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임용고시 1차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이다.
한 시험에 대하여 5수나 한 인간으로서, 뭐랄까 이쯤되면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겠지만, 어째 시간이 갈 수록 또 더 비장해지는 느낌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동안 유복한 나의 집안 사정이 연장해 주었던 늦은 철부지의 시기가 이제는 정말로 만료될 시점이 도래하는 것이고, 장차 나는 스스로의 정체성은 물론이거니와 생존을 위해서라도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갈림길의 시간이 찾아왔기 때문이리라.
지난 2013년 12월 7일. 시험을 보러 나가기 전에 나는 이렇게 적어보았다.
"교사의 꿈을 과거로 배웅하러 가자.
그것은 단 한번도 나의 꿈이었던 적이 없다고 하자니 그것 참 치졸하고, 그래도 제법 꿈꾸었던 일이었다고 하자니 나의 무례함에 가슴이 아프다.
서브노트 만든 걸 후회하지는 말자. 만들까 말까 생각해 보면 그러한 갈림길에서 나는 나름의 고민 끝에 결정을 한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신에게 기대지도, 죽음을 외치고 휘두르며 세상에 으름장을 놓지도 말자. 생은 본디 그곳에 있는 것이었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갈 수 있는 존재였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다만 최선을 다하자."
간밤엔 꿈을 꾸었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2차 시험 대비 스터디를 하고 돌아왔는데, 합격이 되어있었다. 마치 3류 영화처럼 애써 아닌척을 잔뜩 하다가 결국에는 합격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는 전개였다. 그런데 3류성이 눈물나게 좋았던 것 같다. 하고 싶던 대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둥켜 안았다. 눈물이 났다.
그런데 점수를 보니까 아슬아슬하게 붙어서 2차에 가서 뒤집힐 확률이 희박해 보였다. 이노무 꿈은 이런 쓸데없는 건 왜이렇게 현실적인지 모르겠다. 아침에 어머니를 차에 태워 출근시켜드리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모자 간의 웃음에 어쩔 수 없는 씁쓸함과 미정의 공간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한 겨울의 묘한 아지랑이가 추위에서 비릿한 냄새를 맡게 만들었다. 떨어지면 뭘 할거냐는 물음에 글을 쓰겠다고 했다. 몇 번이나 고백하고 다짐했지만 어머니는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머니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화가 나고 답답해도, 스스로에게 자문해야 할 것이다. 나는 어쩌다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최고의 직업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나, 신기루를 쫓아 헤매다 죽을 자신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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