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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영화]<캐터필러>를 보고 - 전쟁에 대한 반성과 성찰

by 통합메일 2014.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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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터필러

Caterpillar 
7
감독
와카마츠 코지
출연
테라지마 시노부, 오오니시 시마, 요시자와 켄, 카스야 케이고, 가와하라 사부
정보
드라마, 전쟁 | 일본 | 85 분 | -
글쓴이 평점  



[영화]<캐터필러>를 보고 - 전쟁에 대한 반성과 성찰







1.줄거리

이 작품은 전쟁이 남긴 상흔과 전체주의에 고통 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2차 중일전쟁이 한창인 1940년, 구로카와 소위는 전쟁터에서 사지를 모두 잃고 괴물이 되어 귀향한다. 천황의 훈장을 하사 받고 자랑스런 ‘군신’의 이름까지 얻었지만, 모든 수발을 들어야하는 아내 시게코는 절망스럽기만 하다.


<출처: DAUM 영화>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Story.do?movieId=55908&t__nil_story=tabName




2.전쟁의 아픔을 일상에 대입하여 구체화

이 영화는 자칫 우익영화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 일본 영화인데 2차 대전을 조명한 데다가 영화의 포스터는 욱일승청기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범국가로서의 일본을 칭송하는 영화는 절대 아니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이 영화는 스스로가 저지른 <전쟁>이라는 것에 대하여 깊은 후회와 회의를 가지고 당시의 평범한 소시민의 입장에서 전쟁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비참함과 아픔을 실로 아프게 꼬집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말해 일단은 일본 스스로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선조가 저지른 역사를 굉장히 시니컬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우며, 나아가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우수성과 그 나라의 발전된 자유주의에 기인하는 인간 본질에 대한 성찰 역시 누락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연출의 측면에서 다소 소략한 느낌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나, <전쟁과 인간>이라는 구도를 만들어 그것을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해 냈다는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매겼다.




3.우리의 일본


2014년 1월 18일을 기준으로 얼마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대신은 태평양 전쟁의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한미중국 등의 국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참배함으로써 국가 간의 심각한 갈들과 유감을 야기시켰다. 그러한 그의 행보는 일본이라는 현대 국가를 우경화시킴으로써 주변 국가들의 염려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비록 4년 전의 영화이기는 하지만 근래에 이러한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가의 국민인 내 스스로에게 있어서도 그나마의 위로와 위안이 되는 일이 아닌가 한다. 그것을 반성이라고 하든 아니면 성찰이라고 하든 이 영화 속에 담긴 고뇌는 자신들의 경험하고 직면해야 했던 사실과 감정을 외면하는 행위는 아니었던 것 같다.


혹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들 역시 피해자라고 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고 말하는 것도 같지만, 나는 그들 역시도 피해자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당최 모르겠다. 그런 비평은 국가로서의 일본과 그 안의 구성원으로서의 국민을 분리해서 사고할 줄 모르는 이들의 소치다. 물론,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천황에 대한 충성으로 인심단결하여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 가증스럽기도 하면서, 어찌 그들을 천황을 비롯한 전범들에 대한 공범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도 들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볼 때 충분히 근대화되지 못한 역동의 시대에서 제대로된 정보를 통해 계몽되지 못한 이들이 행한 행위에 대하여 국가 자체와 동일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도 나의 생각이다.


같은 의미로, 1960년대에 월남파병을 행한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에게 있어서 그 파병의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의 영화를 만든다면 만약 그에 대해 가해질 피해자 운운하는 비판에 대해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할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영화들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전쟁'이라는 것이 모든 인간들에게 공히 가져오는 폐악을 적어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일 테다. 


일례로 <남자들의 야마토>(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41568)를 보면 전쟁에 대한 태도 자체가 이 영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 영화는 쉴드를 칠래야 치기가 힘들다. 이 영화 <캐터필러>에서 전쟁과 천황을 칭송하는 것은 진심이라기 보다는 시니컬한 조롱에 불과한데, <남자들의 야마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충성에 대한 비장함은 그 어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그 영화는 일본영화 감상에서의 금기라 할 수 있는 SF적 요소도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는 덕에 그 안드로메다성은 더욱더 치명적이라 할 것이다.


우리 나라 영화들 중에도 비슷한 모토를 가진 영화가 있다. <님은 먼곳에>(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44124&t__nil_upper_mini=title)라는 영화가 그런 영화가 아닌가 한다. 월남으로 파병간 남편을 찾아 떠난 어떤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 영화 역시 전쟁이 인간에게 주는 폐해를 그리고 있다. 월남파병은 시대적 상황에 대한 사실적 문제, 해석적 문제라는 필터를 거쳐야 하고, 나아가 근본적으로 어느 입장을 채택하느냐에 따라서 그 해석이 상이해질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영화들은 보편적인 긍정의 연장선 위에 놓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영화를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지를 묻는 것은 그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런 영화가 우익적이라거나 혹은 전쟁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숨겨졌다는 주장에 대해 나는 반대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와 같은 영화들은 <자기 객관화>라고 하는 철학적 노력을 거친 주체만이 만들 수 있고, 또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철학의 나라 일본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철학전공자라면 알겠지만, 서양철학은 물론이고, 동양철학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철학연구는 부분적으로나마 일본의 철학연구에 많이 기대고 있다. 일단 연구량에서 상대가 되지 않고, 우리나라의 학문적 토양이 일제강점기에 형성되어 필연적으로 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이런 영화는 <자유주의>에 기인한다. 스스로에게 독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대중적 매체로 만드는 일은 자유주의가 전제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비록 일본은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자유주의는 매우 발달했다고 나는 평가한다. 철학과 자유주의, 이 두 개의 추진력이 이러한 성과를 이루어냈구나, 그렇게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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