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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각

2014년 64지방선거 사전투표제를 알아보자(부재자 투표와의 차이점)

by 통합메일 2014.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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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인가


그래 2012년이었을 것이다.


그 해 나는 고시원에서 한 해를 보냈다. 충북 보은 속리산 기슭에 있는 속리산제일고시원이라는 곳이었는데, 정말이지 시골도 너무 시골이었다. 일 년 정도 살다보니 그냥저냥 제 집처럼 되어서 살만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는지 싶다. 하긴 또 어찌 생각하면 공기 좋고 그냥저냥 좋았던 것도 같고. 그래도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


하여간 그 당시에 나는 처음으로 부재자투표라는 것을 해보았다. 그게 뭐냐하면 자신의 주민등록지를 떠나 있는 사람의 경우 미리 자신이 부재자임을 신고함으로써 자신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투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시 고시원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집을 떠나온 사람들이었고, 따라서 부재자들이었다.


아마도 그때가.. 국회의원 선거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찾아보니 맞네. 2012년 04년 11일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였다.

그리고 그 해 겨울에 대선이 있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었지.>



아마도 지방선거였다면 아무래도 조금은 부재자 투표에 참여할 의지가 약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국회의원 선거, 즉 총선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나름 민주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는 집에 갔을 떄 동사무소에서 부재자 신고를 해두었다. 부재자 신고를 하고 고시원에서 지내다 보니 고시원으로 부재자투표용지가 배송되었다. 안에서 선거공보물과 투표용지가 들어있었다. 보아하니 나 말고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부재자 투표를 신청했던지 똑같이 생긴 봉투들이 제법 많이 배송되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부재자 투표일이 찾아왔고, 나는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가서 군 단위에 하나 밖에 없는 투표소(보은군 선거관리위원회)에 가서 투표를 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다른 고시원 사람들과 같이 차를 얻어 타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내 사람들 모두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타지에 나와서도 부재자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떠나서 투표가 그렇게 훈훈한 것이니 모름지기 투표를 근본으로하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이렇게 생겨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이가 투표를 하고 싶어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만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설사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겠다고 하여도 그것은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이 되고 증명이 되어야 한다. 소극적인 기권표를 인정하게 되면 민주주의의 실현은 요원하다. 즉 아무도 선택하지 않더라도 투표장에는 나가는 것이 민주시민의 기본 자세라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한 번 해보니까 부재자 투표라는 게 상당히 까다롭고 귀찮다. 일단 부재자 신고 기간 내에 동사무소에 방문하든 인터넷에서 양식을 다운 받든 해서 자신이 주민등록지에 부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정부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소로 투표용지가 배송되면 그것 그대로 들고가서 투표를 해야 하는데, 이 부재자투표소라는 것이 읍면동 단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군,구 단위에 하나씩 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도시에 하나 밖에 없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가서 투표를 하고 올 정도의 수고라는 것은 만만한 게 아니다. 더욱이 나는 백수 고시생이라서 그냥저냥 상관이 없었지만,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짬을 내기가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그러한 것들이 부재자 투표라는 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었던 것 같다.


그런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 바로 이번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시행되는 사전투표 제도가 아닌가 한다. 이것 역시 취지는 자신의 주민등록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미리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부재자 투표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전신고와 투표소 수의 제한을 개선한 것이다. 또한 단순히 부재자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민등록지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에도 투표 당일에 투표를 할 수 없는 사정이 예정된 경우에는 이 사전투표 날에 미리 투표를 할 수 있다. 참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다.





위 개념도처럼


부재자든 아니든 사전투표 기간에 투표소를 방문하면 투표를 할 수 있다.





기존 부재자 투표와 사전투표(6.4지방선거)와의 차이점을 정리하자면 위와 같다.


사전투표제도는 1.사전신고 절차가 필요없고, 2.투표소도 읍면동 단위로 매우 많고, 3.투표용지 역시 미리 챙겨갈 필요 없이 투표소에서 출력해서 교부받을 수 있다. 이래저래 부재자투표의 문제점들을 거의 모두 해결했다는 인상을 받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아쉬운 것은 어떻게 이제서야 이런 제도가 생겼냐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루 빨리 전자민주주의의 시대가 도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제서야 이런 제도가 생겼다는 것은 참 안타깝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시민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그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진대 어떻게 된 것이 이 국가는 그런 노력이 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선관위 직원들이 얼마나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혹사당하고 있는지도 짐작이 가지 않는 바도 아니다. 문제는 차라리 법과 제도를 다루는 이들에게 있다는 생각이다. 하긴 이런 제도가 가능해진 것도 IT인프라가 이렇게 발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그도 또한 일견 일리가 있는 것이라 하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쨌거나 이제라도 이렇게 좋은 제도가 생긴 만큼 그 의의를 잘 살려서 사고 나지 않고 잘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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