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오해가 있을까 싶어 미리 밝히지만,
2014 대관령 그란폰도 대회에서 벌어진 라이더들의 차선점유 사태는 법에 대한 인지 부족은 아니라고 믿는다.
대회에 나갈 정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자전거와 관련된 기초적인 도로교통법은 모를 수가 없다.
자전거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심심찮게 자전거와 관련된 도로교통법 게시물이 올라온다.
그 게시물을 보면 자전거를 타면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따라서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라이더들의 경우에는 법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1.인성이 못 됐거나
2.자동차 운전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인지했을
두 가지의 경우의 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1.번의 경우에는 법이야 어찌되든 간에 나는 지금 대회에 참석했으니 모르겠다는 심산일 경우인데
한 두 명도 아니고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단순히 편하게 달리기 위해서 혹은 좋은 성적을 위해서 저 많은 사람들이 고의적 위법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단 것이다.
2.그렇다면 나의 해석은 그들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회 주최측에 의해서 도로가 통제되었다고 생각을 하고
오히려 이 도로에 들어온 차량에 대해서 "아니 저 차는 뭔가 지금 대회 중에 도로에 들어온거지?"라는 생각을 가졌을 것 같다는 거다.
각종 뉴스 기사들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대로 주최측은 대회를 위해서 제대로 된 통제와 신고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 어떤 통제나 안전준비 없이 대회가 진행되었던 것이고,
그것도 모른 채 저 많은 사람들은 제대로 진행이 되고 있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출전을 한 것이다.
이를테면 차라리 이것은 라이더 전반의 무개념보다는 주최측의 무신경으로 인해 발생한 해프닝으로 보는 게 옳다고 본다.
이 대회가 정말 나의 해석대로 주최측의 실수로 인한 해프닝이라면 이런 이슈가 된 것으로 라이더 일반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또 치밀하지 못했음에도 인명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이런 한 두 번의 대회가 아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관찰 가능한 댓글들을 보면 평소 집단 떼빙을 하는 라이더들 때문에 곤란을 겪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개중에서 가장 많은 빈도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댓글이 "차로 확 다 밀어버리고 싶다."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쫄바지 입은 라이더들에 대한 드라이버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
이런 소요의 경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을 살펴보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13조의2(자전거의 통행방법의 특례)
① 자전거의 운전자는 자전거도로(제15조제1항에 따라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도록 설치된 전용차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가 따로 있는 곳에서는 그 자전거도로로 통행하여야 한다.
② 자전거의 운전자는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아니한 곳에서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하여야 한다.
③ 자전거의 운전자는 길가장자리구역(안전표지로 자전거의 통행을 금지한 구간은 제외한다)을 통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전거의 운전자는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될 때에는 서행하거나 일시정지하여야 한다.
④ 자전거의 운전자는 제1항 및 제13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도를 통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전거의 운전자는 보도 중앙으로부터 차도 쪽 또는 안전표지로 지정된 곳에서 서행하여야 하며,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될 때에는 일시정지하여야 한다. <개정 2013.03.23>
1.어린이, 노인, 그 밖에 안전행정부령으로 정하는 신체장애인이 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
2. 안전표지로 자전거 통행이 허용된 경우
3. 도로의 파손, 도로공사나 그 밖의 장애 등으로 도로를 통행할 수 없는 경우
⑤ 자전거의 운전자는 안전표지로 통행이 허용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대 이상이 나란히 차도를 통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 자전거의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이용하여 도로를 횡단할 때에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보행하여야 한다.
우리에게는 분명히 위대하신 국회의원들께서 제정하신 자전거의 통행방법의 특례법이 있다.
⑤ 자전거의 운전자는 안전표지로 통행이 허용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대 이상이 나란히 차도를 통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5항에 따라서 위 대회는 물론이거니와 관계기관에 의해 통제되지 않은 대회라면 무조건적으로 1렬로 달려야만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런 뚜렷한 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괜히 라이더들이 쉴드를 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사태가 정리된 게 아닌가 한다. 물론 신속하게 많은 욕을 먹었지만 말이다.
사실 라이더 일반을 가장 욕먹이는 사람들은 저런 대회라기 보다는 평소에 떼빙을 하는 소규모 그룹이 아닐까 한다.
그런 케이스들에서 축적된 분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진 것이고 말이다.
요즘은 자전거를 타지 않지만 과거 내가 처음 자전거를 열심히 타기 시작했을 때는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자전거 역시도 차마에 속하기 때문에 차도로 자녀야 한다는 말이었다.
일단, 이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다만 문제는 2항이었다.
② 자전거의 운전자는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아니한 곳에서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하여야 한다.
이것은 오직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아니한 곳에서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다시 말해 도시 밖으로 나가지 않고 도시 안에서는 드문드문 존재하고
이따금 끊기기도 한 처참한 상태의 울퉁불퉁한 자전거 도로를 타야만 한다는 거였다.
자전거보다는 사람이 더 많이 다니는 그 자전거 도로 말이다.
노면 때문에 보행자 때문에 자전거는 말 그대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 어느 순간 도로로 나가게 된다.
그때부터는 종종 정당하거나 정당하지 않은 비난을 듣게 된다.
자전거 도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에 나왔을 때 듣게 되는 정당한 비판과
자전거 도로가 없어서 도로에 나왔음에도 듣게 되는 정당하지 않은 비판들을 들으며
점점 무뎌져가는 기분이었달까.
정상적이라면 법적 상식의 부재로부터 기인하는 정당하지 않은 비판에 더 답답하고 화가 났겠지만
생각해보면, 정당한 비판에 더 가슴이 아프고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것도 같다.
비난을 들어도, 자전거 도로라는 것은 좀처럼 달리고 싶지 않은 길이다.
자전거와 관련된 도로교통법에 대해 대중일반이 무관심하다는 점을 성토하고 싶진 않다.
자동차 관련 법에 대하여 보행자들이 모른다고 해서 그들을 탓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거나,
현실에 맞는 법을 만들어서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지만,
라이더들은 4대강만 달리는 것이 아니다.
보도블록과 빨간 우레탄으로 이루어진 자전거 도로가 아니라 아스팔트로 포장된 자전거 도로를 원한다.
보행자가 늘 뒤통수가 서늘해 수시로 뒤돌돌아봐야 하는 보도인지 자전거 도로인지 분간할 수 없는 자전거 도로가 아니라
오직 자전거만이 달릴 수 있는 도로를 원한다.
제발 빨간/초록 우레탄 말고 아스콘으로!!!!
제주도의 자전거 도로
(출처: http://blog.daum.net/zjaal0515/252)
창원의 자전거 도로
(출처: http://www.ymca.pe.kr/1167)
상주시의 자전거 도로
(출처:http://www.bp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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