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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일본 자전거 여행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15~16일. 카노야-미야코노조(귀향의 시작)

by 통합메일 201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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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4일 목요일


8시






아침의 전쟁터


짐들이 다 젖어서 닦고 말리느라 널어놨더니


다시 짐을 싸는데 고생을 제법했다.


역시 어지간히 정리를 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아 이 호텔은 1층에 대욕탕이 있는데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엘리베이터도 타야 하고.. 사람도 많을 것 같아서 가지 않았다.



호텔에서 나왔다.




호텔 바로 뒤에 다이와라는 대형마트가 있었는데


어제 해 지고 편의점이 너무 멀어서 들어갔는데..


어째 어둑어둑한 거다.


문을 닫았나 싶어서 기웃기웃하는데 안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점원은 아니고 손님이 분명한 모양새.


아직 영업종료를 한 게 아닌가 보다 싶어서 들어가서 장바구니를 들고 물건을 좀 집고 돌아다니는데


(사람이 전혀 없기는 했다.)


매장정리를 하던 직원이 나를 발견하더니 매우 업무적인 말투로 영업이 끝났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선 뻘쭘하게 나왔던 일이 있다 ㅋ


좀 쪽팔림 ㅋ



이런이런 그나저나 여기는 도시 한 가운데에도 이렇게 터널이 있다.


업힐이 많은 도시였다.



미야자키로 향하는 길목에 미리 살펴둔 자전거 가게를 찾아왔다.




가운데 있는 저 가게다.


그런데 이 가게도 웬 아주머니만 계시고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하셨다.


다른 가게가 없냐고 물었더니


미야자키까지는 가야 할 거라고 (뭐?)




지도에 보이는 쭉 뻗은 길을 달려서 가노야를 빠져나간다.


분명히 여기 고도가 제법 있는데.. 이렇게 평지가 있다니 신기했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무척이냐 청명하다.


어제와 같은 지옥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굉장히 큰 병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와 진짜 용하게 기억하는구나 ㅋ)



녹차밭이 많았다.


특산물이 녹차인 모양



길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설설 기어갔다.


어제 김영하 작가의 책을 읽고..


또 어제 만난 정말 친절한 분들과의 경험을 더해서..


뭔가 작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기분..


사타곶을 포기하 마당에 이런저런 것들이 쉽게 변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러웠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마음가짐이 변하여 편안함이 밀려오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아니면 그냥 포기해서 편한 걸지도 모르고



아름다운 하늘이다.


이런 하늘이 그토록 그리울 줄은.. 여행 초반부엔 상상도 못했드랬지..



가노야의 고산지대를 벗어난다.


다시 말해 길고긴 내리막을 내려간다.


행복했다.



하지만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좋은 길이라고 좋아하지 말고,


나쁜 길이라고 괴로워하지 말 것.


내가 얻은 깨달음의 핵은 그런게 아닐까.


흔들리지 않는 마음..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평정심이며, 스토아가 말하는 부동심이고..


때로는 니체의 힘의 의지가 되며, 소크라테스가 말한 영혼이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래저래 여러모로 속이 깊고 큰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적 미덕이 아닐런지



업힐을 앞두고 잠시 멈춰 쉰다.


길 옆에 나있는 샛길인데 이런 길로 들어가면 뭐가 있을지 조금 궁금



가느다란 갓길을 따라 올라갔다.


이따금 옵티머스 프라임이 나를 스쳐 지나갔는데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아 멀찍이 비켜지나가서 크게 두렵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 번인가는 아슬아슬하게..


옵티머스 프라임도 등급이 있는데 개중에는.. 초장축.. 그러니까 몸체가 엄청나게 큰 녀석들이 있다.


그런 차들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그 유명한 여행가 '정태준' 선생께서도 일본 여행 중에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지 않았던가.



일본의 도로는 저렇게 좁으면서도


중앙선에 요철을 아주 집요하게 심어놔서


차들이 나를 피해서 지나갈 때면 "드르륵"소리가 아주 노골적으로 들린다.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적잖이 죄송했다.



아까는 지겨운 다운힐이더니 이제는 지겨운 업힐이다.


