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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85

2014.05.22 2014.05.22. 그렇게 여실하여라 아침이여, 이제는 더 이상 태어나듯 깨어나는 아침은 아닌 것이니, 채 끊어지지 않은 어제를 등에 지고 구부정 허리를 숙여 아픈 추억을 토해내듯 세수를 함으로써 조악조악 아침을 지어내는 것이다. 나는 출근길에 책을 읽는다, 는 생각을 출근길에 걸으며, 책을 읽으며 한다. 종이를 때려오는 낯선 볕에 문득 절기를 의심해보기도 하는 것. 20여분의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거리를 걸으며 나는 기분이 좋다. 그 거리를 뛰어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행복하다는 착각을 해보기도 한다. 여름으로 치닫을수록 볕이 원망스럽다. 선글라스를 꺼낼까 하다 그만두었다. 충대병원 오거리에 닿으면 아직 10분이 더 남았다. 사람들을 생각한다. 교수와 학생들을..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2015. 4. 24.
2014.05.21 2014.05.21. 지난 밤에는 모녀의 다툼이 있었다. 좋게 말하면 다툼이요. 리얼하게 말하면 슬픈 싸움이었다. 딸은 효심이 부족했고, 어미는 지나치게 빨리 늙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날 읽은 책의 단편소설 김숨 - 에서는 이런 구절이 등장했다. 여자가 늙어서 가장 절실해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소설은 그 세 가지에 대해 ①돈, ②딸, ③종교라고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이 그런 것들 중에 어느 하나 가진 게 없음을 한탄했다. 반면에 나는 그 구절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는 세 가지를 모두 가졌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심지어는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필수요소에 아들이 누락되는 노골적임에 불안해하고 분노하기 보다는 안도를 했던 것이다. 그것은 내 어미의 노후가 복될 것으로 예견되는 것에 따른 것이.. 2015. 4. 24.
남학우 신고식에 대한 고민 사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힘겹게 공모자를 만들어 이어가고 있는 이 일이 과연 옳을까. 옳음과 그름의 사이에서. 그 발음 사이에서 때로 정신이 들었다. 그렇다. 하기사 나는 어차피 옳음을 따지기 보다는, 유불리를 따지는 인간이었다. 그렇다. 어쩌면, 일이 이렇게 까지 이어져 온 것은, 나에게 옳음과 그름을 따지는 이들 보다는 유불리를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이 언제 부턴가 많아졌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어지럽다. 문득 스스로를 하나의 프로세스라고 생각해 본다. 옳고 그름의 여부에 상관없이 선대에서 입력한 프로세스에 맞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진행하는 기계라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것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나의 고민 때문이다. 온전히 겉치레를 위해서 그.. 2015. 4. 23.
2014.05.19 2014.05.19. 지난 주에는 말이다. 병철과 악다구니를 했다. 내 돈 내고 술 쳐먹은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니 적어도 돈지랄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놈도 한심하고 나도 한심하다. 대체 우리는 왜이리도 한심한 것일까. 아니 사실 이 마당에 한심한 것은 오직 나뿐인지도 모르는 일이지. 학생회 행사 뒤풀이 가면 십중팔구 후회가 밀려온다. 무엇이 문제냐 하면 그들에 내가 녹아들지 못하거나, 내가 그들을 녹여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래나 저래나 나의 입지는 한없이 좁고 또 좁다. 김혜림에 대해서는 잘못 생각했던 게 좀 있었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나의 실수고 타인의 연애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졌던 것도 실수다. 시골에 가서 일을 하면서 이래저래 생각을 해봤다. 내가 할머.. 201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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