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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영화]천안함 프로젝트를 보고 - "약간 재밌다"

by 통합메일 201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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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프로젝트 (2013)

Project Cheonan Ship 
8.9
감독
백승우
출연
강신일, 신상철, 이종인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75 분 | 2013-09-05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천안함 프로젝트를 봤다. 그럭저럭 재미가 있었다.

네이버 평점은 위와 같이 형편이 없다.

일베분들께서 오셔서 저렇게 만든 게 아닌가 하고 추측을 해본다.

평점 조작이라니.... 하는 쪽이나 맞서 대응하는 쪽이나 유치하기는 마찬가지.

그렇게 생각한다.




반면 다음으로 오면 평점이 8.9까지 치솟아 있다. 8.9면.. 진짜 엄청나게 높은 평점이다.





이 작품의 감독은 백승우도 되어 있지만, 제작을 맡은 '정지영'을 유심히 봐야 하리라 생각한다.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를 만든 감독이다. 기 작품들은 그것이 다루는 소재의 민감함으로 인하여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고, 그런 측면에서 그가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모두 함께 보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고, 영화를 모두 본 결과로도 딱 기대만큼의 즐거움만을 얻었다. 혹자들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이 영화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분노를 느끼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런 감정을 지양하려고 하는 인간이다. 난 유난스러운 게 싫다. 3년 전인가 겨울에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뉴스속보가 흘러나왔다.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소식이었다. 며칠 동안 그 뉴스가 모든 방송을 채웠다. 죽은 채로 실려오는 장병들, 그때마다 부모들은 자지러졌다. 그들의 마지막 순간이 떠오르면서,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떠올렸을 것을 떠올리면서 나는 잠시 울컥했다. "엄마"라는 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것 같았다. 그들은 마지막에 그렇게 엄마를 찾았겠구나. 이후로 이 문제는 치열한 정치적 공방의 소재가 되었다. 얼마간 주의 깊게 보다가 그만 턱을 괴어 버렸다. 그렇다고 눈을 돌려버린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파생되는 정보에는 언제나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더이상 분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 감정은 제대로된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싸우는 양쪽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 모두가 나름의 '추론'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증거'가 없었다. 정답에 다가갈 수 있는 증거는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발자국이 끊겨있었다. 그런 혼돈 속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판단정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여기서 사용한 '판단정지'라는 용어는 철학의 한 분과인 현상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그것은 '선입견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이다. 원래는 삶의 본질을 꿰뚫기 위한 도구이지만 이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르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 어떤 이유로든 분노하기 보다는 그냥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누가 나쁜 놈인지 규정할 수 있는 게 우리네의 해학적인 상황이었다. '모르겠다'라는 말조차도 용납하지 않는 이들이 누구일까?



















사실 이 영화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이전에 들을 수 있던 의혹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이었다. 다만 그런 의혹들을 가지고 시각적 그래픽과 전문가의 소견을 통해 각자가 생각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제법 의미가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특히 이종인이라는 인물의 설명은 매우 실감나고 재미가 있었다.


첫번째로 좌초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좌초설은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정부의 입장은 오직 '천안함은 북괴의 어뢰에 의하여 폭침된 것이다.'라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제기되는 반론은 만약에 정말로 어뢰로 인해 폭침된 것이라면 스크류가 저렇게 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역추진을 하면서 스크류가 휘었다고 해명을 했다는데, 이종인 씨의 설명에 의하면 그러한 역추진을 할 경우 가끔 추진축이 되는 샤프트가 부러지는 일은 있어도, 스크류가 휠 있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스크류 날이 저렇게 휘었다는 것은 스크류가 멈춘 뒤에 해저에 부딪히면서 휜 게 아니라 아직 동력이 살아있을 때 다른 물체와 부딪히면서 골고루 휘어졌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두번째 챕터는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폭침설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1.일단은 국방부가 발표한 어뢰 자체에 대한 의심이다. 일단 어뢰가 너무 낡았다는 것이고, 그런 폭발에서 어뢰가 저렇게 살아남았겠냐는 것이고, 그 어뢰가 진짜라 하더라도 그게 북한의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 국방부가 발표한 어뢰가 서로 다르다는 것 등등이다. 나아가 어뢰에서 발견된 따개비가 서해안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종이라는 것도 있었다.


2,.두번째로 서해안의 그 지역에서는 소음이 심하기 때문에 음파탐지로 어뢰조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기술력을 가지고 어뢰를 이용해서 천안함을 폭침시킬 수는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이런 이유에서 조선일보는 그토록 치밀하게 '인간어뢰'를 개발했던 게 아닌가 한다.