볕이 뜨거워 그늘에서 쉬면서 지나온 길을 찍어보았다.


현재 시간 11시30분



그런데 정말 괜찮은 길을 정말 조심해서 살살 달렸건만


느낌이 온다.


작은 요철을 밟았을 때 뒷바퀴를 타고 엉덩이에 전해지는 진동..


그와 함께 들려오는 ""하는 울림


스포크가 하나 더 끊어지려 하고 있었다.


안돼 참아.. 하나 더 끊어지면 버틸 수 없어.



다운힐을 좀 내려갔는데..



스포크가 하나 더 끊어져버렸다.


망.연.자.실


아 망할 노무 세상 진짜..


아까 얻었던 깨달음이고 지랄이고 나발이고 간에


아 진짜 너무 짜증나서


지금 이 사진을 보면서도 그때의 감정이 막 리플레이가 된다.



최악이다 진짜


이건 뭐 시한폭탄을 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한 마을에 도착했다.


모내기가 한창인 마을이었다.




<등고선에 주목 : "어뗘? 후달려?">


큰 길에서 벗어나 이 마을로 들어가면 자전거 가게가 있다고 알려주는 구글맵


이런 시골 마을에 번듯한 가게가 있을까 의심스러웠지만


속는 셈 치고 들어가보기로 했다.





오 들어갔더니 진짜 가게가 있다.


오토바이를 주로 취급하는 것 같았지만


유리창에 일본자전거협회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다.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내부를 들여다보니


연장통에 스포크가 보였다.


'스포크다 스포크다'


주인 아저씨만 있으면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없엉 ㅋ




여기 주인 아저씨 어디갔냐고 물어보려고 해도 딱히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논에서 모내기하는 사람한테 물어봐야 하나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 포기하고 그냥 다시 큰 길로 돌아나가려고 하는데


저기 승합차가 주차되어 있는 집 앞에서 웬 할아버지가 걸어오시길래


"아노 오지상"으로 시작해서..


저는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인데 제 자전거가 고장났는데 저기 지덴샤텐(자전거가게)에 가보니 주인 오지상(아저씨)가 아리마센(없다)라는 말을 정말 제스쳐도 풍부하게 섞어가면서 했는데..


이 할아버지 너무 늙으셨고, 내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사투리가 너무 심해서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랄까..


(내가 일어를 거의 못하는 수준이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잘 통하는 사람이 있고 안 통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하여간.. 내 말을 조금 알아들으셨는지 자꾸 내가 돌아온 가게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뭐라고 하시길래..


감사합니다. 실례했습니다.로 대화를 마무리를 하고 배꼽인사를 드리고 하여간 가르쳐 주신 방향으로 다시 와보기는 했는데..


어떻게 하라고 하신 건지 알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가게 옆에 있는 문의 초인종도 눌러봤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그래서 다시 뒤돌아가려고 하니 그 할아버지께서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셨다.


같이 가보자고 하시는 듯



알고보니 이 가게의 가정집이 바로 앞에 있었던 것


왼쪽이 가게 오른쪽이 집


할아버지께서 앞장 서서 이 집 마당으로 들어가시며 누군가를 부르니


아주머니께서 나오셨다.





자초지종을 설명드리자.. 주인 아저씨 지금 출타 중이시란다.


어디 가셨냐니까.. '가노야' (내가 지금 떠나온 도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우린 인연이 아닌가 보네요.


또다시 감사합니다. 실례를 했습니다.로 배꼽인사를 하고..





이 마을 윗길로 올라가면 메인도로로 연결된다길래 그리로 올라갔다.


미야코노조까지만 가면 될거라고 힘내라고 해주셨다.


비록 자전거는 고치지 못했지만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신 할아버지께 정말 감사했다.


장수하세요!!



아까의 등고선이 말해주듯


욕나오게 가파르다



차라리 날 죽여



간신히 올라왔다.


저 진입로에 주저 앉아서 잠시 쉬었다.


쉬다가 일어서서 지도를 확인하는데 종아리가 따끔!


쇠파리가 내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아픈 건 둘째치고 소름이 쫙!!!!!!!!!!!!!


욕을 한바탕 해주고..


