자를 읽는 눈치였다.


나는 옆에서 그 눈치를 살피면서 "데끼마스까?"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것.




한참을 살피더니 입맛을 다신 그는..


몇번인가 "쿠로가.. 쿠로가.."라고 중얼거리더니


내게 "시루바모 다이죠부데스까?"라고 물었다.


처음엔 못 알아들었는데 "스포크 색깔이 은색이어도 괜찮나요?"라는 말이었다.


아니 이 사람아 지금 내가 색깔 따지게 생겨보이나 ㅋ


이해하자 마자 얼른 엄지를 치켜세우며(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괜찮다고 대답했다.



맨 왼쪽에 보면 '수리'라는 단어가 보인다.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서 휠을 빼서 스프라켓을 빼서 스포크를 끼우고 다시 조립하고 텐션을 맞추고..


생각보다 별로 고생을 안 하고 자전거를 고쳐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주로 생활차를 취급하는 매장 같아 보였다.



아 어느덧 뉘엇뉘엇 해가 지누나.


다 고쳤고, 공임은 1,500엔 정도가 나왔다.


너무 고마워서 자판기로 뛰어가서 '아쿠아리스'(포카리 같은 맛이 아닐까) 하나를 뽑아다가



라고 보여주면서 드렸더니, 쑥쓰럽게 웃으며 받으셨다.


어디까지 가냐고 하시기에 가고시마까지 가야 하는데.. 오늘은 좀 무리인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가고시마 바로 요 앞이라는 듯한 뉘앙스로 말씀하시는데.. 


나도 한국에 있을 땐 50Km를 참 쉽게 탔는데.. 지금은 그게 영 아니올시다,인지라..


그걸 설명한 방법이 없어서 그냥 웃으며 인사를 드렸다.




해가 기울었쪙




다시 가고시마 쪽으로 하여간.. 길을 잡는데.. 길가에 조이풀이 있길래 들어간다.




잘 곳을 찾아야 할 것 같아서 천천히 시간도 때울 겸 아예 흡연석으로 앉았다.


흡연석이고,, 담배를 피우면,, 환기시설이 워낙 좋아서


연기가 금방 사라진다.



처음에는 음료코너를 이용하지 않았는데


130엔에 음료수 무한이면 남는 장사인 것 같아서 이용하기로..


차를 세 번인가 떠다 마신 것 같다.



메뉴는 물론 규동


아침에 소시지빵이랑 유뷰초밥 먹은 이후로 이게 첫 식사다.


(이때부터 슬슬 살이 빠진 듯)





이제 잘 곳을 찾아봐야 하는데


사실 지금 나는 앞서 참고한 '레이 게바라'님의 


블로그에 나오는 루트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기억 상 그 분은 이 동네에서 야영을 하려고 했다가


혐한 시위대를 만나서 어쩐지 느낌이 불안해져서


넷카페를 찾아가서 잤다고 했다.





나도 넷카페를 가볼까 하다가..


넷카페가 2500엔에서 3000엔에 육박하는 데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샤워비용도 따로 나온다는 점이 생각나서


그럴바에는 그냥 비지니스 호텔을 알아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잘 먹고 앉아서 좀 쉬면서 아까 자전거 가게 찾으면서 익힌 기술을 써서


(우선 번역기 어플로 원하는 단어를 만든 다음, 그걸 복사해서 구글맵에 가져다가 붙여서 검색)


비지니스 호텔을 검색해봤다.





오 꽤 많이 나온다.


게스트하우스 같은 건 절대 없어 보이고.. 적어도 비지니스 호텔은 많으니


잘 곳을 못 찾으면 그냥 여기로 가도 되겠다고 생각을 정했다.





생각 없이 달려서 위 지도에 있는 다리를 건넌다.


이 강을 타고 조금만 나가면 바다다. (센다이 강)


근데 사진을 찍고 다시 구글맵을 보니..


다리 건너기 전에 호텔이 하나 있는 게 아닌가?


(이땐 아직 즐겨찾기 기능을 몰라서 매번 다시 검색하다보니 놓치는 일도 많았다.)


얼른 다시 돌아가봤다.



로얄 인 센다이


라고 읽는 모양.



오호.. 신기해 하며 길가에 쓰인 안내판으로 접근했다.


지금은 그냥도 읽을 수 있는데.. (일본어 늘음?ㅋ)


세금 포함 5,000엔이며 아침식사도 서비스된다는 뜻이다.


근데 저때는 못 읽어서 또 번역기를 켜서 인식 좀 시켜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가고시마 쪽에서 두 명의 여행자가 달려오더니 내 앞에 멈춰섰다.


일본인인 줄 알고 말을 걸릴래, 한국인이라고 하니


"니혼고 다이죠부데스까?"라고 하기에.. (일본어 괜찮으세요?)


"다이죠부쟈나이요 ㅋㅋㅋ"라고 장난을 쳤다. (안 괜찮은데요 ㅋㅋㅋ)


오른쪽에 안경 쓴 친구는 '오카노 카즈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오사카에 살고..


서로 명함을 주고 받았는데 건축공학과를 나와서 건축사무소에서 일했던 모양이고..





왼쪽에 있는 무골 스타일의 친구는 집은 모르겠고 나중에 페이스북 보니까


오키나와 대학을 졸업한 모양이고 미식축구가 취미인 모양이다.


두 사람도 완전히 일행은 아니고 중간에 만나서 잠시 같이 달리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 다 훌륭한 여행용 자전거를 타고 있어서 내가 참 부러운 눈빛으로 구경을 했다.


