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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철학

모자이크에 대한 단상

by 통합메일 201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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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오늘 아침 TV를 보는데 무슨 연애 칼럼니스트인가 뭔가 하는 여자가 나와서 강연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짙은 화장을 하고, 빤짝이는 랩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내 눈에는 제법 예뻐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해 예쁘다기보다는 화려해보였고, 여성스러워 보였다. 그래, ‘여성스러워보였다.

 

하지만 그 껍데기를 벗겨버린다면 어떤가. 껍데기가 화려한 만큼 인간의 알맹이는 더욱더 징그럽고 추악해지는 법이다. 이는 심신 양면에 공히 적용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쩌면 야동이라는 것은 그러한 인간의 추악함을 거세해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알맹이를 최대한 아름답게 포장해낸 매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야동이라는 것은 모자이크를 적절히 입힌 유모 작품들을 말한다.

 

야동에서 모자이크가 입혀지는 부분은 생식기에 국한된다. AV라는 매체의 목적을 상기해볼 때 그 부분은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부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AV들은 모자이크를 입히는 수고를 통해 그곳을 가려버린다. 이율배반적인 행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판별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린 생식기를 가진 남성과 여성은 한 데 뒤엉킨 채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껍데기를 모두 벗어버린 채, 모자이크라는 이름의 상상의 잎사귀로 생식기를 가린 인간은 참 아름답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자이크에 중독되어 간다.

 

모자이크로 가려지는 부분은 그저 단순히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보이는 것도 아니며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닌 이분법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투명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존재를 식별할 수 없게 만든다. 아예 보이지 않는다면 애당초 볼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잊을 수 있겠지만, 모자이크가 둘러진 부분은 잊고 싶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고,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것이며, 끊임없이 상상력을 통해 그 너머의 존재를 그려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저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환경, 사회의 구조, 사회적 음모들이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 잔인한 모자이크를 입고 있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이다. 소외되는 시대라고 일컬어지며, 소외의 깃발 아래 인간들은 하나 둘 각자의 삶에 매진하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자신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고,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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