혹여나 쫓아올까봐 얼른 도망갔다.




으허엉엉엉


자전거 언제 고쳐



산에 포위됨



아름다운 업힐


마을 업힐보단 준수했음



업힐을 하고 나서 다시 만난 평지


여긴 고원지대가 많은 느낌이다.



고랭지 작물?



길이 좋다고 찍은 걸까 안 좋다고 찍은 걸까..


한국에서 타던 로드로 지나가도..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자전거보다는 이 길을 수월하게 넘을 수 있을 듯


지금은 스포크가 두 개나 부러진 상태이므로


아무리 낮은 턱이라도 신중하게 지나가야 한다.


점점 스킬이 늘고 있는데


턱을 넘을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낮은 턱 : 턱을 만나면 일단 브레이크를 잡아서 자전거를 거의 정지 상태로까지 만든 다음, 한쪽 발은 페달에 두고, 다른 발은 땅을 짚어서 스무스 하게 넘어가는 방법.


2.높은 턱 : 일단 정지. 아장아장 걸음마 (브레이크로 충격을 조절하는 게 포인트)


그러하다.



이후로 그냥 3시간을 묵묵히 달렸던 것 같다.


스포크 때문에 사진 찍을 정신상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금 다시봐도 어떻게 이렇게 사진이 없나 싶을 정도로 사진이 없음;





하여간 무사히 미야코노조에 입성했다.


그리고 자전거 가게를 찾아 갔다.


무슨 공업사처럼 생겨서.. 멍때리고 지나갔더니 지도 없이는 도통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지나치게 길눈이 어두운 것도 같다.




길에 자전거를 놓고 안에 들어가서 말씀을 드리니 웃으시면서


"나까헤"(안으로)라고 하셔서 짐과 자전거를 분리해서 가지고 들어갔다.


내 짐도 같이 날라주셨다. "아.. 스미마셍"(감사합니다.) (원래는 죄송합니다,이지만 이럴 땐 감사합니다로 쓰일 듯)












언제나 그랬듯..


"저는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이고 제 자전거의 리어휠 스포크가 부러졌습니다."라는 대사를 반복했다.


(이건 뭐 자동응답기도 아니고)


백발이 약간 섞인 60 정도 되어보이는 아저씨셨는데 인상이 무척 푸근했다.



작업대가 싯튜브를 끼워서 뒤집는 방식이라 신기했음.


내 싯포스트를 빼는데 검은 모래로 범벅이 되서 쇠긁히는 소리가 진동을 ㅋㅋ


"이야~~ 사쿠라지마의 모래구나!!!!"라고 하셔서


"하하 네 그렇습니다. 사쿠라지마입니다"라고 했다.


천신만고 끝에 자전거를 작업대에 끼우니 감개무량했다.


그러고보면 사쓰마센다이에서 한 방에 자전거를 수리했던 것은 큰 행운이었던 모양이다.



트럭 짐칸에 작업판을 놓고 이걸 작업대로 쓰셨다. 괜찮은 아이디어인듯.



아저씨께서 내 휠을 고치시는 동안 나는 빗길에 녹아버린 브레이크를 교환하기로 했다.


뚝딱뚝딱 묵묵히 서로의 일을 했다.




근데 저쪽에서 내 휠과 씨름을 하는 아저씨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자꾸 "쓰읍.......쓰읍......." 입맛을 다시시는게... 뭔가 순조롭지 않아 보였다.


제발..제발 아니길 빌면서 나는 브레이크 슈를 교체하는 것인데......




결국은 스프라켓을 분리할 수 없어서 고칠 수가 없다고 하셨다.


아저씨 친구 분도 와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안 된다.


내가 도통 이해가 안 가서.. 인터넷에서 스프라켓 분리 공구(그 체인 달린 거) 사진을 보여줬는데


이게 문제가 아니라 렌치 규격이 안 맞는다고 하셨다.


내가 보여준 공구처럼 '심보'가 있는 연장이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하셨다.




헐...


천신만고 끝에 찾아왔건만 이번에도 스포크를 못 고친다는 말인가?