특히 드롭바가 너무 부러워서 ㅠㅠ 내 핸들은 손목이 너무 아프다고 울상을 지어드렸다.


내 자전거에 적힌 이름을 보고 "로드마스터?"라고 읽길래.. 강꼬꾸노 지덴샤라고 대충 둘러댔는데


왠지 장비에서 꿀리는 것 같아서 나도 로드바이크는 캐논데일이라고 강조를 했다 ㅋ



그러고보니 일본에 와서 노블 형 이외에 자전거 여행자를 만나는 건 처음인지라


저렇게 문장을 만들어서 더듬더듬 읽어주니까 빵 터지며 좋아했다.






나는 오늘 여기서 잘까 생각 중이라고 했더니


자신들은 좀 더 갈 계획이라는 것 같았다.


내가 지나온 길을 말해주니.. 왼쪽에 있는 친구도 아마쿠사 갈 계획인데 길이 어떠냐고 묻길래..


"너 나가시마 좆빠진다."라고 팔로 웨이브를 그리며 말해주었다.


대신 아마쿠사는 굿이라고 해주었다.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다.






길지 않은 대화를 마치고 서로 인사를 했다.


떠나는 그들의 뒤에 "간빠레"라고 외치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자전거 스포크도 분질러 먹어서 매우 깜놀한 날이었지만..


그래도 큰 고생 없이 고칠 수 있었고..


재밌는 친구들도 만났으니 그렇게 나쁘진 않은 날 같았다.




호텔 입장은 한 6시 정도 였던 것 같다.


그래 근무는 6시까지만 해야지...




비장한 각오로 로비에 들어서니 카운터에는 지극히 일본인처럼 생긴 두 명의 여직원이 있었고


일단 의사소통이 상당히 힘들었다.


"오헤야 아리마스까?"라고 물었는데


담배를 피우냐고 묻길래 피운다고 했더니 흡연실은 없단다..


금연실도 좋다고 말하니 그럼 흡연은 건물 밖 흡연장소에서만 가능하다고 해서 OK


어차피 나는 방에서 담배를 안 피운다.



여권을 달라고 해서 주니 복사인지 스캔인지를 한다.


숙박부를 적는다.


주소는 그냥 대충 적었는데 지적받지는 않았다.








오오 시설 괜찮다.


전망도 좋고.


부산 W모텔보다 1만원 더 비싼 가격 치고는 훌륭하다는 생각.


다만 복도에 냄새가 좀 났다.


일본 첫 날 산에서 만난 크리스에게서 맡았던 그 카레냄새.. 그 냄새였다.


진짜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숨쉬기가 힘들 정도의 냄새였다.



샤워를 하고



편의점에 갔다.


이것저것 많이 샀다.



1층에 세탁기가 있었는데..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냥 포기하고 이따 하기로..



오랜만에 스타킹도 신고



이때까지도 아직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여행 후반부에 가면 진짜 많이 마시는데 ㅋ




TV를 보면서 충전을 하고..




여행의 필수품 손톱깎이!!


일본의 호텔에서는 다 빌려주는데.. 호텔을 갈지 안 갈지 모르는 일이니까..


일상에서는 참 별 거 아닌 아이템인데 여행에서는 정말 그 빛을 발휘한다.





아 그러고보니..


엊엊그제 오무타에서 페리를 타고 나가사키를 달릴 때


한국에 있는 HSJ라는 친구에게서 카톡이 하나 왔다.


일본 큐슈에 화산이 터졌다고 하는데 조심하라고




아마쿠사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야마케 형도 그 얘기를 했고


오늘 만난 여행자들도 그 얘기를 했는데..


오늘 만난 여행자들은 뭐 별로 그렇게 심각하지 않게 얘기를 했다.




TV에서 그 얘기를 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대피했다고..


차분하게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아봤는데 별로 특별한 내용은 없었고..


구글맵으로 해당 화산인 '구치노에라부지마'의 위치를 확인해보니..






멀어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일단 저 화산재가 큐슈 본 섬까지 오기는 힘들 것 같고..


문제라면.. 화산이 줄기를 타고 사쿠라지마가 분화하는 것인데..


뭐.. 큰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사타곶을 갈 경우에는 조금 가까워서 조심을 해야 할 듯









TV에서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어느 사람이 올바른 소리를 하는지.. 못 알아 들으니 알 수는 없고..


엊그제 야마케 형의 "하지만 앞으론 일본도 전쟁하는 나라입니다."라고 하며 보인 눈빛이 다시 생각났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는 지금 전쟁을 하는 나라이구나,


일본인들에게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은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겠구나..


일본이라는 나라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였던 거구나..




나는 군대를 다녀왔지만..


딱히 우리나라가 전쟁을 하고 있다는 명확한 인식을 가지지는 못했는데


그러한 인식이 새삼스러운 인식으로 다가왔다.





그나저나 그건 그렇고..


걱정이 되는 것이..


과연 내가 사타곶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것..


제법 남쪽으로 멀리 내려오기는 했는데..


자전거 바퀴가 이렇게 고장이 났으니..


자전거만 성하다면 어떻게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지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TV를 보는 틈틈이 몇 번인가 세탁기를 돌리러 1층으로 내려갔지만


결국 11시~12시 쯤 되어서야 빨래를 할 수 있었다.


빨래를 돌리고.. 건조기도 돌리고.. (무료다)


빨래를 널고 




잘 안 읽히는 '금각사'는 접어두고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다가 (잘 읽힌다.)


잠을 청했다.




머릿 속에는 온통.. 사타곶에 대한 걱정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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