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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by 통합메일 2016.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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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원하는 것을 가지고도

이제는 더이상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몰라

"나는 이제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때로 머리카락 사이로 당신의 하얀 얼굴이 보일 때면

무언가 불현듯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지곤 하는 것입니다.


어느덧, 선한 동기도 긍정적인 결과에 의해서만

긍정되어지는 시대의 오늘에

아마도 나의 적확한 사명이란

가만히 눈을 돌려

홀연히 몸을 날릴 진리를 찾는 것일 텝니다.


피할 수 없는 사랑과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결국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진즉에 알았더라면, 이미 다 꿰매버린

전생의 매듭에선 부디 나의 이성을 공고히 해주십사

얘길했을 게 아주 틀림없습니다.


혹은 그도 아니라면 나는

저 먼발치에 잔뜩 깔린 몽돌의 시니컬함으로

몇 백년이건 납작해질 때까지

당신의 마음 속을 굴러다닐 수 있을까요.


개구리가 웁니다.

냄비 속의 개구리가 저리 슬피 우는 까닭은

앓고 있던 혈압 때문일 수도 있고

잠에서 깨어보니 빤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동공 없는 허공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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