망연자실했지만 그래도 표정관리를 하면서.. 자전거를 추스리는데


아저씨랑 아저씨 친구분이 요 앞에 '코조'라는 곳에 가보라고 하셨다.




구글맵에도 안 나오는 곳이라 찾아갈 수 있을까 싶어서..


그냥 구글맵에 나오는 근처 다른 가게를 물어봤는데..


거긴 절대 못 고친다고 그냥 코조로 가라고 하셨다.




나가서 우회전..


"아마리 고쥬에타데스까?" (대략 한 50m 정도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그 정도 될라나 확실하지 않은데 바로 앞이라고 하셨다.




아리가또고자이마시다. 오츠카레사마데시따. 하니까..


끄떡끄덕하시면서 민망하다는 듯이.. "고멘네"라고 하셨다.


일본 여행 중에 들은 고멘네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랄까..





우측에 살짝 보이는 자전거는


뚱뚱한 수제자의 트렉 마돈 4.3




진짜 가깝긴 하더라


아저씨 말씀대로 가보니 정말로 세련된 사이클샵이 있었다.


일본에 와서 본 것 중에 가장 세련된 샵이었다.




들어가니까 주인 아저씨랑 뚱뚱한 청년이 앉아 있었는데..


또 정해진 대사를 말씀드리니


"지간 다이죠부?"(시간 괜찮음?)라고 물으셔서


얼른 "하이 다이죠부데스"라고 대답했다.




들어오라고 하셔서 커피도 대접받고..


뚱뚱한 청년이랑 나름 대화도 했다.




이 샵에서는 포커스, 트렉, 콜나고를 취급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한국에는 의외로 포커스가 많지 않은데 일본에는 포커스가 되게 많은 것 같다고 하니까.


포커스의 발음을 '호~카스'라고 해서 웃음을 참느라 좀 힘들었다.




로드 바이크 타냐고 물었더니 밖에 있는 트렉 마돈이 자기거라고 하길래


나는 캐논데일 슈퍼식스 에보를 탄다고 했다.


(지금 찾아보니 마돈 비싸구나.. 울테그라긴 하던데...)





아저씨는 좋게 말하면 하드보일드 하시고, 나쁘게 말하면 약간 똥폼이랄까..


목소리를 되게 근사하게 내시는 분이셨다.


성함이...켄지 상이셨던가...


요즘 핫 하신 백종원 시의 외모에서 기름기를 쪽빼면 좀 닮지 않을까 싶음. (뭐 상상은 여러분의 몫으로)




여기서도 또 감사했던 게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휠의 스포크를 빼서


내 휠에 심어주셨다 ㅠㅠ




우아앙...


'날 울리지마~'


뒷브레이크가 완전 떡져 있어서 그것도 잡아주시고..


아 뒷브레이크는 내가 사온 브레이크슈와 호환이 안 되서 교체하지 못햇다.





매장 안에서..


공임은 3천8백엔이었나 뭐 그 정도였던 듯..


외국인이라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많은 곳에서 계산을 할 때마다


계산기에 금액을 쳐서 보여주었다.


나중엔 그냥 들으면 얼마인지 알 정도로 귀가 트이긴 하더라..




여기서도 긴 배웅을 받았다.


어디서 자냐고 하시길래 '비지니스 호텔 칸가이마스'(비지니스호텔 생각중입니다.)라고 했는데..


사실 오늘도 비지니스 호텔에서 자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아저씨와 뚱청년 두 사람의 배웅을 받고 진짜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고 가게를 떠났다.



6시30분


맨 처음 자전거샵에 도착했을 때가 4시였는데


자전거 고치는 데 2시간 30분을 소비해버렸다.


헤헤헤


그래도 자전거 고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번 스포크는 얼마나 버텨줄까.. 모르지만..


하여간 있을 때 잘하라는 말도 있듯이..


아직 스포크가 성할 때 인도턱을 조심조심 넘기로..



고쳐진 바퀴를 보니 기분이 너무 좋음.



앞바퀴 브레이크 슈 바꾼 모습.


은색으로 짱짱맨



호텔을 갈까 어쩔가...


하여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슬렁어슬렁 미야자키 쪽으로 천천히 갔다.


