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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오랜만에 개량한복을 꺼내서 입어봤다.

by 통합메일 2014.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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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그러니까 중학교 3학년인가 2학년인가 그랬을 것이다. 한창 힙합바지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환갑 잔치를 맞이하여 온 친척들이 개량한복을 사입었다. 그렇게 한 번 입고, 그 뒤로 한 번인가 두 번인가 입고는 잊혀져 버렸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샀을텐데. 최근들어 우리나라에도 일본처럼 전통 의복을 일상화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취직이 되면 전통 한복을 입어보리라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취직은 안 되고, 인터넷에서 남자 한복을 찾아봤는데 뭐랄까 다 그냥 예복의 용도로만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색깔들이 너무 알록달록 오색찬란해서 도무지 그것을 일상 용도로 입을 수는 없어 보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를테면 만화책 베가본드에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러니까 좀 어두우면서도 무겁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은은한 그런 색감을 원한다. 결이나 무늬가 들어간 남색이나 회색 등이 떠오르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민족은 백의민족이 아니던가; 그런 영향으로 그렇게 오색찬란한 한복들만이 명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가. 모르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복들 중에는 개중에 마음에 드는 게 몇 개는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색감에 있어서 현대인들은 백색일도를 감당해내지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감당해내는 사람도 있겠으나 어지간해서는 힘들 것 같다. 그러다보니 대중의 취향에 맞춰서 미디어에 등장하는 한복들도 그렇게 유색, 그것도 남자의 경우에는 다소 어두운 빛깔을 집어넣거나 아니면 아예 그 방향으로 가거나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나아가, 겉옷의 대중화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두루마기나 마고자 같은 것들이다. 솔직히 한복에 대한 우리민족의 이해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게 아닌가 싶다. 아닌가? 나만 그런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지나치게 개량이 됐다는 느낌이고 중요한 포인트를 잃어버렸다는 생각도 든다. 뭐 그 분야의 전문가들께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실테니 그분들께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벌써 10년도 더 지난 세월의 옷이다. 돌아보면 길어야 몇 년 전인 것 같은데 세월이란 그토록 무상하구나 싶다. 나프탈렌 냄새가 진동을 했다. 덕분에 어디 벌레 먹거나 한 곳은 없는 것 같다. 당시에는 몸이 작고 살도 그렇게 찌지 않아서 옷이 좀 헐렁했는데 지금은 아주 잘 맞는 것 같다. 바지에 달린 단추는 잠글 수 없고 그냥 바지에 달린 끈으로 허리를 묶으면 그만이다. 이 옷은 뭐 명절에도 입겠지만, 롱보드를 탈 떄 입을까 하고 생각 중이다. 한복을 입고 타는 롱보드가 그렇게 멋지더라. 기실 이 옷을 꺼내게 된 동기가 그 롱보드다.


그나저나 무릎이 얼른 나아야 할 텐데.. 천상 물리치료를 받아야 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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