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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철학

홍익대 사태에 대한 개인적 정리(홍익대 총학이 잘한 것 못한 것, 외부세력, 온정주의)

by 통합메일 2011.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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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hani.co.kr/catalunia/36440 청소 노동자가 학교 이미지 실추?…홍익대 총학생회가 놓치고 있는 것... (한겨례 허재현 기자)


http://blog.hani.co.kr/catalunia/36563 합리적인 홍익대 총학생회장에게 쓰는 편지 (한겨례 허재현 기자)


http://hongika.com/xe/30782 홍익대 총학생회 입장 표명


http://v.daum.net/link/12907863 [영상] 홍대 청소 아줌마가 말한 하루식대 300원


http://www.mongu.net/762 [영상] 홍대총학생회장과 청소아줌마의 대화내용




자.

이 글은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라'는 누군가의 충고에 대한 보답입니다.

아무래도 그냥 잊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좀 살펴보고 입장을 정립해둬야 할 필요가 있겠더군요.

그래서 다분히 개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링크들은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참고했던 포스트들입니다.



1.사건의 개요

(1)학교: 회계연도 바뀌면서 용역업체에게 공개입찰 공고함. 공정한 거래를 위하여. 5.1%의 임금인상은 수용. 결과적 70%인상은 거부.

(2)노동자(용역업체): 학교가 수용한 5.1% 임금인상 이외의 추가적인 협상을 요구. 계약단위 변경. 임급협상분 반영 등등.

(3)총학: 멀뚱멀뚱 있다가 사태가 터지자 허둥지둥 양비론으로 나가기 시작.


2.소감

(1)학교: 갑작스런 인상 요구에 당황했을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이전의 근무조건이나 식대 등의 열악한 임금 및

            환경을 제공했던 것은 참 '비도덕적'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최저임금을 준수했다면 법적으로 문제는 아니겠구나)

(2)노동자: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고생하고 계십니다. 근데 좀..

(3)총학: 실로 합리적이다. 그리고 불쌍하다. 좀 답답하기도 하다.



<이 정도로 정리하면 어떨까.>

학교가 잘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여론이나, 근로자들이나, 총학이나 이견이 없다.

다만 지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총학이다.

이 시대의 20대에게 유난히 많은 손가락질이 가해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그 20대에 걸쳐있는 존재로서 그 손가락에 쓰여져 있는 것들

그 손가락을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는 주인들의 얼굴을 살펴본다.



3.총학

(1)잘한점:

-대학교 때 학과 학생회장을 했던 적이 있다. 복학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고. 그래서인지 아직 어리숙했으며.

도덕심은 한 없이 어정쩡했다. 그리고 그런 시절을 생각하매, 만약 내가 저 총학생회장의 입장이라면?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미디어몽구(나랑 동명이시던)나 김여진씨의 블로그들을 통해서 그의 입장을 어느 정도 엿볼수 있으리라.

대체로 그의 논리는 '홍익대 학생들의 원해서 뽑은 비운동권 총학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다.'

뭐 이런것 아니겠나?


실제로 그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 학생회장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런 정신상태는 정말로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이런 정신이 결여된다면 그 공동체의 민주주의는 다 말라서 불타기 직전의 썪은 나무 같지 아니하겠는가?


때문에 내가 가장 불만인 것도 이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이다.

대걔 "학습권과 생존권 중에 뭐가 중요한지 모른다"라고 비난들을 하시는 거 같은데.

그런 분들께는 홍익대에 들어가서 그렇게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 학생회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지'는 일단 보여지기 때문에.

그들한테 대고 '비판'은 할 수 있으되 뭐라뭐라 비난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학한테 뭐라고 하지 말고 가서 홍익대 학생 하나하나 붙잡고 비난하라 이거다.


혹자(특히 한겨례 허재현 기자)는 또 아무리 군중이 그렇게 원한다고 해도 꼭 지도자 그것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며

오바마의 예를 들거나 하면서 현상적 회유를 시도하셨는데.

솔직히 그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고, 민주주의가 독재로 치닫는 전형적인 수순이다.

진정 시민 대중이 원한다면 그것이 그들의 일반의지라면 대표자는 그것이 아무리 옳지 않은 일이고

공동체 자체를 멸망이 치닫게 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행하는 수 밖에.

대표자는 어디까지나 군주가 아닌 피신탁자라고 믿기 때문이다.



(2)못한점:

이것 역시 허재현 기자의 블로그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내용인데 이 점에는 동의를 한다.

즉,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물론 위에서 나는 군중의 의지를 그대로 대변하려는 그들의 의지에는 전적으로 동의를 했다.

군중의 의지가 그렇다면 그걸 따라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1)과연 군중의 의지를 그들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

(2)노동자와 학교 사이에서 적절한 중립과 조정의 역할을 이루어 내고 있는가?


