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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시간의 복화귀선

by 통합메일 2016.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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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시간의 복화귀선


흔히 통증은 시간 속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니까 하필이면 이렇게 좋은 시험기간에 그 한가운데에서 나는 조용히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배가 아팠으며,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시간 속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쳐졌다. 그리고 그제야 알게 되는 것은 고통이 시간 속에 갇혀있는 데 아니라,시간이 고통 속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아니 혹은 고통이 시간을 품고, 또다른 시간이 그러한 고통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통증이 가시지 않는 한 시간의 속도는 다시 회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시간은 고통에 갇혀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고통이 끝나리라는 점에서 고통은 다시 시간 속에 갇힌다. 물론 이때의 시간이란 다분히 서사적 차원에서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때의 고통 역시도 다분히 단편적 의미에서의 고통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원을 달리하여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의미에서의 생을 관통하는 고통은 어떤가? 즉 불가에서 이야기하는 생즉고로서의 고통 말이다. 영원한 고통 탓에 시간의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한 고통의 소멸 뒤에는 분명 시간의 속도에 변화가 찾아오겠지만, 그럴 일이 없으니 그러한 가정 또한 무의미하며, 시간의 속도에는 변화가 없을 테니, 시간은 원래 그러한 것이라고 치부하게 되는 것이며, 종국에 가서는 시간은, 그러한 흐름은 영원한 고통에 기대어 존립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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