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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각

방어적 민주주의 by 알려지지 않은 주시자 @ unknownbeholder

by 통합메일 2014.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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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적 민주주의 by 알려지지 않은 주시자 @ unknownbeholder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있어요. 자세한건 리그베다를 참조하시는게 좋은데, 간단히 말하자면 "민주주의의 형식을 빌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을 막는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전 국민이 투표로 전제군주제 부활시키는건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죠.


문제는 이 원래는 살짝 복잡한 개념을 한국의 머리는 나쁘고 목소리만 큰 일부 자칭 우파들이 어디서 주워듣고 "와! 이거 좋다! 이거 잘 주장하면 빨갱이들 몰아낼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 버린거죠.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됩니다. 아스팔트 우파는 차치하고.


자칭우파들이 이렇게 주장하죠. "한국이 필요로 하는건 방어적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통해 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세력들을 척결해야 한다!" 여기까진 괜찮아요. 문제는 그 다음이죠.


한국에서 방어적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방어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시민의 자유를 뺏을 가능성이 있는 시도들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유의 적에게 자유는 없다"라는 말이 이것을 잘 드러내고 있죠.


그러면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탈을 쓴 자유의 적들을 몰아내야죠.



독재정치 펴다가 하야한 이승만,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와 전두환이 <방어적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지요. 방어적 민주주의를 한국에서 제대로 실현하려면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을 하는 것은 범죄다" 정도 까지 가야 합니다.


여기서 스텝이 꼬인 겁니다. 좌파 척결하려고 멋도 모르고 수입을 시도한 방어적 민주주의를 한국에 적용하려니 자신들의 신앙의 대상인 이승만/박정희/전두환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하는 것도 안 된다" 수준까지 가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가만히 있든가.


그러면 저걸 어떻게 잘 변형해서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은 찬양하고 좌파는 척결하는 <한국형> 방어적 민주주의를 한 번 만들어 보자고 원래 나쁜 머리들을 쥐어짜서 고민을 하게 되죠. 그 결과 여러가지 시도가 나옵니다. 경제가 민주주의다!는 그 한 갈래죠.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덕에 경제가 발전했다. 그 덕에 최종적으로 민주주의가 꽃필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 셋은 민주주의의 적이 아니다" 여기까지 오면 착잡해지죠. 그러니까 쓸데없이 방어적 민주주의 안 가져다 썼으면 저런 희한한 소리 안해도 됐을텐데.


이런 어마어마하게 소모적이고 쓸데없는 논쟁들이 그냥 몇몇 놈팽이들의 지적 허영, "방어적 민주주의를 한국에서 써먹으면 좌파들 코늘 납작하게 해줄 수 있을거야" 에서 시작된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고 아파요. 개념이 이해가 안 되면 안 써먹으면 될텐데.


아니면 최소한 "방어적 민주주의 제대로 시행하려면 독재 추종하는 발언은 다 금지해야 하니 이승만/박정희/전두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해야 하는거 아니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정도는 미리 내부적으로 합의를 보고 일을 시작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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