이런 측면에 대해서는 뭐 제대로 알지도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뭐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일단 현 사태를 볼 때 (2)은 잘 못하고 있지 않나 싶은 것이고.


그 다음(1)의 경우가 좀 문제가 되는데.

그들이 좀 형식적 민주주의에 너무 얽매여 있지 않나?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다.

이것은 나도 학생회장 시절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던 문제였는데.

갑작스럽게 터져나오는 사안에 대한 어떤 입장을 정립해야 할 때 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문제였다.

즉, 공동체 내부의 충분한 토의와 정보의 교류를 핵심으로 하는 심의민주주의의 문제.


물론 앞서 총학생회장이 말했던 것 처럼.

현실적으로 최선의 절차인 '투표'라는 것을 통해서 선출된 만큼 그 투표에 반영된 학우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는 하겠으되.


이렇게 상당한 이슈가 되어 있는, 그리고 학교의 근본적인 이미지와 결부되어 있는 문제에 있어서

학생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그런 노력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통계화되고 정확히 수치화된 민중의 의지만큼 확실한 것도 없으니 말이다.

물론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반대의 부작용을 나을 수도 있겠다.


5.외부세력

민노총에 대한 얘기도 있다.

2009년이었나 청주에서 6월 촛불집회가 있어 나름 포스트를 써보겠다고 우산도 없이 비 맞으며 사진 찍으러 갔다.

어찌어찌 해서 도착한 중앙공원에서 내가 마주했던 것은 정말 상당한 규모의 인파였다.

마치 군대처럼 깃발을 들고 질서정연한게 들어와서 해가 지고 비가 내리고 집회가 끝날때까지 상당히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마지막 최종 쓰레기 정리 까지 정말 모범적으로 해주시던 분들.

민노총분들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말 뭐라고 딱히 정의내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노동자분들의 말씀대로 무력한 그네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존재들이기도 하고.

학생회장의 말대로 엄연한 '외부세력'임에도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내 어정쩡한 도덕심은 그들은 엄연한 외부세력이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고도

또 그네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들어와 있어도 괜찮다고도 하지 못한다.


비겁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회피하겠다.

(아.. 그래도 엄연히 학교라는 구역인데.. 내가 보기엔 분명 외부세력이다.

뭐 결국 총학이 제 역할을 잘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다시 귀결될듯.

가장 모양새가 좋은 것은 외부세력 없이 학생들이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는 것이겠지.

그보다 좋은 것은 학생들의 입장과 노동자들의 입장이 합쳐지는 것만으로 학교가 물러서는 것)



다만..


집회를 너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말리고 싶다.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파업을 믿고 지지하는 인간이고,

6월 촛불집회를 통해 집회의 힘과 그 거룩함을 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동영상에선가.

총학생회장이 말리러 나왔는데

집회 방해한다고 성질내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목소리가 좀 젊어 보이시던데.



그럴 때 마다

우리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힘겹게 투쟁을 하는 이들의

'노련함'이 보이는 것 같아서 조금은 슬픈 생각이다.


집회는 민중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마지막 차선책이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지 않은가?


또 오해 하실까봐 또 써야겠다.

집회 하지 말라는 거 아니다.

그게 최선은 아니라는 거다.

거기에 집착하지 말라는 거다.

내가 보기엔 집착하는 거 같이 보여서 그런게 말하는 거다.


그래서 나는 총학이 학생들 의견 얼른 수렴해서 입장표명하고 어느 쪽에든(물론 노동자 측이길 바란다.) 무게를 실어주길 바란다.



6.온정주의

이런 사건이 터질때마다 씁쓸하다.

학부 때 사회윤리특강 수업의 중간고사 시험문제지를 받은 것 처럼.

딱히 누구의 편을 들어도 찜찝해질 수 밖에 없는 그런 문제들.

여지없이 다시 한번 나의 어설픈 도덕심을 확인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

결국 한해 두해 세월을 보내면서 내가 일단 내린 결론은 온정주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유난히 우리 사회의 어설픈 도덕심이.

누군가는 마지막 등불이라고 생각할 도덕심이.

더욱 더 위태위태해 보인다.


이 글에서 청소어머니라든지 어머니들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노동자' 혹은 '근로자'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들의 의지를 우리들의 어머니뻘이라는 이유로 퇴색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별로 없다.

고작해야 블로그에 이렇게 끄적끄적 잉여글이나 써대는 것이고.

트위터에서 누가 트윗 발생시키면 그에 대한 RT를 날리는 것?

그에 대해 논쟁하는 것 정도?

그런 내가 그들에 대해서 어떻게 온정을 가질 수 있겠는가?

내가 왜? 그리고 무슨 자격으로? 아무것도 안하면서?

그리고 할 생각도 없다. 유감스럽게도 어설픈 나의 도덕심 때문이다.


아 그리고 또 싫은 게 있었는데.

