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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2014 메모들,, 시 습작들

by 통합메일 201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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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말로 누군가를 부르던 아이

그것은 어른의 말이었다. 단어하나가

소년과 소녀를 순식간에 숙성시켜 버렸다.

빨랐다. 그 서두름이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부러워 먼발치 뒤돌아선 자리에서 나도 읊어보았다.

당신, 입술에서 미끄러진 활자가 어디론가

날아갔다. 허공을 딛는 시선. 마음의 손을 잡고

그야말로 황급했다. 자라지 않는 마음으로는

결코 그 단어를 잡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따금 그래서 당신, 하고 씹어본다.

날아가는 숨결 너머로 영화가 되어버린

소년과 소녀가 깜빡이고 있다. 깜빡깜빡

그대들이, 나의 눈꺼풀이... 녹아내리는 이 마음이.

꺼질줄을 모르고 점멸하고 있는 밤이다.








걱정

그 옛날 그런 이름을 가진 이가 있었다지.

걱정이 많아 걱정이라고 지었다나.

내 이름은 걱정이 아닌데도 걱정이 많다.

나도 많고 어머니도 많다.

아니 그 이전에 나는 그 자체로 그녀의 걱정이다.

하고 많은 감정 중에 걱정으로 다가가는

자식이 되니 기가 죽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혹은 풀이 죽는다. 때로 고개를 숙여본다.

벽지 위로 걱정이 뚝뚝 떨어진다. 몸이 아프다.

마음도 아프다. 눈앞이캄캄하다. 우울하다.

나도 이제는 기분이 날씨를 따라가는 인간이

되었구나. 어느새 말이다. 걱정이 없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던 옛 철학자가 생각난다.

그가 그립다. 그가 아름답다.










아끼던 것을 잃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것을 잃어버리고

불만스러웠던 것을 잃어버리고

세상을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잃어버리는 일이다.

어쩌면 무엇인가를 그리도 희구하는 것은 마침내

그것을 잃어버리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침내는 당신을 잃고, 그리고 그리고

나는 나를 잃게 되겠지. 나는 온 마음을 다해

나를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얻은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나를 얻은 적도 없다.

점점 확신이 되어가는 신기루를 멍하니 바라본다.

다시 태어난다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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