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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김정환
먼지가 쌓인 것이 언제인지 누가 알까
생은 언제나 뒤꿈치에서부터 뻗어나가기에 돌아봐야 비로소 드리워져 있다.
다만 때로 돌아볼 기력조차 없을 땐 문득 먼지가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책상 위에, 기타 어깨 위에, 자동차 보닛 위에, 바다를 건너는 철새의 부리 위에, 우리의 생 위에
중력이 세상의 모든 추억을 끌어당기기 시작한 이래로
먼지는 쉬지 않고 우리의 위에 쌓여왔다.
어쩜 우리는 누구보다도 서둘러 추억이 되고자 하는 작은 꿈들을 가로막는 훼방꾼일지도 모르나
여하튼 우리 위에는 끊임없이 먼지가 쌓인다.
언젠가는 추억이 될 것들, 행성만이 기억할 역사가 되고 싶어서
첫 울음을 터뜨리고, 직립보행에 성공하고, 연인과의 첫 키스를 만끽하고, 새삼 영원한 이별을 확인하는 순간에도
아무리 닦아내도 아랑곳하지 않고 쌓이고 또 쌓인다.
먼지는 본디 그러한 존재였음을 이제야 알았다.
생의 중턱에서 돌아본 시절 속에 벌써 그만큼이나 쌓여있는 불투명이란 걸
무거운 이 몸도, 하염없는 이 마음도 언젠가는 깃털처럼 가벼워져 누군가의 생 위에 먼지로 쌓이리란 걸
이제야 알았다.
당신,
저 멀리
내 곁에서 천천히
추락해가는 먼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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