여론에서 댓글에서 자꾸 '고맙고 감사한 어머니들'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게 되는데

자기 주위 사람들한테는 얼마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노사문제에 그런 온정주의 끌어들이면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말은 정치인들에게 하라고 해라.

엄연히 '고용'의 관계에 있어서, 대가를 받고 한 일을 가지고, 이런 문제에 있어서 '감사한 분들?'

정말 도덕심이 있으면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아니지.

그분들이 무슨 봉사활동하다가 봉사활동 짤린 분들도 아니고 말이다.

아니 그럼 그런 말 할거면 이런 사건 터지기 전에 좀 잘해보던가?

평소에 학교 다니면서 청소부 아줌마들에게 인사는 하고 다녔나?

다행히 그렇게 쓰고 있는 난 하고 다녔던 것 같다.

엄마 아빠한테는 하루에 한번씩 감사하다고 하시기는 하시는가?

나도 그걸 잘 못하고 있어서 온정주의를 맘 놓고 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제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어줍잖게 동정할거라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떠들거라면.

자 이렇게 내 옆에 앉아서 나와 함께 입을 다물자는 얘기다.

어머니 어머니 해대며서 평소에는 인사 한번 안 했을 그들에게

이렇게 사건 터지니 뒤늦게 눈물 뚝뚝 흘리며

누군가 비난할 대상을 찾아 미친듯이 헤매이는 그대들이나

나나 정말이니 하나도 다를바가 없으니 말이다.


쉽게 생각해서 요새 EBS에서 보여주는 마이클 센델의 강의 3편을 보시라.

물론 그 계보가 신자유주의로 이어짐에 따라 필자도 경계하고 있는 이론이기는 하지만

자유지상주의자 로버트 노직의 경우 온정주의적 법률을 상당히 비판하고 있다.

왜냐고? 그 법률로 인해 누군가를 돕게 됨으로써 그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해하실까봐 다시 적는다.

돕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돕기는 도와야지.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돕고 온정을 가지고 누군가를 지지함으로써

우리가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지.

언제나 노심초사하며 경계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난 역시 그쪽 성향도 롤즈의 자유적 평등주의에 가깝다.)



4.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주의 그리고 평등주의

본 이슈를 접하고 조사를 하면서 가장 크게 스스로의 오류를 발견한 점은.

이 사건이 단순한 갑-을의 노사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이것은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일어난 일이고,

때문에 중간에 '학생'이라는 존재가 끼어 있기 때문에 여타의 노사분규와는 구별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마도 허재현 기자의 포스트에서 였을텐데.

이것은 단순한 갑-을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사회에 뿌리 깊에 박혀 있는 비정규직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아 이것은 정말 좀 까다로운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일단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부담은 부담이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또 다른 실직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그들의 정규직이 됨으로써 다른 이들은 결국 채용될 가능성의 더 줄어드는 문제)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우리 사회 비정규직분들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한다.

3개월의 계약기간은 1년으로 늘린다는 조항에 대해 학교측이 강하게 거부한 것 때문에 더욱 그런듯하다.


일단은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 정규직이 되셨으면 한다.

투쟁이 부분적으로 성공해서 재계약이 되더라도 정규직 못되신분들은 아마 머지 않아 재계약에 실패하실 것이다.

특히 일선에 나섰던 분들이 피해를 많이 보실 것 같고 알게 모르게 살아남기 위한 경쟁도 시작되겠지.

그걸 피하기 위해 정규직이 되셔야 할 것이고, 그 길이 쉽지는 않으실 듯 하다.

학내 취업구조에 새로운 자리와 층이 생성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전원 100% 정규직 전환은 현실적으로 힘드실 것 같다.

학교측에서 절대 용납하지 않겠지.

월급 인상분과 후생복리비와 퇴직금과 4대보험 등등등의 비용이 그 많은 인원이 한번에 생기는 걸

아마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 고쳐졌어야 할 문제가 너무 오래 놔둬서 곪아 터진 경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더 학생들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학생회판에 뛰어든지 길어야 2년일게다.(전 학생회 임원을 했다고 가정 할 경우)

이 문제는 비단 1-2년 사이에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다.

비난을 할게 아니고 조언을 하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김여진씨의 글에서 정말 많은 걸 느꼈다.


또 오해하실까봐 다시 적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아무런 의무가 없다는 건 아니다.

사회의 지성이고 시대의 원동력으로써, 그리고 공동체의 주체로서

자신의 지향하는 공동체의 이념에 맞게 (아 이제는 이념을 논할 시대는 아니지만)

참여를 하고 최소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지 않나 한다.


비단 홍익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늘날 우리 대학사회의 문제다.

모쪼록, 노동자분들의 건강을 빌며.

그분들의 고난이 결실을 맺길 바란다.


너무 많이 썼다.

이제는 입을 다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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