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가
어버이날이라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는데 카톡이 하나 왔다.
위 짤방처럼 단톡방에 초대가 된 것이었다.
초대된 사람들 중에는 내가 아는 사람도 있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10~15명 정도가 초대됐는데 아는 사람이 한 5명 정도 됐던 것 같다.
우릴 초대한 사람은 "XXX 영상입니다 즐감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날리고는 동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XXX는 역시 그 단톡방에 초대된 사람들 중에 하나였고 나의 지인이었다.
처음에는 스미싱이나 해킹 어플일 것 같아서
아니 적어도 음란 동영상일 것 같아서 바로 동영상의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카카오톡 컴퓨터 버전으로 들어가서 바이러스 검사까지 다 한 다음에 재생을 해봤다.
20~30초 정도의 아주 짧은 영상이었는데
해당 영상에는 나의 지인 XXX가 침대에 누워서 자신의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과
그가 자위행위를 하면서 보고 있는 상대 여성의 벗은 모습이 함께 보여지고 있었다.
닮은 사람이거나 합성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두 세번 다시 확인을 했는데, 본인이 맞다고 판단을 내렸다.
일단 조작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목소리가 그의 것이 맞았다.
나는 남자고
그 지인과는 대학시절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자취방에서 팬티바람으로 술 마시고 고스톱 치던 사이였다.
엄청나게 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나서 술 한 잔 하면 허물없어질 정도는 되는 사이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영상이 내게 주는 충격은 상당했다.
'쎄...'하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뭐 원체 잘 만나지는 않는 사람이지만 가끔가다 볼 일이 생기기는 하던데
이제 그의 얼굴을 보면 이 영상의 장면들이 오버랩 될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되었다.
나아가 이런 사기를 당할 정도로 그렇게 외로웠던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부끄러운 짓을 저질러 버렸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고 합리적 사고가 다시 자리를 잡았을 때
혹시나 싶어 구글에 검색을 해봤다.
검색어는 <스카이프 협박>
결과는 위와 같다.
그와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카톡이나 뭐 그런 메신저로 접근을 해서는 유혹을 하고,
그러다가 스카이프 영상통화로 유인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확장자가 apk인 파일을 보내서 그걸 스마트폰에 설치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근데 그게 해킹어플인 것, 그것을 설치하면 폰에 있는 전화번호가 사기꾼에게 전송이 되는 것이다.
결국 사기꾼이 유도하는 대로 바지를 벗고, 팬티를 벗고, 그 모습이 다 녹화가 되고
녹화본과 주소록을 확보한 사기꾼은 당사자의 멱살을 잡고 협박을 하기 시작한다.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네 지인들에게 이 영상을 다 보내버리겠다."고 말이다.
보내지 않으면 조금씩 조금씩 지인들에게 보내기 시작한다고 한다.
물론 한 번에 다 보내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에 다 보내버리면 협박할 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입금을 한다고 해서 파일을 진짜로 삭제해 주지도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조금씩 액수를 올려가면서 지속적으로 협박을 한다고 한다.
이 사기꾼 놈들에게 있어서는 상대방의 사정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입금을 하지 않을 때 또 동영상을 유포하고, 결국 모든 지인들에게 유포했는데도 돈을 안 주면
그건 진짜로 돈이 없는 것이니까 혹은 포기한 것이니까 그건 그것 대로 된 것이다.
정말이지 무서운 놈들이라고,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이라고 생각되었다.
마음이 약한 사람 같으면 자살을 할 수도 있을텐데..
그 주소록 중에는 부모님이나 친척이나 스승의 전화번호도 있을텐데..
혹은 여자친구나 좋아하는 여자의 전화번호가 있을 수도 있을텐데..
검색결과 피해자들이 이 사기꾼을 신고/고발해도 조선족이거나 아니면 뭐 해외에 있는 이들이라서
검거가 거의 힘들다고 하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이 사기에 의한 피해 사례라고는 해도 그 행위를 해버림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기와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이 행위의 정상참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기는 하다.
나와 함께 단톡방에 초대됐던 사람들 중에서는 나 말고도 또 다른 여성이 해당 동영상을 본 것이 확인되었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정말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영상에는 얼굴과 목소리와 생식기가 모자이크 하나 없이 그대로 나온다..
피해 당사자도 단톡방에 함께 초대되기 때문에 누구누구에게 해당 동영상이 전송되었는지 알게 된다.
그것을 볼지 안 볼지는 몰라도.. 일단 전송이 되었다는 사실에 그가 얼마나 똥줄이 탈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새삼 가치판단에 어려움을 느낀다.
모두 다 더러운 세상에서, 흑빛 곁에 있다 하여 잿빛을 어둡하지 아니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또 가멸차게 경멸하는 것도 인지상정은 아닌 듯 하다.
일단은 그냥 조용히 모른 체 해주기로,
판단을 유예하기로 했다.
아직은 모든 진상을 알 수 없는 상태이므로.
모쪼록, 그가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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