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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2

비바람, 5월의 눈 정확히 말해서, 밤의 가로등 밑에서 눈이 내리는 것을, 빗을 빗듯, 한 차례의 눈이 그렇게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을 봤다는 생각이다. 숨이 막힐 정도의 바람이 불었다. 뱉는 숨을 도로 목구멍 속으로 우겨 넣는 풍경에 그만 밤의 음부를 목격한 표정이 되었을 것이다. 넥타이가 프로펠러처럼 휘날리고, 저고리 자락이 아무리 날개짓을 하더라도 몸이 날아오르는 일은 없었다. 다만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문득 지난 날에 드문드문 찍어둔 세이브포인트들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빗방울이라기엔 너무 하얗게 반짝이고, 꽃잎이라기엔 지나치게 투명한 그것을 본 것은 집을 5분 정도 남겨두었을 때였다. 그러고보니 어디선가 5월의 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본 것도 같았다. 본능적으로 더듬던 을씨년스러움이 돌연 아련함으로 탈바꿈했다. 그 .. 2014. 5. 8.
가족은 한 집에 있다. 최근 이 집의 굵은 흐름이라고 할 만한 것은 흩어졌던 가족이 다시 한 집에 모여 살게 되었다는 게 아닐까 한다. 그리하여 나는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산기슭에서 집이 있는 방향을 향해 진한 그리움을 담아 오줌줄기를 발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동생은 금요일에 집에 와서 일요일이 되면 좀비의 얼굴을 하고 기차에 몸을 싣고 꿈도 싣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아버지께서는 외할머니께 “어휴.... 장모님, 애들도 다 나가있고 하니 썰렁한 게 이건 뭐 사는 것 같지도 않아요.”라고 의외의 하소연을 할 필요도 없게 된 것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 역시도 보은과 제천으로 북에 번쩍, 남에 번쩍하는 노고로부터 해방되게 된 것이 그 화두의 자잘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훈의 『남한산성』에 보면 심심찮게 .. 201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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