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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먹을 때 땀흘리는 증상, 담배 끊으니 사라졌다.

by 통합메일 2020.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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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운지는 아주아주 오래됐다. 오래 되었다는 말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는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1년 누군가는 10년 누군가는 20년이다. 나의 경우에는 97년이나 98년에 시작했기 때문에 20년을 넘었다. 이 정도면 인간의 평균 수명을 생각했을 때 꽤 오래 피운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학창 시절의 흡연은 많은 경우 애교 수준이었다. 규칙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의 일상이 흡연 패턴에 잠식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또 백수 수험생 생활이 길어지고, 직장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나의 일상의 템포를 담배를 이용해 설정하기 시작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쉬고, 흡연과 흡연 사이에 공부를 하고 어딘가에 간다.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에 담배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보면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기 위해서, 그리고 놓아주기 싫은 일, 계속하고 싶은 일을 마무리 짓는 데에 담배는 제법 유용한 아이템이었다.

 

문제는 이 담배라는 것이 엄연한 중독 물질인지라 인간의 힘으로 조절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물론 살다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정말 영웅처럼 단박에 끊어버렸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담배를 놓아주지 못하고 살았다.


아버지도 담배를 피우신다. 아버지의 흡연 경력은 나보다 훨씬 길다. 나보다 훨씬 많은 삶을 사신 만큼 흡연 경력도 길다. 내가 20년을 피웠다면 아버지는 40년을 넘게 피우셨다. 나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일상도 담배와 담배를 가지고 마디를 지어왔다. 그 마디라는 것은 피우는 사람의 일상을 견고하고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인지라, 어느덧 아버지의 일상은 아주아주 딱딱하게 변해버린 것 같다. 새로움에 적응하지 못하고, 담배가 없는 일상으로 새롭게 가지 못한다. 한 때 담배는 나와 아버지에게 고통을 잊게해주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아이템이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문득 새로운 일상으로 도약하는 것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다. 물론 나는 그렇게 폭주하는 열차에서 가까스로 뛰어내렸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그 기차를 타고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자꾸자꾸 하염 없이 가고만 있다. 설국열차처럼.


체중이 늘었다 줄길 반복하던 아버지는 술과 고기를 좋아하셨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긴 하신데.. 건강이 걱정이다. 그리고 하여간.. 젊을 때부터 아버지는 뭔가를 먹을 떄 자꾸 땀을 많이 흘리곤 하셨다. 특히 여름에 맵고 뜨거운 것을 소주와 함께 먹을 떄는 정말 땀을 뻘뻘 흘리곤 하셨기 때문에 수건을 목에 걸고 식사를 하셨다. 선풍기도 틀었다.

 

한 때는 그게 신기하기도 했고 또 때로는 그냥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그래서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 나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맵고 뜨거운 것을 먹을 때마다 땀을 흘리는 것을 자각했을 때 크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러한 증상과 체질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때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걱정을 하고, 또 원인을 궁리해보기도 했으나, 설마 담배가 원인일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성적 측면에서는 담배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으나 담배가 절대적인 원인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냥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담배일 뿐이라는 정도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또 결혼하고 아내랑 식사를 하는데 종종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는 걸 보고 아내가 걱정하면서도 또 한편 즐거워하는 걸 보고 크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10개월 전 아주아주 위대하게도 챔픽스를 통해 담배를 끊은 뒤로는 서서히 그런 증상이 사라졌다. 예전 같으면 분명히 이런 음식 먹으면 땀 범벅을 해가면서 식사를 해야했을 텐데 그러질 않는다. 뜨거운 칼국수라든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이제는 또 이런 것이 익숙해진 탓에,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고는 있지만 이따금씩 정말 맵고 얼큰하고 뜨거운 것을 먹었는데도 땀이 전혀 나지 않거나 아니면 그냥 살짝 촉촉한 정도에 그칠 때면, '아 정말 그때 내가 그렇게 땀을 흘렸던 이유가 담배 때문이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담배가 혈액의 순환을 방해함으로써 몸 속에 들어온 열기를 몸 이곳저곳으로 골고루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제대로 운영할 수 없을만큼의 열이 몸 속에 들어오니까 그걸 억지로 배출하려고 땀을 흘렸던 것 같다. 순환 호스가 막힌 보일러 같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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