길이 문제인데..




미야코노조에서 미야자키까지는 10번 국도와 269번 국도가 있다.


길은 269번이 더 좋아보이기는 했는데..


10번 국도를 타면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다.


만일 오늘 호텔에서 잔다면 269번 국도를 타면 될 것이고..


캠핑을 하려면 10번 국도를 타야 할 것..


북상하다가 약간 남진을 해야해서 손해보는 느낌이 들긴했지만..


벌써 자전거 타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야간라이딩을 하기로 결정했다.



가는 길에 어머니께 자전거를 고쳤다고 전화를 드리니 다행이라고 하셨다.


어머니께서는 호텔로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셨지만..


내일 비 올 것도 같고.. 그러면 호텔에서 연박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좀 감당이 안 될 것 같고 해서..


그냥 캠핑장으로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6시45분에 드러그스토어 모리에 들어갔다.


한 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했는데 처음 들어가본다.


뭐 별 거 없더라..


여기 들어갔다 나오니 해가 거의 완전히 저물었다.





빵, 컵라면, 물, 음료수 등 캠핑장에서 필요할 물건들을 샀다.


랙팩이 빵빵해짐 ㅋ




그러고보니 야간 라이딩은 처음이 아닌가..


그래도 목적지를 정해두고 가는 라이딩이니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앞으로 달려야 할 거리는 약 15km


내 자전거로 평속 10km 정도가 나오니.. 쉬는 시간까지 합치면 약 2시간 정도가 걸리지 않을까 예상했다.


현재 시간 7시 30분



그 와중에 도리이 만나서 사진도 찍어보고







해가 진다아아아아


제법 아름다웠다.



침착하게 일찌감치 라이트를 켜고 달린다.





이 다리 때문에 지금 생각난 건데 ㅋ


아까의 서술을 수정한다.


난 처음에 269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저 밑에 보이는 무슨 스포츠 파크에서 노숙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길을 보니 불빛도 없고 너무 호러블해서 급히 캠핑장으로 경로를 변경했던 것 같다.











길에서 조이풀을 만나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오늘 제대로 뭔가를 먹질 못했구나..






내 벗은 구글맵 뿐이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이따금 시끄럽게 수다를 떨었다.



오늘도 규동


먹어도 먹어도 딱히 질린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성업 중인 빠찡코


638엔을 계산하고 다시 나와서 길을 달린다.


상당히 지쳐 있어서.. 이젠 뭐 일본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같은 거엔 관심이 없어졌다.


어차피 또 뻔한 대화를 하게 될 것 같아서..



이것도 빠찡코



온몸이 쑤시고.. 특히 손목이 너무 아파서..


나도 저 마사지 좀 받고 싶었다.


50분에 3만원이라..



하여간 여기까지는.. 가게의 불빛도 밝고.. 차도 많이 다녀서 별로 무서울 건 없었다.


그런데...



저기 보이는 10번 국도랑 미야자키 자동차 도로의 접점 부근에서 사단이 났다 ㅋ



자동차 도로를 탈 수는 없으니 우회를 해야 하는데..


저 부분에서 자전거 도로가 사라지고..


마을길로 우회를 하면 되는데..


도심으로 들어가기는 싫고..


얼른 메인도로로 복귀하고 싶어서 저렇게 기를 쓰고 다시 메인도로로 돌아오고 있는 거다 ㅋ




우아 시발 근데 진짜 아무 것도 안 보일 정도로 깜깜한데..


농업용도로라서 그런지 길도 너무 험난하고..


공동묘지 지나갈 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길이 안 좋으니까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일끈히 휠 고쳤는데 또 망가질까봐 조마조마하고...


한 10분 20분 달린 거 같은 데 너무 길게 느껴졌다.


낮에 만나는 공동묘지는 별 감흥이 없는데.. 밤에는... 아놔 진짜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서


카라의 미스터를 계속 흥얼거렸다.


"랄랄랄랄라 랄랄랄라랄라 랄랄랄라랄라 위스퍼(응?)"



가까스로 다시 메인도로로 복귀하고 만난 편의점


아이시떼루우우우



두려움이 쩔은 모습


이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냈는데..


