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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

수시 학생부 종합 전형을 공략하기 위해 학교가 해야하는 노력

by 통합메일 2021.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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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시연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수시 면접에 대한 학생들의 능력과 태도를 보면 어쩜 그리 천편일률적이며 불량하단 말인가. 면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우리 중등교육이 무엇을 얼마나 실패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속이 후련한 감도 없지 않다.

 

우리의 중등교육은 대입 수시에 자신있게 학생들을 내놓을만큼 1.학생들의 독특한 개성을 제대로 개발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2.자신의 생각을 올바르게 표현하거나 타인과 이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수시를 준비함에 있어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학생은 주변의 눈치만 살피고 대학의 틀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할 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야기하려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아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해왔는지 눈치만 살피며 그 거대한 흐름에 편승하려는 시도만을 반복한다. 이런 학생은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남들도 다 하는 똑같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식상하다. 굉장히 엄청나게 식상하다. 처음보는 아이의 처음하는 면접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사람인가 의아해질 정도로 기가 막히게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더 끔찍한 것은 똑같이 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와중에 좀처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대학의 이념이라든지, 사회의 이야기라든지, 과학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학생들은 그게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착각이다. 내가 창조한 것도 아니고, 내가 온전히 의미를 두고 선택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맨날 그것만 가지고 고민하다보니까 그게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좀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하며 그렇게 파고드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시행착오라든지, 떠오르는 영감이야 말로 자기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험과 영감이 집합되다 보면 그것은 한 사람에게 일종의 비전으로 자리잡게 되며 우리는 이 정도의 것에 대해서 비로소 [지원동기]라고 이름할 수 있는 것이다. 원리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지원동기를 말하려는 장면에서 대학의 인재상 같은 거나 주워섬기고 있는 걸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더 나아가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2번에서 아무런 맥락도 없이 그냥 학교에서 참가했던 굵직한 행사들을 마치 체험후기의 형태로 늘어놓는 모습도 참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자기소개]를 함에 있어서 내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는 건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걸어온 길이 과연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내가 바라보고 있는 미래와 맥락을 연결시키지 않는다면 이는 그냥 나에게 발생한 사건들의 집합을 늘어놓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엇을 이야기하든 그것이나를 심사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고자 하는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반드시 내가 무엇을 왜 어떻게 추구하는지와 관련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대체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이렇게 뻔한 그리고 틀에 박힌 이야기만 하는 아이들을 길러냈단 말인가? 어쩌다 아이들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거나 이야기할 줄 모르거나 혹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왜 그 동안 우리는 질문하지 않았고, 들어주지 않았고, 고민해보도록 독려해주지 않았는가? 이유를 짐작해보자면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거나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어른들도 다 그렇게 자랐고, 그러고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게 돈도 덜 들고 관리하기 더 용이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확실히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해서 잠재력을 찾고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시간과 자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생각해보면 지금과 같은 교육환경에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A에 대해 생각하면서 동시에 B에 대해 고민할 수는 없고, 한다 하더라도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여간 그건 그렇고, 하여간 수시 학종을 대비한다면 반드시 자신이 추구하는 나만의 비전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이 필수적임을 거듭 다시 강조한다.

 

2.는 1.에 비하면 좀 지엽적이고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다. 어찌보면 국어교과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가 될 것 같아 우려되지만, 사실 어쩌면 이것은 자신의 결단과 가치관에 신념을 갖지 못함에 따라 발생하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든지'를 '던지'로 이야기하는 등의 표준어 오류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더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지원하게 됐습니다.'와 같은 수동형 표현이다.(물론 '지원하게 됐습니다'를 넘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는 더 나쁘다.) 무수한 모의면접에 참가하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누가 떠밀어서 여기에 왔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원동기는 보통 면접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수동형 표현의 폐해는 실로 지대하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이어지는 답변에서도 수동형 표현들을 남발하는 학생이 있으면 정말 참담한 기분이 든다.

 

글을 짓는 실력들도 큰 문제다. 학생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특이한 어휘를 풍부하게 활용해 문감이 좋은 글을 쓰는 이른바 흔히 말하는 문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상당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다수, 아니 모든 학생의 자기소개서가 문체를 논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수준을 고려했을 때 그들이 쓴 글들의 문제는 부족한 어휘에도 있지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좀처럼 뚜렷하게 드러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더 나아가 글을 짓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최소한의 개요를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드물고, 마치 수필을 쓰듯 중구난방으로 쓰는 경우가 많으며 남들이 문두에 그럴듯한 명언을 넣으면 그런 건 또 혹해서 우르르 몰려나가는 모습이 주로 관찰될 뿐, 무단에 번호를 붙여서 두관식으로 정갈하고 간명하게 글을 맺어내는 모습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아무래도 이것도 국어과목이 문제인가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사실 가능한 한 많은 과목에서 말과 글을 통해 학생들과 활동하고 또 평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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