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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철학

친구의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by 통합메일 2012.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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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은 삽겹살 한 끼면 친구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써줍니다. 대필이라기엔 좀 모자라고, 친구이자 제3자의 입장에서 대화를 하면서 적절히 질문도 던지고 해서 뭘 써야할지 풀어나가게 하고 문장을 다듬는 작업을 하는거죠. 이번에도 맛있게 고기를 얻어 먹었어요. 3년 동안 외국에 나갔다 돌아온 친구라 할 얘기가 더욱 많았습니다. 여행이며 경력이며 취미며 아이템도 상당했드랬지요. 주거니 받거니 걸러낼 것은 걸러가며 필요한 아이템을 모아서 나름의 공식대로 글을 짜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정작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와 기업에서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었어요. 쓸만한 것들을 떼어내고 남겨진 내 친구의 쓸모없는 이야기들은 그 친구의 풋풋하고 소중한 인연들이었습니다. 강원도 도보여행에서 자기를 친아들처럼 대해준 어느 시골 모텔 주인 아주머니, 길에서 만난 아이들, 외국에서 동고동락한 외국인들과의 추억이 색종이 조각처럼 잘게 흩어져 남았습니다. 도전과 극복과 자기계발의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 것들은 행복과 우정과 추억 같은 것들이었나 봅니다.

언젠가는 세상이 청춘들의 그런 소중했고 항복했던 일들을 궁금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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