친구들에게는 별로 겁먹지 않은 척을 했드랬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카노니케 공원


근데 이게 끝이 아니고.. 여기서 좀 한참 올라가야 한다 ㅋ


그래서 여기 안 올라고 했던 건가 ㅋ


길이 좀 울퉁불퉁했던 것 같다.




낮에 보면 이런 모습인 모양인데.. 밤에는 라이트 하나에 의지해서 달려야 하니까 어느 게 길인지 잘 보이지도 않고..





한참 들어간다.


사람도 차도 아무 것도 없는 길을..


여기까지 가면서도 끝까지 두려웠던 것은..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물도, 전기도, 불빛도 없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었다.


이래저래 겁 많은 김정환이다.


"랄랄랄랄라 랄랄랄라랄라 랄랄랄라랄라 위스퍼(응?)"









솔직히 무서워 안 무서워



길도 드럽게 어렵게 해놔서.. 여기저기 쇠사슬로 길이 막혀 있어서 당최 입구가 어딘지 알 수가 있나.


대강 저기로 가야한다는 건 알겠는데 입구가 또 막혀 있어서 화딱지가 나서 그냥 화단으로 자전거를 끌어 올려서 넘어갔다.


(딱히 꽃이나 화초가 있는 곳은 아니었음. 그냥 잔디랑 풀)




근데.. 오늘이 평일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 내일 비소식이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는데..




넓은 땅을 한바퀴 돌아봐도


잔디밭에 텐트는 커녕 천쪼가리 하나 찾아볼 수가 없고..


매표소 같은 것도 보이질 않아서




그냥 불 켜진 식당 같은 게 있길래 자전거를 세우고 다가가니


마침 젊은 여직원 하나가 앞치마를 두르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모양이었다.


놓칠까 싶어서 얼른 말을 걸었다.


여기가 캠핑장 아니냐고 물으니 맞긴 맞는데...


"시마루"(정확하진 않은데 이런 발음의 변종이었던 듯)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 아닌가!?


우리가 군대나 농사판이나 공사판에서 흔히 쓰는 "시마이"라는 단어!


시간이 늦어서 끝났다는 뜻이구나 싶어서


번역기에다가 "영업종료"라고 적어서 보여주니 맞다고 한다.


일단 알겠는데 캠핑 안 되는 거냐고 "칸핑구 데끼마센까?"라고 되물으니


조또 맛데 구다사이 하고선 안으로 들어가 웬 아저씨를 불러 나왔다.




아저씨께서는 요금이 560엔이라고 말씀해주셨고..


돈은 많지요~라고 하며 얼른 지불.


그리고 아저씨가 손전등을 들고 따라오라고 하셔서 따라가니 여기저기 캠핑사이트가 있는 캠핑장이 있었다.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뭐 대충 아무데나 치라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다.




잠시 후에 경비원 복장을 한 할아버지께서 오셔서 화장실에 전기를 올려주고 가셨다.


득의양양하게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아 그러고보니 지금 시간이 대략 한.. 10시 30분 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15km를 어떻게 온 거야


후다닥 텐트를 치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야간 라이딩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또 캠핑장도 성공적으로 잡지 않았는가!


지도를 보니 벌써 미야자키에 상당히 근접했다.




기분이 좋아서 공들여 사진을 찍었다.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인 듯.


화장실 바로 옆에 텐트를 쳤다.


화장실 입구에 큰 세면대? 걸레 빠는데?가 있어서 거기서 아주 시원하게 머리를 감았다.


어디서 설핏 비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지만.. 괜찮다는 생각..




텐트에 들어가서 책을 보는데.. 바깥에 웬 그림자가 설핏 비쳤다.


텐트 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두고 있던 터라 바깥이 잘 안 보였는데..


어떤 생물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생물체도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컨택 1초, 2초, 3초..


고양이었다.


몸의 일부만 보이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오늘 장 본 게 많다보니 냄새가 난 모양이지..


"얌마!"라고 호통을 치니 호랑이 걸음으로 도망을 갔다.




내일 비가 오면 어찌해야 할까 또 우중라이딩인가..


예보 상으로는 아침부터 비가 온다고 했다.


