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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시차

by 통합메일 201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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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김정환

안녕

그렇게 웃었다

웃음이 어색했나보다

땅은 수줍지도 않은지

조금도 붉어지지 않고

여전히 흙빛이었다

되려 하얗게 질렸달까

 

반기지 않는 땅을 디디며,

알아 알아

나를 반겨주는 것은

앞서 걸어간 시차의 발자국뿐이란 걸

 

보고 싶었어요 그리웠어요

하고 싶던 말

시차가 먼저 했었다

사랑한다는 말도,

네 곁에 있고 싶다는 말도,

으스러지도록

안아주고 싶다는 말도

 

안녕

내 방에 누워있던 시차가

나를 반겼다

나보다 먼저 아파한 시차가

나를 반겼다

애꿎은 시차를 앞에 놓고

나는 조용히 울었다

 

달력의 끝에 시차를 보내두고

잠시 나는

다섯 시간 전의 세상을 살았다

다섯 시간 전의 슬픔과

다섯 사간 전의 그리움과

다섯 시간 전의 기쁨과

다섯 시간 전의 내 삶을

부둥켜안았다

 

잘 있었냐고

물었다

그들이 대답했다

잘 다녀왔냐고,

다섯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

있었다고,

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너나 잘 하라고

 

저 앞의 내가 울었다

저 앞의 내 삶이 울어서

나는 울 몫이 없었다

애꿎은 가슴 두드리며

힘겹게 발을 뗐다

멀리 얼핏 내가 어렸다

시차는 좀처럼

좁혀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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