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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마로니에 공원

by 통합메일 201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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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공원


2014.09.20.


상경했다.


계획에는 없었던 마로니에 공원에 나의 존재를 놓아두고 있다. 그건 확실히 알겠는데 다만, 나의 실존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의 실존은 경희를 쫓는 동시에 또한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것이고, 들푸른 평야를 달리는 동시에 나의 골방, 가장 깊은 어둠에 영원히 잠겨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이번에도 나름대로의 스스로를 지켜낸 동시에, 그리하여 어김없이 나를 잃어버린 존재가 되었다. 혼돈으로서의 스스로는 여전하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혼돈에 다름 아니다.


2014.09.020 즈음의 나는 누군가에게 한없이 절실한 존재인 동시에 그 누구에게도 상관이 없는 존재이다.


혼자서 글을 쓰니 해가 지고 사위가 저물었다. 사람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불쾌한 곳이라고 몹시, 페이스북에 남겼다. 소리와 군상의 범람,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자아들에 대해 불쾌했다.


천만의 인구를 모두 담을 수 없을 줄을 알면서도 길에 휘둘러지는 시선은 공상의 원수를 낳았다.


긴밤이 도래하기를 빈다. 언젠가의 멸망을 조금더 수월히 믿을 수 있을텐데.


공허하다 말하기엔 나는 비워지지 않는 그릇이요.


절망을 논하기엔 희망의 섬은 마르지 않고 대를 이을 것이다.


군상의 얼굴들은 늘 곁에 가까이 두고 바라볼 또다른 얼굴들과 함께한다. 나는 밤이 되고픈 충동에 숱하게 고개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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