에이 모르겠다 내일 걱정은 낼 모레~


이어폰을 꽂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2015년 6월 5일 금요일


새벽 3시 쯤인가.. 후두둑 소리에 잠을 깼다.


텐트 천정이 방충망으로 뚫려있는데 그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진 것도 같다.


"뭐.. 뭐여!"


깜짝 놀라서.. 화장실 처마 밑으로 피신을 했다.


피신해서 또 얼마간 자다가..


아니 이건 이렇게 피할 비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20m 정도 떨어진 오두막으로 피신했다.


비바람이었기 때문에 텐트를 정중앙에 놔야 비를 다 피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다시 잠이 들었다.




계속 비가 온다.


아침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하루 더 여기서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니었고.. 가랑비가 아니었고.. 몸도 너무 피곤했다.


손목도 문제고.. 50km 이상 달리면 쓸리기 시작하는 사타구니도 그렇고..



책 읽다 자다 책 읽다 자다 그랬던 것 같다.


충전을 할 수 없어서 스마트폰은 꺼두고 최대한 사용하지 않았다.




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잔디밭도 거진 물바다.


빗물이 배수로를 타고 무섭게 떠내려갔다.



10시 30분


어제 드럭스토어에서 사온 계란빵과 소시지빵으로 브런치를 먹는다.


음료는 그냥 생수에 커피 타서 마신 것도 같고..


카누를 왕창 가져간 게 보람이 좀 있었다.


찬물에도 잘 녹는 카누



텐트 천정에 달린 고리인데.. 원래는 랜턴 고정용인데


나는 주로 헬멧을 매달고 거기에 이런저런 것들을 넣었던 것 같다.



먹고 있으니 비가 더 온다.



또 책 읽다 자다 하다가 점심 시간


이번에는 컵라면이다.


텐트 바로 옆에 의자가 위치해 있어서 텐트에서 나올 필요 없이 그냥 지퍼만 내리고 바로바로 요리 가능 야호!



튀김우동이라고 생각하고 샀는데



튀김우동이 맞다. 데헷



4시 50분


이제서야 비가 좀 그쳤다.



비가 그치니까 얼굴이 시커멓게 탄 아저씨가 청소를 하러 지나가면서


하루 더 머무를 거면 매표소에 가서 계산을 하라고 했다.


네네 그래야죠 하면서 지갑을 꺼내서 나오니까 알아들었구나 생각했는지 그냥 갈 길을 가셨다.




매표소에 가서 계산을 했다.


그런데 어제의 요금인 560엔이 아니라 1천엔 조금 넘게 말씀하시길래..


어제의 요금은 저기 있는 식당 아저씨꼐 드렸다고 말씀드리니


무슨 안내 팜플렛을 주셔서 들여다 보니..




당일치기는 560원이고


숙박은 1,030엔인가 그랬다.


허허 그렇군요. 내가 어제 싸게 묵은 거군요.



얼른 드렸다.





산으로 올라가는 모노레일 같은 것도 있는 모양인데 타 볼 생각을 못했네..


비가 조금만 더 일찍 그쳤으면 또 모르련만..


그나저나 여기 이렇게 사람 없어서 어디 먹고 살겠나..



이제는 의젓해진 나의 할렘


뭔가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일상에서는 그토록 풍요롭게 살아도 불평을 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누울 공간과 컵라면 하나에 이렇게 행복하구나..


그저 쉴 수 있다는 것에 이렇게 감사할 수 있구나!





어둡게 보이는데..


비구름이 걷히면서 그 뒤에 있는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역광 조건이 만들어져서 그렇게 찍혔다.



실제로는 광명이 매우 눈부시다랄까.



어머니 퇴근 시간에 맞춰서 또 한 번 전화를 드리고..


매우 기분 좋아진 목소리를 들으니 어머니도 좋아하셨다.


"엄마 저 이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래 우리 아들 어서 와라. 보고싶다."



이 날 밤은 가족들의 꿈을 꾼 것 같다.


아빠도 나오고, 엄마도 나오고..


맨날 투닥투닥 싸우는 동생도 나와서..


아주 즐거운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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