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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65

나는 이제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토록 원하는 것을 가지고도 이제는 더이상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몰라 "나는 이제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때로 머리카락 사이로 당신의 하얀 얼굴이 보일 때면 무언가 불현듯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지곤 하는 것입니다. 어느덧, 선한 동기도 긍정적인 결과에 의해서만 긍정되어지는 시대의 오늘에 아마도 나의 적확한 사명이란 가만히 눈을 돌려 홀연히 몸을 날릴 진리를 찾는 것일 텝니다. 피할 수 없는 사랑과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결국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진즉에 알았더라면, 이미 다 꿰매버린 전생의 매듭에선 부디 나의 이성을 공고히 해주십사 얘길했을 게 아주 틀림없습니다. 혹은 그도 아니라면 나는 저 먼발치에 잔뜩 깔린 몽돌의 시니컬함으로 몇 백년이건 납작해질 때까지 당신.. 2016. 12. 8.
흔쾌히 흔쾌히 너는 태어나 뿌리치지 못하게 아름다울 텐데 그런 너를 두고 생각하는 것은 좀처럼 아물지 않는 세상이다. 그러고보면 하나하나의 사람이란 낫지 않는 아픔. 세상에 무수히 널린 상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죽음은 이 세상에 흉터로 남는다. 지워지지 않는.. 소설소설 눈이 내려 소봇소복 쌓인다. 입김에 당신의 이름이 서려 한가득 머금었다가 이내 토해내곤 했다. 그래 당신은 나의 체온이었고 열을 빼앗긴 나는 이내 몹시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키지 못할 인연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산너머 당신이 사는 마을 조용한 습기가 어려 마치 수장된 인디언의 마을처럼 마음에 담으면 늘 눈시울을 적신다. 오른손에 쥔 펜을 왼쪽 주머니에서 찾는 것처럼 습관에 취한 나.. 2016. 12. 8.
바다사자 꿈에선 2015.07.21아는 동생과 함께 해변으로 갔다. 낮에 섬을 소재로 한 다큐를 봐서 그랬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아는 동생과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가 해변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오래간만에 맡는 충실한 냄새 무슨 강의라도 들으러간 기분으로 우연히 황송하게도 아니 여긴 바다이건만, 물소를 발견했다. 그즈음 해서는 이미 꿈이 아니라 생생한 현실이었다. 꿈을 초월한 꿈이요 현실을 초월한 현실이 펼쳐지는 것 바다물소 앞에서 나는 필사적이 되었다. 물소는 친구로 보이는 물소들과 함께 해변에 앉았다. 시덥잖은 사자들이 물소 떼의 주위를 맴돌았다 나만은 거기서 제외되고 싶었지만 결국 가장 지독한 건 나였다. 어찌 보면 차라리 하이에나라고 해두는 게 맞겠으나 그래도 싫어 바다사자가 되기로 했다. 사자들은 지루하.. 2015. 7. 21.
등골 등골 어쩐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돌아앉아 감춰진 당신의 얼굴,왜 그리도 화가 났던가 분명 같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었는데울창한 졸음을 헤치고 나아가보니나의 손 아슬아슬 닿지 않게당신의 등골이 보였다아름다운 말을 꺼낼까손을 뻗을까어쩌면 당신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주워 담을 수도 없게 또박또박 하지만 등골에 취해나는 잠자코 있었다정점을 찍은 새가 경험하는 추락,시야가 흐려지는 것과 같은 속도로잠자코 있었다 재차 날갯짓을 하는 대신추락하는 시야에 풍경을 각인했다돌아앉은 당신의 뒷표정,몰래 숨긴 손가락으로이별을 세는 여자의 등뼈 얇은 옷감 위로희미하게 돋아난 등골에당신이 맺혔다닿을 듯 말 듯,나의 시야도 초점을 잡았다 놓는 일 먹먹한 어둠을 헤치고그 뒤의 옷감을 뚫고그 뒤에 놓여있을그 뒤를 상상했다 절정의 미가 .. 2015.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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