3.나아가 어뢰와 천안함 선체에서 발견되는 흡착물질이 폭발의 결과가 아니라 그냥 바닷속에서 자연스럽게 붙은 거라는 주장.


4.나아가 만약 폭발이 있었다면 엄청난 열이 발생했을 것인데, 그 열이 TOD 영상에서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번째 챕터는 배가 암초에 부딪히는 게 아니라 암초 위에 올라가 얹히는 일만으로도 반파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종인 씨의 설명이 가장 재미있게 다가온 내용이었다. 자신이 경험한 실제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해주었다. 화물선이 암초에 올라가 걸렸는데 파도와 조수에 의해 배가 위 아래로 출렁출렁 하다보니 금속피로가 누적되어 나중에는 결국 배가 쪼개지더라는 말이었다.






































네번째 챕터는 잠수함의 존재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사고 당시 유명했던 고 한주호 준위를 기억한다. 영화는 사람들의 증언을 기반으로 하여 한주호 준위가 순직한 장소와 천안함이 침몰한 장소가 상이하게 달랐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각종 근거를 기반으로 하여 잠수함의 존재를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종합해 보면 한주호 준위는 천안함이 아니라 그런 잠수함을 찾기 위해 연거푸 잠수를 하다가 순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에 닿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재반론을 제기하자면, 어군탐지기가 천안함을 찾을 동안 그 잠수함은 어떻게 발각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뭐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재반박에 대해서 '그것은 정부가 사람들의 입을 막아서 은폐된 것이다.'라고 말하겠지만, 잠수함이라는 게 곰인형만한 것도 아니고 상당히 큰 크기일텐데 영화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미심쩍은 부분은 남아있었다.
















다섯번째 챕터는 이제 천안함과 관련된 재판을 재현하여 관련 당사자들의 증언과 해명을 들어오는 시간이다. 관련자들과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어처구니 없는 처리는 둘째 치고서라도, 그들의 뻔뻔하고 답답한 답변에 기가 찼다. 재미는 가장 없었던 챕터였다.




그다지 가벼운 마음으로 보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기되는 정보들이 많아서 좀 집중해서 봐야만 했던 영화였다. 이 영화의 의의를 찾자면, 새롭고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한다기 보다는 아카이브적인 성격으로서 그동안의 의혹과 증언과 해명들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 세련되게 만들어서 영화라는 형식을 빌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영화는 정식 기록물보다는 그 기록적 성격에서의 정식적이 떨어진다고 하겠으나, 때로 두고두고 회자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그 생명력과 지속력에 있어서 여타의 매체들보다 유리한 점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영화는 영화로만 볼 일이요.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그럼 천안함은 왜 침몰했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모르겠다"라고 대답한다. 그게 가장 옳은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대답을 하기 위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지 못했고, 천안함을 직접 조사해보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곧이 곧대로 정부의 말을 들어 "어뢰에 의한 침몰이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기본적인 학적 양심을 배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적 추론의 기본은 귀납과 연역이다. 나는 둘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결국 나는 "모르겠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댓글과 그에 대한 반응들은 많은 것들 얘기해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천안함 장병들이 "불쌍하다". 마지막 순간에 어머니를 찾았을 그들에 대해 조용이 마음 속으로 훌쩍이면서 딱할 뿐이다. 딱 거기까지다. 정치적 영역에 / 사회적 공론장에 감성팔이와 온정주의는 배제되어야 한다. 이것은 아마 저러한 댓글을 쓴 사람들이 그토록 주장하던 바가 아닌가 한다. 그러면서도 저렇게 감성팔이의 댓글을 쓰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의 모순이지만, 그러려니 하겠다.


만일, 폭침이라고 한다고 해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의 우리를 의아케 만든다. 전쟁은 피하고 싶지만, 저런 사건이 발단이 된다면 많은 이들이 크게 한 숨을 내쉬고 눈을 질끈 감았을 것이다. 물론 정부도 싸우지 않으려고 하는 상대와 싸우자니 낯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게 더욱더 큰 의혹을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폭침이라는 사실이 죽어간 장병들에게 어떤 명예를 부여하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유가족분들도 진정 그렇게 생각할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닐까? 나는 괜히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이 나서서 유난을 떨고 설치면서 당사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게 싫어 이런 점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진리를 추구하는 학자의 자세가 모든 인간의 기본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예외는 없다.


따라서 나에게 있어 이러한 사안을 마주함에 있어 모든 인간의 의무는 명예가 아니라, 진리에 대한 탐구다.


그리고 나는 아직 진리를 모르는 상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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