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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늙을 수 있을까>
땅이 도처에 봄을 뿜어 올린다
기억해 이 순간
우리의 생에 깊이 팰 운명의 전환점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질 우리의 모습을
이렇듯 특별한 하루의 꼬리를 물며
물끄럼한 시선, 봄의 그림자를 낚고
당신이 담긴 눈동자에 부연 떨림이 일 때가 있었다
여보
언젠가 이렇게 불러볼 텐데
우리는 잘 늙을 수 있을까
한 겹씩 늘어나는 생의 턱을 딛을 때마다
오늘과 같은 광명과 재회할 수 있을까
여보
사실은 무척 쑥스러운데
우리는 잘 늙을 수 있을까
삶에 고인 투명함에 허우적거릴 때마다
우리는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여보
이젠 정말 용기 내어 불러본다
우리는 잘 늙을 수 있을 거야
괜찮다는 말, 힘내라는 말이
질량을 잃고 우주의 미아가 된다 하여도
언제든 손을 뻗어 서로의 꿈을 맞잡고
하염없이 그리운 나날의 추억,
그날의 볕들에 문득 고개를 들면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우리가
잘 익어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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