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가진 자들에게 치우친 공약이 아닌가? 솔직히 말해 놀라울 지경이다. 2021년에는 아직도 유력한 서울 시장 후보가 이렇게 가진 자들만을 위한 공약을 들고 나올 수 있는 거구나. 가진 자들을 위해 부동산 세금을 완화시키겠다는 공약을 하면서, 내용도 짐작이 가질 않는 서울형 기본소득이라는 말을 외칠 수 있는 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걸 새삼 재확인하게 되는 계기다.
위의 기사에 따르면 일단
1.현재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을 가하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 의혹을 들어 더욱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2.코로나 관련 공약: 백신 접종 셔틀버스, 병상과 의료인력 확보 - 근데 백신 나오면 거진.. 의미 없지 않을까
3.서울형 기본소득, 6조원 규모의 민생 구조 기금(기본 소득의 의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거겠지?)
4.공시지가 상승 억제를 통한 부동산세 상승 억제(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약자들은 더욱더 내 집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닌가?)
5.코로나 19 위기대응 특별 채용을 통한 실업자 구제: 과연 무슨 일을 주겠다는 것인가.(위에서 눈도 못 치우는 서울이라고 했으니, 눈이나 치우게 하려는 것인가;;)
6.25개구에 25개 우수학군 조성(우수라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말인가? 흔히 말하는 우수학군이 어떻게 조성되는지는 알고 있는 건가?)
7.각종 규제 해제를 통한 대대적인 대건축고 재개발 추진 - 건축업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호재 / 그리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씂슬하게도.. 아니 어쩌면 매우 다행스럽게도, 이와 같은 공약들이 추진되었을 때 대한민국의 서울이라는 곳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서 제법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수 없다. 공사를 참 많이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일단 든다.
그리고 공약 속에는 '인력과 노동'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아쉽다. 사실 이건 현 정권에서도 마찬가지긴 했다. 능력있는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단 어딘가에 적을 만들어주고 그것을 가지고 실업률을 낮춰보겠다고 하는 선심성 정책들..
우수학군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우수한 가정들이 필요하다. 가정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수한 학업성취를 보이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 어쩌면 서울이니까 서울에는 우수한 가정이 그렇게 충분하고 풍족하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수라는 건 굉장히 상대적인 표현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많은 우수가 있다면 또 그 이면에는 그 못지 않게 많은 열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학업적 빈부 격차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세상은 그럭저럭 살만한 곳이 되기 보다는, 천국 아니면 지옥이 공존하는 곳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학군이라는 건 곳 무엇으로 연결되겠는가? '부동산'이다. 아주 신기하게도 전반적으로 대개의 정책들이 하나 같이 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전임 시장의 여성 인권 유린에서 비롯됐다. 영원히 성폭력을 추방시키겠다는 독한 의지와 여성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섬세함을 갖춘 후보만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며 "대표적인 코로나 방역 성공 국가인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모두 여성이다. 독하고 섬세한 그들의 리더십이 이제 바로 이곳 서울에 필요하다 |
그리고 위 기사에 따르면 이런 말도 한 모양인데, 뭐 최근에는 이런 형태의 언명을 우리 사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별로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이면에는 남성과 여성을 반목시키고, 과거의 남성 우월주의의 반영체로서의 '여성 우월주의' 혹은 '남여 분리주의'가 도사리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니까 가만히 말을 곱씹어 보면 결국 남성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여성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반대로 남성 후보자가 반대 취지의 말을 했다면 이에 대해서도 작금의 사회 분위가 그것을 애교로 넘어가 줄 수 있었을까? '여성 지도자는 도저히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남성이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한다면 곧바로 남여차별이며 가부장적이고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라는 비판이 돌아올 것이다.
어쩌면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도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라는 논리와 헷갈렸는지도 모른다. 얼마전에 인상 깊게 읽은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는 우리가 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해야하는 중요한 일들 중 하나는 '스스로가 가지고 있음에도 좀처럼 인식하지 못하는 특권을 똑바로 직시하고 그것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성이라면 남성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을 포기하는 것이 양성 차별 해소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나는 방금 바닥에 내려놓아진 특권을 다른 누군가가 집어드는 것을 목격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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