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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한 시집>
김정환
문득 시가 말라
도서관 서가를 헤맸다
죽은 시인의 이름 한 점 붙은
앙상한 시집을 집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학자들의 책과 함께
한 손에 움켜쥐고 다니다가
오늘의 외로움이 부화하는 순간에
펼쳤다
책을
그 시집을
한 번도 읽힌 적 없어 보이는
그 팽팽한 살결을 읽으며
어느 시집의 순결로
눈 먼 기다림을 달래는 기분은
실로 너무 멀다
달싹이는 내 입술에서는
누군가의 숨결이
끊어지지 않는 수평선을
수시로 넘나드는 소리가 들렸다
먼 곳에서 보내온
이 편지들을 다 읽었을 때는
당신의 기억도 웃으며 잠들까
시를 읽는 것은
멀어져가는 이의 숨결을
자신의 몸속에
조용히 접붙이는 사람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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